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고려아연 경영, 전문경영인에 맡긴다"김광일 MBK 부회장 "전략적 제휴 파트너들 관계 강화시켜나갈 것"
이호준 기자공개 2024-09-19 17:14:38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9일 1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두 회사는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준비한 PPT 자료와 질의응답을 통해 자신들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이사회 재편 예고…인물 변화에 따른 신사업 방향 주목
두 회사의 긴 설명에도 몇 가지 의문들은 남았다. 그 중 하나가 '앞으로의 고려아연'이다. 두 회사는 이날 "고려아연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이사회는) 고지전처럼 누구를 밀어내거나 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동안 고려아연 이사회는 12명으로 구성돼 왔는데 장형진 영풍 고문 외엔 고려아연 측 인사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만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성공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자사 측 새 인물들로 이사회를 물갈이할 가능성이 크다.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의 변신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그는 2022년 회장 취임 이후 박기덕·정태웅 사내이사 등 그의 측근들과 함께 제련사업에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을 더한 트로이카드라이브(TD)사업을 육성해 왔다.
여기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사촌인 최내현 켐코 대표와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1실장 전무를 선임해 사업 교류도 밀접하게 진행해 왔다. 만일 MBK파트너스 주도 하에 이사회가 재편되면 고려아연이 추진해 왔던 신사업 방향성도 흔들릴 수 있다.
일단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같은 우려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이사회 변화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저희가 문제 삼는 건 최 회장 개인"이라며 "회사와 관련된 전략적 제휴 파트너들과의 관계는 강화시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재무건전성 우려 제기…실제로도 위험할까
두 회사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재무건전성 우려'이다. 올해 상반기 말 고려아연의 연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36%, 11%다. 모두 시장이 위험하다고 보는 수준(부채비율 200%, 차입금의존도 30%)을 한참 밑돈다.
배당성향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간 고려아연의 연결 현금배당성향은 각각 57%, 50%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추가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투자의 시기, 과도한 주주환원이 기업의 미래 성장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김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주주환원은 상장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평균 배당액을 2만5000원까지 끌어올리고 싶지만 이는 희망사항"이라고 했다.
◇한 장짜리 투자 보고서…'동의'는 했지만
이그니오홀딩스 인수와 관련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이그니오홀딩스는 미국 폐전기·전자제품 재활용 업체로 2022년 고려아연이 종속회사인 페달포인트홀딩스(Pedalpoint Holdings, LLC) 등을 통해 총 5800억원에 인수했다.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한 페달포인트홀딩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53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이그니오홀딩스의 인수가가 실제보다 부풀렸다고 주장하며 제대로 된 실사와 가치 평가가 부재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다만 해당 투자 건은 고려아연 1대주주 영풍의 동의를 받은 것이다. 영풍 측은 한 장짜리 투자 보고서에 부실한 내용이 담겼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경영은 최씨 집안이 한다는 서로 간의 합의를 잘 따른 결과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경영관리실장)은 "A4 한 장으로 된 투자보고서만 보고 동의해 준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생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런 면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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