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50년 비포&애프터]'LG 과장에서 삼성 CEO까지' 전영현, DS 부활 이끈다②임직원 독려·긴장감 조성, HBM 등 메모리 사업 초점
김도현 기자공개 2024-10-04 10:19:26
[편집자주]
삼성의 몸통으로 여겨지는 반도체 사업이 50주년을 맞았다. 오너가의 도전적인 결단과 전폭적인 지지로 그룹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으로 거듭났다.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서 살아남게 한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그랬던 삼성 반도체가 전례 없는 위기다. 새 먹거리인 파운드리는 물론 주력인 메모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다만 한편에선 과도한 우려라는 평가도 나온다.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분투 중인 삼성 반도체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52년, 1958년, 1963년, 1960년.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들의 출생연도다. 권오현-김기남-경계현으로 이어지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면 현재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전임자보다 나이가 많다.이는 DS부문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실적, 기술력, 조직 등이 모두 흔들리면서 풍전등화 처지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이를 타파하고자 전 부회장을 7년 만에 DS부문으로 전격 복귀시켰다. 단순히 돌아온 것이 아닌 최고 책임자로 부임하면서 안팎의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았다.
4개월여 밖에 흐르지 않아 점수를 매기기 이른 시점이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실적이 개선됐고 조직개편을 통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면서다. 전 부회장 취임 이후 첫 정기인사, 1주년 성과 등이 관심을 모으는 배경이다.
◇소방수로 귀환한 '반도체 신화', 급한 불 끌까
전 부회장은 이력도 독특하다. 한양대 학사, 카이스트(KAIST) 석·박사 학위를 마친 뒤 1991년 LG반도체에 과장으로 입사해 메모리 산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에 삼성전자로 이직해 D램 설계팀장, 개발실장 등을 거쳐 메모리사업부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2010년대 삼성전자 메모리 전성기를 이끈 반도체 신화의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
초격차의 원조인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의 뒤를 이을 후보 중 하나였지만 김기남 삼성전자 전 회장이 2017년 당시 DS부문장에 자리하면서 전 부회장은 삼성SDI 사장으로 이동했다.
전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화재 사고로 창사 최대 위기를 맞은 삼성SDI를 빠르게 수습하면서 리더의 자격을 증명했다.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기틀을 세운 것도 전 부회장이다.
이후 최윤호 사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기면서 사실상 은퇴하는 수순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으나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깜짝 컴백하면서 놀라움을 샀다. 새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던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로 돌아온 지 반년 만에 DS부문장에 오르게 됐다. 임직원들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인사였다.
전 부회장은 인사 당일 오후부터 사업장으로 출근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취임사를 통해 "부동의 1위 메모리 사업은 거센 도전을 받고 있고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은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비메모리 설계(시스템LSI) 사업도 고전하고 있다"고 직면한 상황을 진단하기도 했다.
업무 파악을 마치자마자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팀 신설, 어드밴스드 패키징(AVP) 전담팀 분리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본인만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전반적인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서 적자에 그쳤던 DS부문은 올해 들어 흑자전환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전 부회장은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2년 만에 6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조직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전 부회장이 DS부문을 떠난 지 적잖은 시간이 지난 만큼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트렌드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드보이 귀환에 대한 통상적인 우려였다.
또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있었다. 전 부회장 특유의 카리스마와 집요함이 DS부문 부활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부회장급이 부문장을 맡으면서 정현호 부회장(사업지원TF장),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 등과 대등한 지위로 외부 입김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옳고 그름을 논외로 전 부회장 부임 이후 방향성이 확실하게 설정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메모리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시스템반도체를 마냥 손 놓아선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좋은 쪽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 부회장은 인력 배치나 투자를 HBM,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메모리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메모리 초격차 지위를 회복하고 나서 파운드리 등에 힘주겠다는 복안이다.
◇연말 대대적 변화 예고, 책임경영 의지 표출
그동안 일부 조직개편이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 전 부회장 원포인트 인사에 버금가는 역대급 변화가 올해 말 정기인사에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등 핵심 임원까지도 잠재적 대상자로 거론된다.
박 사장의 경우 반도체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행렬에 재차 참여하지 않으면서 거취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박 사장은 LG반도체,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동부하이텍 등을 거친 시스템반도체로 꼽힌다. 전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영입돼 주요 보직까지 오른 인재다.
다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가 '갤럭시S23'에 이어 '갤럭시S25'에도 배제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다.
박 사장과 달리 전 부회장을 비롯해 이 사장, 최 사장, 남석우 제조&기술담당(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등은 올 6월에 이어 9월에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이중 전 부회장은 6월13일 5000주(주당 7만5200원), 9월25일 5000주(주당 6만2700원)를 확보하면서 총 1만7000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같은 반도체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의지로 읽힌다. 지지부진한 주가방어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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