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업 슈퍼사이클]호황기 먼저 올라탄 HD현대그룹 '선박엔진'⑦중소부터 초대형까지 넓은 포트폴리오 강점…내부 수급·글로벌 매출 두 마리 토끼
허인혜 기자공개 2024-09-23 08:11:00
[편집자주]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은 늘 반복돼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초호황기 뒤 예고된 불황기를 똑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첫 시즌으로 점쳐진다. 수주 확대에만 기댄 호황이 아니라서다. 2007년도, 2024년도 호황기지만 그 사이 우리 조선업계의 태도도 포트폴리오도 변했다.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기술을 묵묵히 쌓아온 조선업계는 선별수주로 불황기 터널의 등을 미리 밝혀두고 있다. 기업이 어려운 시황을 헤쳐나가는 하나의 길은 쌓아둔 곳간일 터, 조선업계는 어떤 자산들을 비축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을까. 더벨이 초호황기에 들어선 조선사와 유관기업의 현황과 포트폴리오, 재무 상황 등을 살펴보고 앞으로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09: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업 호황기에 신조 건조 기업보다 더 돈을 효율적으로 버는 곳은 엔진 생산 기업이다. '선박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은 꼭 필요한 핵심 설비이면서도 고기술력을 요해 자체 생산이 가능한 기업이 한정적이다. 중국 등 외부의 저가 공세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 호황기 몸값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HD현대그룹이 일찌감치 엔진에 공을 들인 것도 이때문이다. 생산 캐파와 엔진의 크기에 따라 사업 주체도 세 곳으로 확장해 운영 중이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와 HD현대엔진, STX중공업을 인수해 사명을 바꾼 HD현대마린엔진 등이다.
세 곳의 엔진 생산 부문·자회사들은 계열사 물량을 소화하는 한편 또 하나의 알토란 사업이 됐다. 호황기를 맞아 엔진 부문의 매출액은 반기 만에 이미 평년 한해 규모에 도달했다.
◇매출액 2배 상승, 두자릿수 영업이익률 기록
HD현대그룹의 선박엔진 부문과 계열사들은 지난해 평년 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액 성장을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의 매출액은 2022년 1조7150억원에서 2023년 2조710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평년 한해 매출액을 뛰어넘을 만큼 쌓였다.
이같은 흐름은 HD현대엔진의 실적을 반영한 HD한국조선해양 엔진기계 부문의 매출액에서도 마찬가지다. 2022년 매출액은 7345억원, 2023년 매출액은 1조6400억원이다. HD현대마린엔진의 경우 같은 기간 1774억원에서 2450억원으로 약 2배의 순증을 이뤘다.
눈여겨볼 부분은 영업이익률이다. 선박엔진 실적만이 담겨있으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을 따로 추출할 수 있는 곳은 HD현대마린엔진이다. HD현대마린엔진의 영업이익률은 조선업 불황기 막바지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 이하이거나 적자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을 조금 더 일찍 맞이했다. 2022년부터 반등해 6.27%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 영업이익률은 7.32%, 올해 상반기에는 10.41%를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와 HD한국조선해양 엔진기계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더 큰 엔진을 주로 다루고, HD현대엔진은 매출액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초대형 선박용 엔진까지 제작이 가능해 주로 대형 엔진을 판매한다.
◇'모든 선박엔진' 포트폴리오 갖춘 세 곳
HD현대그룹 선박엔진의 강점은 오래 쌓은 업력과 그에 따른 다양한 포트폴리오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중공업, HD현대삼호 등 중간 조선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3사가 폭넓은 선박 포트폴리오를 꾸린 것과 궤를 함께한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가 선박엔진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책임진다면 HD현대마린엔진이 2행정 엔진을, HD현대엔진이 4행정 엔진을 생산한다.
크기별로 보면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초대형부터 중소형까지 모두 아우른다. 다만 생산은 주로 출력대가 높은 엔진이 중심이 된다. HD현대마린엔진이 대형엔진을, HD현대엔진은 힘센엔진을 만든다. STX조선(현 케이조선)이 중·대형 선박을 생산하다보니 HD현대마린엔진도 같은 출력의 엔진을 주로 다뤄왔다.
크기의 다양성은 선박 규모뿐 아니라 선종 대응에도 용이하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유조선 각각에 필요한 엔진이 다르고 호황기와 불황기도 별도의 흐름을 보이는데 모두 대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HD현대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기본적으로 빠른 선박으로 엔진의 규모가 크고, 벌크선이나 유조선은 깊게 잠겨 천천히 가는 선박으로 작은 출력의 엔진을 쓴다"며 "어떤 선박의 발주량이 늘어나도 HD현대그룹 선박엔진 포트폴리오 내에서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수급·글로벌 매출 둘 다 잡은 선박엔진
선박엔진 부문과 계열사들은 HD한국조선해양 3사에게도 큰 힘이다. 한화오션이 한화엔진을 사들이기 전까지는 국내 대형 조선사 중 유일하게 엔진사업을 개진해온 곳이었다. 외부의 엔진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든 그룹 내에서 엔진 수급이 가능하다는 점은 프리미엄이 붙기 충분한 조건이다.
내부 수급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내에서도 HD현대그룹 선박엔진 부문과 계열사의 영향력이 크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매출액의 약 40%는 그룹사 외에서 발생한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조선시장 동향을 보면 엔진을 외부에서 수급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자체 제조 능력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외부 수급에 의존해야 한다"며 "한화그룹이 한화엔진을 인수한 이유다. 중국의 국영조선그룹 CSSC도 엔진 제작사를 보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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