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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HD현대 화해와 경쟁 사이]HD현대중공업이 잘하는 것, 한화오션이 잘하는 것②수상함 HD현대, 잠수함 한화오션…멀티역량 속 글로벌·규모의 경제 노린다

허인혜 기자공개 2024-12-05 08:24:33

[편집자주]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상대방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며 화해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을 두고 치열한 경쟁 중인 양사가 돌연 화해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해상 방산 시장의 확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러브콜 등 조선과 방산 사업을 둘러싼 글로벌 분위기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방위사업청 사업뿐 아니라 글로벌 방산·조선 수주에 도전장을 낼 만큼 회복한 두 기업은 경쟁할 때는 경쟁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손을 맞잡는 '원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불필요한 갈등은 덜어낸다는 전략이다. 더벨이 한화오션과 HD현대 사이 분위기 변화와 배경, 남아있는 경쟁과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3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원팀' 전략을 구사하려는 목표는 규모 확대와 서로의 장점 활용이다. 규모의 확대는 양사의 원팀 전략만으로도 담보된다. 설비투자에 양사가 투자한 금액은 올해만 1조원에 달한다.

활용할 수 있는 각자의 장점도 뚜렷하다. 한화오션은 잠수함에서, HD현대는 수상함에서 뚜렷한 초기 족적을 남겼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 시작된 양사의 수주전은 각각 고유의 경쟁력을 구축하는 한편 서로를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특화 분야의 장점을 그대로 승계하는 한편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제 잠수함과 구축함, 호위함 등 전 영역에서 글로벌 수주전에 뛰어들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수상함 이끌어온 HD현대, 잠수함 명가 한화오션…'멀티 역량' 기대

그동안의 레코드로만 각사의 장점을 평가한다면 한화오션은 물 밑에서, HD현대는 물 위에서 잘 하는 방산기업이다. 다만 최근 수주전은 잠수함과 수상함을 막론하고 뛰어들고 있다. 두 곳 모두 업력을 쌓으며 최근에는 잠수함과 수상함을 모두 건조할 만한 실력을 갖췄다.

HD현대중공업은 1975년 국내 최초의 전투함 '울산함'을 개발한 바 있다. 국내 첫 2000톤(t)급 한국형 호위함으로 그때만 해도 100t 안팎의 소형 경비정이 주를 이루던 해상 환경을 바꿔놓게 된다.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함(KDX-III Batch-II) 3척을 포함해 이지스함 5척을 진수했다. KDX-II 구축함 3척, 호위함 12척, 초계함 6척, 경비·구난함 31척, 지원함 7척, 수출함 14척 등 잠수함을 빼도 100척에 가까운 함정을 만들고 판매한 경험을 갖췄다.
HD현대중공업이 해군에 인도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III Batch-II) 1번함 '정조대왕함'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은 잠수함을 잘해왔다. 1982년 독일 유학으로 기술 물꼬를 튼 뒤 1987년 1차 잠수함 건조 사업의 시작부터 2000년대 들어서까지의 수주를 싹쓸이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Ⅰ~장보고 III의 건조 성과를 모두 자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해군에 1400t급 잠수함 등 세 척을 인도하며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잠수함을 수출한 나라가 됐다. 이 수출 성과가 잠수함에서는 유일한 수출 성과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수상함 수출 척수만 보면 HD현대가 앞선다. 모두 18척을 수출한 기록이 있다. 뉴질랜드부터 방글라데시, 베네수엘라, 필리핀, 페루 등이다. 규모면에서는 네덜란드 군수지원함 아오테아로아함이 2만6000t으로 가장 크다. 한화오션은 9척을 수출했다. 최대규모 선박은 역시 군수지원함으로 2만6000t 규모다.

◇수출로 방향타 돌린 양사, 현지 네트워크·설비 확대

HD현대와 한화오션이 최근 초점을 맞춘 부문은 해외와의 네트워크다. 내수와 수출 비중이 9:1에 달했던 과거 매출에서 탈피해 수출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역량이 현지 네트워크와 가능하다면 현지에서 생산할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올해만 현지 관계자가 양사의 생산기지를 찾거나 수출 국가, 기업 등과 잇따라 파트너십 협약을 맺었다.

한화오션은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에 네트워크와 현지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미국 현지에서 신조 건조의 발판을 만들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두고서는 군 관계자의 투어를 통해 캐나다에 대한 기술이전 계획 등을 전했다.
캐나다 해군총장 앵거스 탑시(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달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을 방문해 한화오션 경영진으로부터 잠수함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영국 방산 회사인 밥콕 인터내셔널 그룹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으로 폴란드와 캐나다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 밥콕은 2022년 폴란드 호위함 사업을 수주했고 2008년 이후 캐나다 해군의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에 대한 유지보수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HD현대는 페루를 통한 중남미 네트워크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페루 국영 시마조선소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페루 해군에 최적화한 잠수함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향후 15년간 페루 정부 및 해군과 전략적 파트너로서 후속 함정 사업에 대해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확보했다.

◇방산 투자 쏟아붓기…규모의 확대 속 커지는 가격 경쟁력

한화오션은 출범 후 유상증자를 통해 1조5000억원을 마련했다. 이중 4200억원을 해외 방산분야 생산 거점과 지분 확보를 위해 쓰겠다는 목표다. 미국 필라델피아주 필리조선소 인수에 한화시스템과 함께 1억달러를 투입했다. 한화 약 1400억원으로 아직 투자 여력이 남아있다. 거제 함정 건조시설에 대한 투자도 언급됐다.

HD현대는 수주 목표치를 높인 만큼 보완 투자와 스마트조선소 시설 투자 등으로 특수선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2년 대전환을 위한 5개년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21조원 중 스마트조선소 등에 1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원팀 전략을 세우며 원가경쟁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주 호위함 사업 수주전만 하더라도 한화오션과 HD현대의 가격경쟁력이 월등했고 기술력에서는 뒤쳐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일본과 독일이 제시한 호위함 가격이 7000억~8000억원 수준이었다면 한화오션과 HD현대의 함정들은 약 3500억~4000억원 사이였다. 체급의 차이 등은 있었지만 호주가 제시한 기준 안에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호주 잠수함 입찰에서도 HD현대와 한화오션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배경 중 하나는 가격 경쟁력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팀을 구성해 각자 강점이 있는 부분에서 협력한다면 원가경쟁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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