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네트웍스는 지금]출범 2년여…은행 없이도 저력 과시①은행계 금융지주 순이익 제쳐… 계열사간 시너지 확보는 과제
김보겸 기자공개 2024-11-25 13:27:26
[편집자주]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한 지붕 아래 뭉친 지 2년이 지났다. 비은행 중심의 계열사들이 시중 금융지주사를 압도하는 실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금융 거인'이 된 보험사는 물론 금리 상승기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카드와 증권이 선방하는 등 계열사 개별 경쟁력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삼성 금융계열사 출범 배경과 남겨진 숙제를 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1일 07:3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금융계열사 직원들의 명함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개별 계열사의 CI 대신 'Samsung Financial Networks'라는 로고가 우선한다는 점이다. 계열사 이름은 그 다음이다. 단순한 디자인 변경을 넘어 계열사 간 협력과 시너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다.2022년 4월 출범한 삼성금융네트웍스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를 한데 모은 통합 브랜드다. 출범 2년 만에 삼성금융은 은행 없이도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을 앞지르는 성과를 거두며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은행 없는 삼성금융 순익, KB금융 앞질렀다
삼성화재·생명·카드·증권·자산운용 등 5개 삼성 금융계열사의 3분기 순이익은 4조66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실적을 모두 뛰어넘는 수치다.
은행계 금융지주 탑인 KB금융의 4조3953억원과 2727억원 차이를 보였다. 신한금융(3조9856억원), 하나금융(3조2254억원), 우리금융(2조6591억원)도 순이익 규모에서 삼성금융에 밀렸다. NH농협금융(2조3151억원)과는 두 배 차이다.
계열사별로는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이 실적을 주도했다. 삼성화재는 3분기 별도기준 누적 순이익 1조8344억원을 기록하며 손해보험 업계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도 1조550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두 보험사의 투자이익이 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1211억원의 투자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4314억원 투자이익으로 전환했다. 삼성화재 역시 투자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며 8173억원을 기록했다.
금리인상 수혜를 입은 보험사뿐 아니라 자금조달 부담이 늘어난 카드사에서도 호실적을 냈다.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2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특히 대손비용 감소와 판매관리비 절감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미국주식 열풍이 불면서 해외주식 투자자를 많이 보유한 삼성증권도 선방했다. 올해 3분기 삼성증권 누적 순이익은 6912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단독 실적으로만 놓고 보면 해외주식 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508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자산운용도 3분기 누적 순이익 62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14.98%), 삼성증권(29.39%), 삼성증권(29.39%), 삼성카드(71.87%), 삼성자산운용(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 금융계열사, 과거 영광 되찾을까
삼성금융네트웍스는 핀테크와 디지털 전환 압력이 커지는 환경에서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출범했다. 디지털 전환과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금융계열사가 공동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의 과거 위상을 되찾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1990년대 말부터 2010년대까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와 양대 축으로 자리했다. '글로벌 1등 삼성' 목표가 금융사에도 적용되던 시기였다.
이를 잘 보여주는 건 삼성증권의 홍콩 진출이다. 2009년 삼성증권은 홍콩에 IB전문 증권사를 출범했다. 증권업계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에서도 최초 사례였다. 국내 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선진 IB 역량을 확보한다는 포부였지만 외국 고급 인력에게 유리한 임금구조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후 그룹 내 금융 계열사 존재감은 과거 대비 축소됐다. 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이재용 회장 입장에서는 삼성 금융계열사가 거버넌스를 컨트롤하기 위한 수단에 가까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은행 중요성 점차 커져…고객 체감 서비스 제공은 숙제
최근 금융 환경에서는 비은행 계열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 수혜로 올해 은행권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지만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그룹 성과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실제 비은행 기여도가 44%로 최고치를 기록한 KB금융은 시중 금융지주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삼성금융네트웍스은 은행 없이도 비은행 중심의 금융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삼성금융네트웍스의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발휘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한 삼성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고객 분석을 통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삼성금융네트웍스 출범 취지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아직은 금융 계열사들이 각개전투를 벌이는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각각 계열사의 사업적 시너지보다는 개별사의 이익 창출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삼성 금융계열사 간 협력을 통한 실질적 서비스 개선을 이룰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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