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발해인프라펀드 청약 미달, 주관사 인수 부담은KB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 등 주관사단…배당 안정성, 주가 하향 안전핀
양정우 기자공개 2024-11-28 07:24:40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반 청약에 실패한 KB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주관사단의 인수 부담에 관심이 쏠린다. 발해인프라는 연말 기업공개(IPO)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IPO 흥행몰이에 실패했다.다만 상장 주관사단이 짊어진 인수 부담의 정도가 다른 IPO 딜과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관사가 미청약 물량을 모두 떠안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인프라펀드 IPO로서 특유의 배당 안정성이 주가의 하향 마지노선을 지탱해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공모 철회 릴레이 속 상장 강행…800억 가량, 주관사단 몫
발해인프라는 오는 29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 맥쿼리인프라에 이은 두 번째 공모 인프라펀드이자 국내 첫 토종 인프라펀드로서 이목을 끌었으나 공모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8일부터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3.99대 1을 기록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때문에 펀드 운용사인 KB자산운용은 상장 주관사단과 협의해 공모 예정액을 2000억원(2380만9524주)에서 1600억원(1904만7620주)으로 20% 축소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그 뒤 실시한 일반 청약에서도 경쟁률은 약 0.26대 1에 불과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연말 IPO 시장이 한파에 시름하면서 상장예비기업마다 공모 철회를 선택했던 타이밍"이라며 "하지만 해외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예상 밖의 호의적 반응이 이어지면서 공모 강행을 선택했던 딜"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일반 청약의 실패로 주관사단이 나머지 물량을 인수하는 수순을 밟았다"고 덧붙였다.
발해인프라는 전체 공모금액 1600억원 가운데 60%인 960억원을 일반 청약으로 모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종 배정은 134억원에 그쳤고 나머지 826억원은 상장 주관사단의 몫으로 남았다. 당초 인수 비율은 대표주관사(KB증권)가 60%, 공동주관사 2곳(키움증권, 대신증권)이 각각 25%, 15%로 책정됐다.
◇청약 실패 잔혹사와 다른 부담…3년 간 7.7% 배당수익률 제시
티이엠씨 등 상장예비기업의 청약 실패 탓에 오랜 기간 속앓이를 했던 증권사가 적지 않다. 기관 수요예측에 따라 공모가는 확정됐는데 이 가격이 비싸다고 외면한 일반 투자자가 주를 이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증시 입성 후 단기간 주가가 급락하면서 오랫동안 반등하지 못해 하우스 내부 실적에 부담을 안겼다.
다만 발해인프라의 경우 주관사의 인수 부담이 여느 IPO 딜과 다르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인프라펀드 IPO이기에 주가 하향의 한계선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향후 3년 간 공모가(8400원) 기준 7.74%의 배당수익률을 제시한 만큼 이 현금흐름만으로도 적자 상장사와 달리 가격의 마지노선이 성립할 수 있다.
여기에 유료 도로(신대구부산고속도로, 수원 외곽순환도로)와 터널(서울 용마터널)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고 있는 게 리츠 등 다른 상장 상품과 차별된 대목이다. 기준 금리와 부동산 가격의 부침에 따라 리츠의 주가도 요동칠 수밖에 없으나 인프라펀드는 SOC에서 나오는 캐시플로우가 주식의 가치를 결정한다. 이런 SOC의 이용은 경기 사이클과 상관 관계의 강도가 약한 편이다.
금리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시기 레버리지에 대한 제한이 강한 것도 강점이다. 리츠의 경우 차입 한도 비율이 자기자본의 200%인 반면 발해인프라의 차입 한도 비율은 자본금의 30%로 제한돼있다. 금리 급변에 따른 운용 위험성이 뚜렷하게 낮은 셈이다. 물가연동 수익 구조로 고물가 상황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인프라펀드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도 주가의 변동 폭이 통상적인 상장사보다 작은 것으로 분석된다. 맥쿼리인프라 역시 지난해 배당수익률이 6.2%로 집계돼 대표적 배당주로 분류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선 배당의 수취를 전제로 삼은 뒤 저가 타이밍에 매수해 캐피탈 게인까지 노리는 전략을 갖는다. 배당 안정성이 주가 하락의 안전핀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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