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ial Index/화장품]'탈중국' 잰걸음 K뷰티, 생존 양상 양극화 뚜렷[브랜드]①1세대 로드숍 수익성 침체 장기화…'럭셔리' LG생건은 완만한 성장 '선방'
김소라 기자공개 2024-10-08 08:12:44
[편집자주]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08: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최근 미국 등 신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제품력을 경쟁력 삼아 북미 시장에서 가시적인 영업 성과를 거두는 추세다. 10여 년 전만 해도 중국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고무적인 외형 성장을 이뤄냈던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전략 국가가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이는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수요가 예전만 못한 영향이 크다. 2010년 초 한국 문화 콘텐츠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화장품 등 유관 산업들도 반사 효과를 누렸다. 특히 인접 국가인 중국에서 폭발적인 수요가 유입됐다. 당시 1세대 로드숍(원브랜드숍)들이 이러한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급격한 성장을 구가했다.
하지만 2016년 들어 분위기가 크게 반전됐다. 당해 국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국가적 긴장이 높아지고 한한령 등 한국 재화 및 콘텐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한 조치가 시작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를 기점으로 1세대 로드숍 브랜드 오프라인 점포들이 급속히 감소했고 동시에 수익성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고가 라인 집중한 LG생건, 중국 수요 급감에도 이익률 15% 유지
국내 화장품 브랜드 수익 양상도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2016년 이후 수익성이 빠르게 약화된 곳과 반대로 영업 성적을 꾸준히 진작시킨 곳 등 온전히 상반된 형태의 2가지 모델이 나타났다. 전자는 주로 단일 브랜드를 보유한, 중저가 제품 위주의 로드숍이다. 대표적으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와 '토니모리' 등이 있다. 중국 수요 위축을 비롯해 온라인 소비 형태로의 전환, 올리브영 등 H&B(Health&Beauty) 채널 등장에 따른 유통 구조 변화 등이 맞물리며 이들에게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됐다.
반면 럭셔리 라인 위주로 영업을 펼쳐 온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다. THE CFO가 비교 기업으로 추린 국내 화장품 브랜드(△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4곳 가운데 LG생활건강은 유일하게 2016년 이후에도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오프라인 점포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한 1세대 로드숍 매출은 급격히 꺾인데 반해 LG생활건강은 '후', '오휘' 등 고가 브랜드 위주 전략을 견지하며 영업 위험을 낮췄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제품 대비 진입 장벽이 높아 매출 변동이 덜했고 면세점 등을 통해 계속해서 마진을 남길 수 있었다.
이는 이익률 면에서 잘 드러난다. 2023년을 기점으로 지난 10여 년간 영업이익률 변화 추이를 보면 LG생활건강은 꾸준히 견조한 수치를 유지해왔다. 특히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연결 영업이익률은 계속 14~15%대를 기록했다. 전체 분석 기간(2016~2023년) 비교 기업 가운데 가장 높다. LG생활건강이 화장품 외에도 생활용품, 음료 사업 등을 두루 전개하는 것을 고려하면 화장품부문 단일 기준으론 일정액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화장품부문 매출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 타 사업부 대비 높기 때문에 결과값을 바꿀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적자 터널' 갇힌 중저가 브랜드…미국 타깃 가파른 성장도 주목
반면 로드숍 브랜드는 매출 축소에 따른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6년 당해 5% 이상 연결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던 에이블씨엔씨와 토니모리는 이듬해 나란히 고꾸라졌다. 에이블씨엔씨는 그나마 영업이익 확보 기조를 유지했지만 토니모리는 곧장 적자로 돌아섰다. 이를 시작으로 토니모리는 2022년까지 총 6년간 적자 터널에 머물렀다. 지난해 6%대 영업이익률을 기록, 장기간 고전 끝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전체 분위기만 놓고 보면 원브랜드숍과 비슷한 양상을 띈다. 2016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 이익률이 급격히 위축된 흐름이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역시 중저가 브랜드 위주로 외형을 확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라네즈, 마몽드 등이 그룹 대표 브랜드다. 2010년 중순까지만 해도 이 브랜드 매출 합이 전체의 과반 수준을 차지했다. 이렇다 보니 단일 로드숍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중국 수요 축소에 따른 충격파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국내 화장품 시장을 보면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생 벤처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에서 약진하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킨케어 라인 중심으로 미국에서 K뷰티 열풍이 거센 상황"이라며 "조선미녀, 아누아, 티르티르 등 신생 벤처 브랜드들의 약진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코스닥 화장품 업체 '아이패밀리에스씨'도 근래 성장세가 뚜렷이 나타난다. 아이패밀리에스씨는 자체 생산 설비 없이 브랜드만 보유하고 있다. '롬앤', '누즈' 등이다. 초기 웨딩 사업을 전개하며 성장했지만 지난해 기준 화장품부문 매출이 전체의 97%를 차지, 주력 부문으로 새롭게 자리잡았다. 아이패밀리에스씨는 지난해 150%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급격히 성장했다. 당해 수출 비중은 64%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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