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ADC' 리포트]셀트리온 홀린 피노바이오, 비결은 3세대 변형 페이로드④페이로드-항체 결합 비율이 자유자재 설계 가능, 물질 2종 내년 임상 돌입
김진호 기자공개 2024-12-05 09:28:29
[편집자주]
항체약물접합체(ADC)를 겨냥한 K-바이오에 대한 시장 주목도가 높다. '엔허투'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글로벌 ADC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중무장한 국내 바이오텍들이 '기술이전' 딜 등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빅파마와의 딜을 체결한 리가켐바이오를 비롯해 국내 바이오 맏형격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저마다 각자의 방식대로 전략적 투자 및 협업으로 역량을 키우고 있다. 더벨은 ADC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한 K-바이오의 전략을 차례로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4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체와 페이로드를 링커로 연결한 ADC는 무기로 따지면 정밀 폭격기다. 암세포의 항원을 항체가 인식하면 링커에서 풀린 페이로드가 살상 공격을 퍼붓는다. 이 때 페이로드가 가진 물질적 특성과 그로 인한 항체와의 결합 비율은 ADC의 효능과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한국화학연구원에서 연구원창업을 통해 설립된 피노바이오는 페이로드 발굴에 드라이브를 건다. 직접 개발한 ‘PBX7016’은 캄토테신 계열의 3세대 페이로드를 변형해 만든 물질이다. PBX7016과 최적화된 링커 기술을 사용하면 타깃 암종과 항체에 따른 결합 비율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셀트리온과 1조7000억원 규모로 ADC 개발 및 옵션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셀트리온은 PBX7016를 적용한 ADC 2종의 전임상을 마치고 내년 임상 진입을 예고했다. 피노바이오는 자체 플랫폼으로 국내외 기업과 협력하면서 듀얼 페이로드 ADC 등 더 발전적인 플랫폼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페이로드 DAR은 ADC 효능·부작용 모두 좌우
ADC 신약의 핵심은 페이로드와 항체에 적정 결합 비율을 찾는 일이다. 이를 '약물항체결합비율(DAR)'이라고 부른다.
1세대 링커는 항체에 붙는 페이로드의 개수가 0~17개까지 무작위로 결합하기 때문에 효능과 부작용을 제어하기 어려웠다. 페이로드가 전혀 붙지 않는 ADC와 10여개 이상 붙은 ADC가 공존할 수 있는 셈이다. DAR이 균등하게 유지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ADC의 효능과 부작용을 제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나온 2세대 링커 기술은 선택적으로 페이로드를 결합시킬 수 있게 됐다. 그러던 중 적정한 DAR을 찾기 위해 페이로드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이 강하게 부각되는 사건이 있었다. 2013년 미국에서 승인된 유방암 치료제 ‘캐사일라’의 효능을 6년 뒤 나온 ‘엔허투’가 크게 뛰어넘으면서다.
엔허투의 객관적반응률(ORR)은 33%로 여러 항암 지표에서 캐사일라를 능가했다. 그런데 이 두 약물 구성면에서 차이가 많지 않았다. 우선 두 약물에는 트라스투주맙이라는 항체가 뼈대로 쓰였고 각각의 개발사가 만든 2세대 수준의 링커 기술이 적용됐다.
단 하나 분명한 차이점은 페이로드였다. 캐사일라와 엔허투에는 각각 DM1과 DXd라는 물질이 쓰였다. 일반적으로 DM1은 튜블린 생성 저해제이며 1, 2세대 페이로드에 속한다. DXd는 국소이성질화효소Ⅰ(Top1) 억제 기전을 가진 3세대 페이로드다.
DM1의 암 살상능력은 기본적으로 DXd 대비 10배 이상이다. 업계선 DM1을 슈퍼톡신이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 워낙 강한 공격력이 있어 여러개가 하나에 항체에 붙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캐사일라에 적용된 DAR은 3.5로 설정됐다. 항체 하나에 DM1이 평균적으로 3.5개 붙은 ADC하는 의미다.
반면 엔허투의 DAR은 8에 달한다. 비교적 약한 페이로드를 여러 개 붙여 효능을 높인 것이다. 엔허투 역시 부작용 문제가 거론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미 허가된 만큼 엔허투와 비슷하거나 그 이하의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효능면에서 우수성을 나타내는 페이로드와 적정 DAR을 찾는 것이 ADC 설계에 핵심이다.
◇3세대 페이로드 캄토테신 변형체가 PBX7016 확보
피노바이오는 엔허투에 쓰인 것과 같은 캄토테신 계열의 3세대 페이로드를 개선한 PBX7016을 확보했다. 해당 페이로드와 결합하는 링커 기술까지 확보하며 'PINOT-ADC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PINOT-ADC 플랫폼은 피노바이오가 가진 ADC 기술을 통칭한다. 페이로드는 물론이고 페이로드와 결합하는 뒷단의 링커를 제작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항체 부위와 결합하는 링커의 화학반응을 담고있는 플랫폼 중 대표적인 것이 리가켐바이오의 '콘주올'이다. 피노바이오는 이 부분의 기술 대신 페이로드와 결합하는 링커의 화학반응을 개발해 PBX7016 등에 최적화하는데 성공했다.
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는 "우리 플랫폼을 쓰면 타깃이나 암종 특성에 따라 ADC의 DAR을 2부터 8까지 자유자재로 확보 가능하다"며 "항체를 ADC로 만들 때 나타나는 물성 변화를 최소화하면서도 효능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노바이오의 기술을 눈 여겨본 셀트리온이 2022년 10월 선급금 10억원을 주고 최대 15개의 ADC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실시 옵션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15개의 옵션을 모두 행사할 경우 계약의 규모는 총 12억 4000만달러, 당시 우리돈 1조7000억원으로 커진다.
이외에도 피노바이오는 미국 컨쥬게이트바이오와 지난해 PINOT-ADC로 발굴한 15개 물질의 개발 권리에 대해 32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도 맺었다.
◇셀트리온과 합심, 선도물질 내년 임상 진입 전망
피노바이오는 셀트리온과 함께 개발한 물질이 실질적인 임상 성과를 올리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자사의 플랫폼의 우수성을 검증할 수 있어서다.
양사 협력은 각자 잘하는 기술을 융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셀트리온이 항체 및 이와 결합하는 부위의 링커 기술을 담당하고 피노바이오는 페이로드와 그 결합 부위의 링커를 제공해 ADC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탄생한 물질이 'PBX-CT-01'과 'PBX-CR-02'이다. 9월 셀트리온이 이들 2종에 대해 옵션을 행사하면서 현재는 'CT-P70'과 'CT-P71'로 불리고 있다. 모두 피노바이오의 PBX-7016가 페이로드로 적용됐다.
CT-P70은 c-MET 타깃 ADC이고 CT-P71은 Nectin-4 타깃 물질이다. 두 타깃이 모두 방광암, 폐암, 유방암 등 여러 고형암종에서 널리 나타나기 때문에 적응증 확장성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CT-P70에 대해 c-MET 중간 발현 비소세포폐암 등에 대한 전임상 연구를 수행했다. 또 CT-P71 관련해서는 Nectin4 중간~고발현 유방암에서 전임상 연구를 완료했다. 해당 단계에서는 안전성과 효능이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정 대표는 "우리 기술로 얻은 ADC 물질의 우수성이 확인되고 있다"며 "두 가지 페이로드를 함께 쓰는 듀얼 페이로드 ADC 등으로 발전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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