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거듭한 웨이브, 2000억 CB 상환 '막전막후' 막판 협상 끝 2500억 차환 발행, SKS PE-미래에셋벤처 '명분·실리' 챙겨
이영호 기자공개 2024-12-05 08:15:13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15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콘텐츠웨이브(이하 웨이브)가 2019년 말 발행했던 2000억원 어치 전환사채(CB) 전액을 상환했다. 차환 목적으로 신규 CB를 발행하면서다. CB 만기에 맞춰 발행사가 투자금을 상환하는 상황은 흔하다. 다만 웨이브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회사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긴박하게 돌아갔던 탓이다.발행사와 재무적투자자(FI) 간 협상에도 복잡한 셈법이 오고갔다. 특히 CJ그룹 산하 티빙과의 합병이라는 현안 이슈와 맞물려 양측은 여러 시나리오를 올려두고 만기 직전까지 머리를 맞대야만 했다.
2일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웨이브는 25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하며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모회사인 SK스퀘어와 더불어 CJ ENM이 투자유치에 참여했다. 이로써 웨이브 CB 투자자인 SKS프라이빗에쿼티(PE)-미래에셋벤처 PE는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들이 돌려받은 금액은 도합 3000억원가량이다. 상장 페널티로 내부수익률(IRR) 9%가 적용된 결과다. 이 금액은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협상의 주요 쟁점이기도 했다.
SK스퀘어와 FI 진영은 올 상반기부터 6개월 이상 협상 채널을 가동했다. 당초 합병 법인 출범 후 상환을 목표로 CB 만기, 만기 이자율, 상환 방법 등을 폭넓게 협의했다. 협상 분위기는 줄곧 우호적인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만기 상환에 이르는 과정은 지난했다. 수시로 바뀌는 웨이브의 합병 과정이 변수였다.
유력 방안이던 합병 후 상환 시나리오는 하반기가 다가올수록 현실성을 잃어갔다. 각사 주주사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심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합병에 이의를 제기한 KT와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합병 본계약이 연말 혹은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합병이 불투명해지는 기미를 보이자 협상 방향도 달라졌다. 우선 FI 진영은 발행사 상환 의지를 확인하고 싶어했다는 전언이다. 합병 불발 후 웨이브가 CB 원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FI 측 최대 리스크였기 때문이다. 이에 웨이브는 지난 5월경 500억~600억원 CB를 우선 상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FI의 CB를 어떻게든 갚겠다는 의지로 비춰질만한 대목이었다.
CB 만기가 다가올수록 만기 연장 여부도 결정해야만 했다. CB 만기를 늦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한때 CB 만기 시점을 연말까지 한 달가량 일시 늦추는 방안으로 기울었지만 발행사 최종 선택은 만기 연장 없는 상환이었다.
KT 협상 이슈가 돌출되면서 연말 합병 타결마저 장담할 수 없었던 탓이다. 또 이미 CJ 측이 CB 상환을 분담하기로 결정된 터였다. 웨이브로선 만기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없었다. 양사 합병은 반드시 타결된다는 양 그룹의 의지를 드러내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SKS PE-미래에셋벤처 PE도 웨이브에 상당부분 양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FI 진영은 웨이브의 CB 발행 비토권을 쥐고 있었으나 큰 이견 없이 후속 자금조달에 동의했다. 웨이브는 5년 전보다 전환가액을 크게 낮춰 25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다. 2019년 CB 전환가액은 22만9658원이었지만 이번 전환가액은 3만9745원이다. 사실상 '다운 라운드'로 선행 투자자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을 지는 형국이었다.
대신 두 운용사는 CB 상환 협상을 매끄럽게 마무리 지으며 SK그룹과의 관계망은 다시 한번 다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정됐던 투자금을 회수해 실리를 챙겼고, SK그룹과의 관계성을 강화하며 명분도 챙겼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SKS PE와 미래에셋벤처 PE는 향후 합병 법인의 자금조달 작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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