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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지급공시 점검]유통업계 하도급거래 '모호', 세부 가이드라인 필요⑤공시 1년 과도기, 지급금액 내역 혼선

윤종학 기자공개 2024-09-13 07:51:16

[편집자주]

지난해 도입된 개정 하도급법에 따라 하도급거래를 하는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들은 대금 결제조건을 공시하고 있다. 소위 '갑질횡포'를 막고 하도급 수급 사업자의 교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2023년 상반기 처음으로 공시되기 시작한 '지급수단별·지급기간별 지급금액 및 분쟁조정기구에 관한 사항'에 해당 내용을 담고 있다. 더벨이 공시 도입 1년을 맞아 유통업계 공시대상 기업들의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개선 과제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0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도급 지급공시인 '지급수단별ㆍ지급기간별지급금액및분쟁조정기구에관한사항'이 신설된지 1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지급금액에 포함되는 내역을 상이하게 제시하는 경우가 있어 세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제도는 수급사업자가 공시정보를 원사업자와의 협상에 활용하게 함으로써 수급사업자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 1월 도입됐다. 반기 마다 공시의무가 있어 2023년 상반기와 하반기, 2024년 상반기 등 총 3차례의 공시가 진행됐다.

하도급법 제2조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제조, 수리, 건설, 용역을 위탁하고 수급사업자는 위탁 받은 내용을 수행하고 대가를 받는 관계로 정의된다. 원사업자가 '지급수단별 지급금액과 지급기간별 지급금액, 분쟁조정기구 등을 공시해야해 정보 투명성을 통해 일종의 '갑질'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도 공시 신설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공시의무를 다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공시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수치 오류에 대한 부분만 기재정정에 나서고 있다. 다만 하도급법을 기반으로 공시체계가 정립된 만큼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소속회사라는 이유로 공시를 하고 있지만 업계로 보면 오히려 하도급 거래규모가 적은 편"이라며 "수급사업자의 협상력 강화라는 취지에서는 거래규모가 큰 업체들이 공시대상에 포함되는 방향성이 맞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지급수단별ㆍ지급기간별지급금액및분쟁조정기구에관한사항' 공시 대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로 하도급거래의 원사업자에 해당하는 기업이어야 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곳이 지정된다. 2024년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88개 기업집단의 3318개 회사로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가 해당된다.

이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으면 자산총액이 5조원이 넘는 대규모 원사업자일지라도 공시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의 지난해말 자산총계는 8조7800억원에 이르지만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시의무에서 벗어나 있다. 법리적 해석으로는 당연한 결과이지만 수급사업자의 협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비춰보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지급금액 산정 과정에서 세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협력사와 거래 중 어느 부분까지 하도급 지급금액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일률적 기준이 없는 것 같다"며 "외부 법무법인을 통해 지급수단이나 지급기간별 금액을 검토 받은 다음 공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지급금액에 포함되는 하도급거래 종류는 건설위탁과 제조위탁, 수리위탁, 용역위탁 등 총 네 가지로 분류된다. 위 네 가지 거래에 해당하더라도 하도급이 성립하려면 원사업자가 해당 업을 영위하고 있어야한다. 예컨대 건설업체가 의류업체에 작업복 제작을 의뢰하는 것은 하도급거래가 아닌 셈이다.

유통업계는 하도급거래를 파악함에 있어 좀 더 복잡한 상황이다. 건설업계의 경우 시공자격 등 업에 대한 구분을 비교적 명확히 할 수 있는 반면 유통업계는 업 판단의 근거가 모호한 면이 있다고 토로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라이선스 등으로 업이 규정되지 않은 경우 '경제적 대가를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해당 행위를 수행하는 것'을 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업은 물품 판매업이다. 판매업의 하도급거래는 대부분 제조위탁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PB상품(독자 개발 브랜드 상품)을 확대하는 유통채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업자가 완제품(주문자상표부착방식 제조 포함)을 제조위탁하면 이는 하도급거래에 해당한다. 이에 제작위탁을 하도급 거래에 포함하는데는 업계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용역위탁에서 업체별 판단이 달라지는 부분이 발생하고 있다. 유통업체의 경우 판매를 넘어 물류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물류를 업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용역위탁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포함되야 한다. 반면 물류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만 주업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이는 지급금액에서 빠지게 된다.


지급금액 기준을 동일 업계 내에서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은 공시의 정확성도 훼손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급기간이 빠른 거래내역은 하도급거래로 포함시키고 지급기간이 늦은 거래내역은 공시에서 제거하는 것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지급금액에 추가로 들어간 금액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일이 점검하는 것도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다. 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에 근거한 공시인 만큼 기존 하도급 분류법에 따라 금액을 산출하면 오해의 소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자의적 해석보다는 직접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문을 구하는 것을 추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하도급 공시 금액을 적게 계상한 부분은 추후 밝혀지기가 쉽지만 과대계상한 경우는 파악이 쉽지 않아 업체 자체적으로 하도급거래 구분을 명확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시 도입 초기여서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면 공정위에 직접 확인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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