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전협상제도 성과 점검]사업성 높여주면…시행사 파격적 공공기여 '화답'대규모 복합개발로 지역 탈바꿈…민-관 '윈윈'
박새롬 기자공개 2024-11-26 07:36:50
[편집자주]
서울시가 사전협상제도를 도입한 지 15년이 지났다. 용도지역 상향 등으로 민간사업자의 사업성을 높여주고, 개발이익 일부를 공공기여로 확보함으로써 민간 개발사업의 활성화와 도시균형발전을 동시에 촉진하는 '좋은 개발'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활성화 된 민간개발사업 사례를 짚어보고 현재 진행 중인 사전협상 대상지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2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시 사전협상제도는 공공(서울시)이 용도변경 등으로 민간사업자의 개발을 밀어주고, 민간은 계획 변경으로 인한 개발이득을 일부 공공에 돌려주고자 하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최소 면적 5000㎡에서 크게는 15만㎡가 넘는 대규모 저이용 부지를 민간사업자의 제안을 받아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협의한다. 시가 2009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총 12건의 도시개발사업이 사전협상제도를 거쳐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했다.◇용산드래곤시티·고덕 센트럴 푸르지오 '사전협상 1·2호'
사전협상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9년 이후 준공까지 완전히 마무리된 사업지 가운데 서울시의 1호 성과는 강동구 고덕동 옛 서울승합차고지 개발사업이다. 옛 서울승합차고지는 2002년 이후 버스차고지 기능을 잃으며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지만 사전협상을 통한 개발로 지하 4층~지상 36층 높이 주상복합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로 재탄생했다.
시는 도시계획변경을 통해 이곳을 주거시설(공동주택 494가구·오피스텔 100실)과 업무·판매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조성했다. 1만5900㎡ 부지에 용적률 최대 500%를 적용해 연면적 13만㎡ 규모 복합단지로 탈바꿈했다. 건폐율 60%, 상한용적률 500%를 적용받았다. 사전협상제도로 부지 용도를 바꾼 결과다.
이 부지는 인근에 강동 공영차고지가 들어서면서 2002년 이후 버스차고지 기능을 잃고 도시계획시설로 묶인 부지의 용도가 변경되지 않아 10년간 방치됐던 곳이다. 그러다 2009년 6월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된 후 기존 '제2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그 대신 사업시행자는 공공기여 시설로 연면적 6370㎡ 규모 문화체육시설과 1만1400㎡ 규모 청년창업시설을 제공했다. 공공기여 규모는 용도변경에 따른 용적률 상승분의 43%(약 549억원) 정도에 해당한다. 민간개발에서 얻은 이득으로 공공과 민간이 나눠가지며 '윈윈'한 사례로 꼽힌다.
지금의 서울드래곤시티 호텔 자리인 '용산관광버스터미널' 개발사업은 서울시 사전협상 2호 작품이다. 사업시행자인 서부티엔디와 서울시는 약 3년간 협상을 진행한 끝에 사업부지 면적의 35% 가치에 해당하는 토지(6175㎡)와 건물(6226㎡)을 공공기여로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1062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서부티엔디는 호텔 주변 용산전자상가 일대에 200㎡의 주민 휴식공간(공공공지)과 건물 일부(6001㎡)를 기부채납했다. 424억원 규모의 문화체육센터, 도서관 등 공공시설과 산업지원센터를 인근 상가에 조성했다. 교통시설부지 3800㎡는 서울시에 기부채납했다. 호텔 개발을 시작으로 인근 지역이 개발됨에 따라 늘어날 교통수요에 대비해 환승센터 및 주차장 용도로 활용하게 했다. 또 용산역과 배후지를 연결하는 보행통로를 만들고, 공개공지도 공공기여로 마련했다.
용산관광버스터미널 부지 1만4797㎡에는 건폐율 59%, 용적률 969%가 적용돼 지하 4층~지상 39층 3개동, 총 1730객실 규모의 관광호텔이 들어서게 됐다. 서울시와 서부티엔디는 2010년 사전협상을 시작해 2013년 협상을 마무리했다. 2014년 착공해 2017년 10월 호텔이 문을 열었다. 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 서울 용산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용산,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레지던스 용산 등이다.
◇서울역 북부역세권·광운대 물류부지…강북권 단절 지역 '일자리 창출'
도입 초기인 2009년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됐지만 사업자 변경 등 오랜 기간 멈춰섰던 곳도 있다. 착공을 앞둔 서울역북부역세권과 지난달 착공한 광운대 물류부지 개발사업이다.
'강북의 코엑스'로 평가받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은 서울시가 코레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2008년 기본구상을 발표한 데서 시작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의 중도포기로 10년 넘게 사업이 표류했다. 서울시는 2018년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토지소유자인 코레일에 제안했고 2019년 한화가 해당 개발사업 우섭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어 협상조정협의회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용도변경과 공공기여 등 주요 쟁점을 논의한 뒤 2021년 3월 개발계획안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해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도 마쳤다.
이곳 공공기여는 용도지역 변경으로 인한 용적률의 증가 등 '도시계획 변경'에 따른 토지가치 상승분 범위 내 최고 금액인 3390억원이 적용됐다. 구역 내 공공시설 설치 금액은 689억원 규모다. 대상지에서 서울로7017, 서울역광장 등을 잇는 연결브릿지를 조성하고 북부역세권 내 건축물(363억원) 등이 해당한다. 오피스 2, 6, 7층에 공공업무시설이 조성된다. 구역 외 공공시설 등을 설치하는 비용으로는 2701억원이 활용된다.
서울역 북부역세권개발 사업은 철도 유휴부지인 서울 중구 봉래동2가 일원에 마이스(MICE) 시설과 오피스, 호텔, 오피스텔 등을 건립하는 복합개발사업이다. 연면적 약 34만㎡에 지하 6층∼지상 39층, 건물 5개동이 들어선다. 한화 컨소시엄은 2조1050억원 규모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을 마치고 이달 내로 착공에 들어간다. 준공 예정은 2028년이다.
광운대역 물류부지 개발사업은 서울시가 사전협상 과정에서 낙후된 지역의 자립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심한 대표 사례다. 단순한 물리적 개발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기업 유치'를 통해 지역이 지속가능한 자생력을 갖도록 유도하는 데 집중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8년까지 본사 이전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개발사업 일부를 분양하지 않고 직접 보유, 운영하면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기로 시와 협의했다.
부지 일대는 그간 물류시설로 인해 동서지역이 단절됐을 뿐 아니라 시설 노후로 분진․소음이 발생하는 등 기피지역이었다. 서울시는 사업시행자와 사전협상 과정에서 해당 지역 내 부족했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규모 업무시설과 판매시설이 들어설 때 해당 지역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서울시에서 논의해왔고, HDC현산이 사업자로 선정된 후 현산 측도 내부적으로 본사 이전을 계속 검토해오며 성사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9년 5월 토지소유주 코레일과 사전협상에 돌입, 2021년 3월 협상을 마무리해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이곳은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2017년 6월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20년부터 사전협상에 착수해 지난해 11월 마무리하며 도시관리계획이 최종 결정고시됐다.
최근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된 지 15년 만에 착공에 들어갔다. 총 사업비 4조5000억원에 달하며 약 15만㎡ 규모의 철도시설 부지에 주거·호텔·쇼핑몰·오피스 등이 복합 개발된다.
시는 광운대 물류부지 개발을 계기로 '균형발전형 사전협상'을 신설했다. 대형 유휴부지만 남은 채 일자리, 상업시설 등 인구 유인 수요가 부족했던 강북 지역 중심으로 사전협상제도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강북권역의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사업 추진 가속화를 유도한다. 균형발전형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되면 '일자리 창출 용도' 도입 비율에 따라 공공기여 비율도 최대 50%까지 완화해준다. 협상기간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다. 동북·서북권 내 지역 활성화가 필요한 8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우선 선정한다.
특히 앞으로는 민간사업자가 납부하는 현금 기부채납을 강남북 균형개발을 위한 재원으로도 사용할 방침이다. 과거 국토계획법에선 공공기여금을 개발사업지가 위치한 자치구 내 공공·기반시설에 쓰도록 규정했지만, 서울시의 꾸준한 요청으로 시행령이 개정됐다. 즉 강남에서 사전협상 민간개발을 통해 얻은 공공기여금을 기반시설 확충이 시급한 타 자치구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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