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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풀무원샘물 vs 농심백산수 vs 오리온제주용암수]'합작·유통·M&A' 상이한 먹는샘물 시장 진출기[출범과 성장]①치열한 점유율 경쟁, 식품업계 '미래 먹거리' 확보 사활

홍다원 기자공개 2024-10-31 09:09:34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5일 09: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먹는샘물 시장은 제주도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가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다. 출시 이후 1위를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선두다. 이에 따라 샘물 업계는 2위 싸움이 치열한 편이다. 풀무원샘물, 농심백산수, 오리온제주용암수 등 식품기업들이 앞다퉈 점유율 확대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후발주자가 많은 건 먹는샘물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다른 음료로는 대체할 수 없는 데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 3사가 먹는샘물 사업에 뛰어든 시기와 진출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점은 동일하다.

풀무원샘물은 프랑스 생수 기업 네슬레 워터스와 합작회사를 세워 먹는샘물 시장을 공략했고 농심은 제주삼다수 유통사로 시작해 자체 브랜드로 사업을 넓혔다. 가장 뒤늦게 시장에 진출한 오리온은 제주도 토착 기업을 인수해 생산기지 기반을 마련했다.

◇네슬레 워터스 지분 턴 풀무원, 풀무원샘물 지배력 강화

풀무원, 농심, 오리온 중 가장 먼저 먹는샘물 사업에 뛰어든 건 풀무원이다. 1986년 11월 먹는샘물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현재 먹는샘물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업력이 길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2004년 1월 네슬레 워터스와 기술을 제휴해 풀무원샘물 합작법인을 세웠다. 당시 풀무원샘물 지분율은 네슬레 워터스가 51%, 풀무원이 49%를 각각 보유했다. 프랑스 생수 기업인 네슬레 워터스가 가진 자금력, 생산기술, 품질관리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였다.

이러한 합작회사 형태는 2020년까지 유지돼 왔다. 풀무원샘물은 풀무원 브랜드가 붙은 '풀무원바이네이처'와 네슬레 워터스의 '네슬레퓨어라이프' 두 제품을 생산해 왔다. 하지만 합작만으로 먹는샘물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풀무원은 점차 네슬레 워터스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풀무원샘물을 완전자회사로 만들면서 지배력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였다. 2021년 2월 네슬레 워터스 지분 21%를 148억원에, 2023년 11월엔 30%를 212억원에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지분을 인수한 풀무원은 풀무원샘물의 시장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자금 마련에 나섰다. 풀무원샘물은 2023년 말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400억원, 풀무원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00억원 총 500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풀무원샘물 포천 이동 공장.

◇농심, '제주삼다수 유통사→자체 브랜드'로

다음으로는 농심 백산수의 업력이 길다. 2012년 자체 브랜드 백산수를 출시한 지 벌써 12년차를 맞았다. 사실 농심은 점유율 1위 '제주삼다수'의 초기 유통사다. 삼다수 출시 이듬해인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유통을 맡았다.

당시 농심 전체 매출의 약 10%가 삼다수로부터 나왔기 때문에 계약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넘겨 주게 됐다. 농심이 삼다수 판매권을 독점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제주도가 기존 수의계약 방식을 공개 입찰로 바꿨기 때문이다.

농심의 반발로 소송까지 이뤄졌지만 결국 유통을 중단했다. 농심은 계약이 해지된 그 해 삼다수를 대체할 자체 브랜드인 백산수를 출시했다. 백산수는 당초 중국 등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만든 브랜드였지만 이를 국내로 넓혔다.

농심은 2010년 중국 지린성에 먹는샘물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여기서 백두산 일대에서 형성된 화산 암반용천수를 생산한다. 생산법인으로 연변농심미네랄워터베버리지(YANBIAN NONGSHIM MINERAL WATER BEVERAGE)를 두고 있다.

당초 농심과 연변농심을 연결하는 중간 자회사 농심백산수가 있었지만 2015년 농심백산수를 해산시켰다. 지배구조를 간소화한 그해 2000억원을 투자해 백산수 신공장을 설립했다. 늘어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오리온, 제주용암수 'M&A'로 신사업 기반 마련

오리온은 가장 늦게 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6년 말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가 제주용암수를 인수하면서다. 신사업으로 물 시장을 낙점한 오리온홀딩스는 생산법인을 갖추기 위해 20억원을 투입했다.

제주삼다수가 제주도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만큼 제주용암수의 경쟁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희귀 미네랄이 풍부한 제주용암해수를 내세워 프리미엄 물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앞선 두 제품과 달리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먹는샘물'이 아닌 '혼합음료'로 분류된다.

이후 생산 기반을 다지기 위해 1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고급화 전략을 택한 만큼 기술과 제품 개발에만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2019년 처음으로 '제주용암수'를 출시하면서 에비앙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초기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를 두고 제주도와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제주삼다수와의 경쟁 등으로 용암해수 자원이 고갈될 수 있어 국외 판매만 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결국 2020년 상반기 국내 시장의 하루 판매 물량을 평균 200톤으로 제한하면서 분쟁이 일단락됐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으로 채널이 넓어졌지만 초기 선점이 중요한 만큼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오리온은 2021년 '닥터유 제주용암수'로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먹는샘물 시장은 수원지만 확보한다면 식품기업 입장에서 유통, 품질관리 등 기존 노하우를 쉽게 적용할 수 있어 진출하기 용이하다"며 "막강한 브랜드가 있어도 후발주자가 지속적으로 생겼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농심 백산수와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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