막오른 나라사랑카드 입찰전, 지키려는 KB vs 뺏으려는 신한 리딩금융 탈환 경쟁 연장전, 3기 사업자 선정서 계속된다
김보겸 기자공개 2024-08-28 12:21:22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6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리딩금융' 경쟁 연장전이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입찰전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1기 사업자였던 신한은행이 2기에는 KB국민은행에 자리를 내어줬지만 3기 사업자 선정 시간이 10년 만에 다가오면서다.올해 하반기 국방부는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기존 2기 사업자인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사업 기간은 내년까지다. 차기 사업자가 시스템을 구축할 기간 등을 고려하면 연내 또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3기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과거 신한이 독점하던 사업자, KB로 교체
신한은행이 과거 자리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나라사랑카드가 처음으로 출시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신한은행은 1기 사업자로 선정됐다. 지주 출범이 더 빨랐던 신한은행이 10년간 사업을 독점했다. 2001년 9월 신한금융이 설립됐으며 KB금융이 출범한 건 7년 뒤인 2008년 9월이었다. 신한은행 측은 "당시 수익성 관점에서 모두가 불참했던 국방부 병역 신사업에 유일하게 참여한 게 신한은행"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10년 독점은 2기 사업자 자리를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에 내주면서 깨졌다. 기업금융은 신한은행이, 가계대출은 KB국민은행이 강자라는 공식에도 균열이 갔다. 그간 공공기관 영업 부문에선 신한은행이 우위를 점했지만 고배를 마시면서다.
당시 KB국민은행은 허인-박정림 부행장 체제에서 공공기관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기관영업에선 신한은행에 한 발 늦었던 KB국민은행이 법인영업 DNA를 갖춰 간다는 평가도 나왔다. 2017년에는 신한은행이 기존 사업자로 있던 경찰공무원 대출 상품인 참수리 대출 사업권도 KB국민은행이 따냈다.
10년 만에 돌아온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재선정을 두고 신한금융과 KB금융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자로 선정되면 매년 22만명의 청년층을 신규 고객으로 맞아 10년 동안 22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제대 후 예비군 기간에도 활용할 수 있어 미래 고객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역병 월급이 10년 전에 비해 11배 넘는 205만원 수준으로 올랐다는 점도 사업의 매력을 키우고 있다.
◇신한, 계열사 시너지 아쉬웠던 KB 약점 파고들 듯
실제 3기 사업자 선정에 있어서도 국내 금융시장을 대표하는 1~2위 금융그룹이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 이외의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은 3기 사업자 입찰에 신중한 입장이다. 점점 군장병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데다 복수 사업자 경쟁체제인 만큼 투입한 마케팅 비용만큼의 효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 산하 NH농협카드 측은 "아직 3기 공고서가 나오지 않아 자세한 요구사항을 모르는 상황"이라며 "추후 국방부의 나라사랑카드 사업설명회 및 공고 후 이를 분석해 구체적인 상품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도 사업자 입찰 관련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기존 사업자로서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군과 오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경험이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군 협력자로서 실질적인 사업 및 군장병 고객 니즈에 부합하도록 혜택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그룹사 시너지가 아쉬웠던 KB금융의 약점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2기 나라사랑카드 사업이 진행 중이던 2019년 KB증권은 군인을 대상으로 한 KB국민은행 계좌를 KB증권과 연계하는 안을 추진했다. 은행과 카드 위주의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증권으로 이어지도록 해서 고객 확보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측에서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며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현역과 예비역은 신체검사와 동시에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둘 중 한 군데를 골라야 한다. 결국 신속한 프로세스가 중요한 은행과 카드 입장에서는 굳이 증권과 연계할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신한은행은 계열사 시너지를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 측은 "최근 MZ장병의 다양한 금융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신한EZ손보 등 '원 신한' 관점에서 최선의 토탈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신한의 주요 계열사가 연계상품을 출시해 새로운 청년 고객을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3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정성적 측면에서의 시도도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나라사랑카드 사업과 관련해 담당 부서에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을 배치하고 있다. 군 부대 지원사업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만 현 2기 사업자인 IBK기업은행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IBK기업은행 역시 국책은행으로서 지난 10년간 안정적으로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운영한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중은행에 비해 리테일이 약한 IBK기업은행이 2기 사업자로 선정된 건 부가서비스 항목에서 혜택을 더 키웠다는 점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기존 1기 사업자였던 신한은행과 2기 사업자인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이 3기 선발전에서 계급장을 떼고 붙을지 주목된다. 2기 사업자를 선정한 군인공제회C&C 측은 "주요 은행들은 규모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나라사랑카드라는 국책사업에 참여할 정도라면 정량적 평가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기존 사업자에 메리트를 주기보다는 어떤 은행이 병역의무자에 대한 좋은 혜택을 제안하는지가 주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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