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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HD현대 화해와 경쟁 사이]'경쟁할 땐 하고' 해넘어간 KDDX 수주 2라운드③'양보 못할 규모' 단독지정 바라는 HD현대중공업, 경쟁하자는 한화오션

허인혜 기자공개 2024-12-06 07:42:36

[편집자주]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상대방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며 화해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을 두고 치열한 경쟁 중인 양사가 돌연 화해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해상 방산 시장의 확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러브콜 등 조선과 방산 사업을 둘러싼 글로벌 분위기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국내 방위사업청 사업뿐 아니라 글로벌 방산·조선 수주에 도전장을 낼 만큼 회복한 두 기업은 경쟁할 때는 경쟁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손을 맞잡는 '원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불필요한 갈등은 덜어낸다는 전략이다. 더벨이 한화오션과 HD현대 사이 분위기 변화와 배경, 남아있는 경쟁과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4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화해모드가 조성됐지만 전적인 것은 아니다. 경쟁할 입찰에 대해서는 계속 다투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대표적이다. 양측의 고소전을 취하하면서 법적 리스크는 덜어줬지만 불필요한 다툼을 그만두겠다는 의미로 입찰 경쟁은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양사가 KDDX 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건 사업성과 의미 모두 확실해서다. 여전히 내수 비중이 높은 데다 KDDX는 국내 사업 중에서도 규모가 조단위로 크다. 또 KDDX를 연결고리 삼아 차후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다만 변화한 환경 속에서 방위사업청의 결정이 속도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데는 업계의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매듭짓기로 돼 있던 KDDX 사업자 선정이 내년으로 해가 넘어가면서 국내 전력화 시기와 해외 대형 수주전 등에 집중할 시간이 빠듯하다는 주장이다.

◇왜 KDDX는 계속 다툴까

KDDX는 7조8000억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화오션과 일본과 독일이 국가 차원에서 도전했던 호주 호위함 사업(SEA 3000) 입찰이 10조원 규모였으니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도 손에 꼽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게다가 방위사업청의 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외에는 입찰 적수가 없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해상 방산 부문 매출액의 절대적 비중은 국내 방위사업청에서 나온다. 각사의 특수선 부문 매출액이 아직까지 3~10% 수준인 만큼 내수와 수출의 비중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주요 관계자들의 설명 등을 참고하면 내수가 9할, 수출이 1할 수준으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또 국가 용역사업인 KDDX는 각 단계의 입찰을 선점하는 게 다음 단계의 입찰 성패를 가를 만큼 중요하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향후 수년간 매출액을 좌우할 만한 핵심 수주전이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단계 중 어느 하나도 내홍없이 넘어가지 않았다.

KDDX의 용역 과정은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후속함 등의 단계로 나뉜다. KDDX의 경우 2012년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이 개념설계를 맡았고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의 낙찰을 받았다. 2020년 경쟁에서는 0.056점의 차이로 HD현대중공업이 이겼다. 관례와 관계 법 등에 따라 통상 기본설계를 담당한 회사가 이후 단계까지 담당한다.

◇경쟁하자는 한화오션, 단독지정 바라는 HD현대중공업

결과를 보면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경쟁에서 승리했다. 따라서 수의계약을 거쳐 자연스럽게 같은 곳이 KDDX 사업을 끌어가는 것이 예상됐다.

복병은 잘 알려진 것처럼 HD현대중공업 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혐의였다. 대법원이 유죄를 결론 지었고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자격을 문제 삼았다. 방사청은 지난 2월 말 KDDX 사업 입찰 제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화오션은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산업체 지정 신청'을 제출했다. 산업부의 결정에 달렸다. 복수업체를 선정하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할 토대가 마련된다. 이후 방사청이 수의계약이냐 경쟁입찰이냐를 정해 사업을 추진한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고소 취하를 환영하면서도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도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KDDX 사업이 관례대로 단독 수의계약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더 늦어지면…"다툼에 경쟁력 하락 우려"

기업간 경쟁에 더해 방사청도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서 KDDX 사업도 미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어느 쪽의 결단이든 방사청과 산업부가 빠르게 내려주기를 기대하는 중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소재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각 기업을 변호하며 선택을 촉구한다. 이후 행정적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미 늦은 결정으로, 시일이 계속 미뤄질 수록 글로벌 수주전에서 양사의 경쟁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돼 KDDX 사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반면 한화오션을 지지하는 박종우 거제시장은 군사기밀 유출 등을 근거로 "산업부와 방위사업청은 KDDX 사업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입찰해야 한다"고 했다.

방사청은 최근 국방부 기자단 초청 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에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착수를 목표로 추진하겠다"며 "사업추진방안은 관련법규에 따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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