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0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송구합니다."삼성전자 경영진이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에 던진 메시지의 첫 마디다. 주요 사업이 흔들리면서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한 데 따른 미안함을 표했다.
부진의 최전선에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있다. 삼성전자를 넘어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반도체를 다루는 조직이다. DS부문을 향한 여러 우려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메모리사업부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한 점이다.
30년 넘도록 세계 1위를 유지해온 메모리사업부는 삼성전자 '초격차'의 상징이었지만 현재 위상은 30여년 중 제일 낮은 곳에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흠집이 생기자 철옹성에 하나둘씩 구멍이 생겨나는 모양새다.
사태의 시발점인 HBM 최신 제품은 여전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초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경쟁사가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내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는 해를 거듭할수록 멀어지는 분위기다. 선봉에 서야 할 파운드리사업부가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어서다.
부정적인 상황이 이어지자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8일 경영진을 대표해서 '반성문'을 작성했다. 잠정실적 발표 당일에 최고경영자(CEO)가 장문의 글을 써낸 건 이례적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기술 경쟁력을 복원하겠다',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겠다',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고치겠다' 등의 다짐의 내용도 담겼다.
대외적으로 반도체 사업 관련해서 별다른 언급이 없던 이 회장도 거들었다. 파운드리사업부 또는 시스템LSI사업부 분사설에 대해 그는 "사업을 키울 것이고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해명했다. 기자들과 마주할 때마다 의례적인 인사말만 남겼던 이 회장의 '확실한 답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주주 등에 실망감을 안겨온 삼성전자가 사과와 의지를 동시에 내비치면서 분위기를 반전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과 전 부회장이 목소리를 냈다는 점은 안팎의 기대감을 높일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전 부회장은 말미에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를 향한 비판이 어느 때보다 많은 시점이다. 이미 숱한 지적을 받았다.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과제가 산적한 만큼 조금은 너그럽게 바라볼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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