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변수된 계엄 후폭풍, 흔들리는 방산 협력 기조[방산] "협상 주도권 내줄 수도"…정권 교체 시엔 외교적 기조 변화 가능성
이호준 기자공개 2024-12-12 13:59:54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0일 09: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칫 끌려다닐 수 있어요."한 군사 전문가가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트럼프 2기'와 맞물려 초래할 부정적 파급력을 경고한 내용이다.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들 역시 협상력을 유지하려면 정국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 해도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대통령의 퇴진이 외교 기조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추후 한·미 동맹의 발전 방향이 양국의 방산업 협력 확대 여부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거래 주도할 리더십 부재…"협상 주도권 내줄 가능성"
그간 국내 방산업계는 트럼프 2기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반색해 왔다. 트럼프 2기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할 계획을 밝힌 것이 그 배경이다. 이는 미국 군대 재건과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내세운 대선 공약에 따른 것으로 지난 트럼프 1기 때도 취임 첫해 국방비가 약 10% 증가한 바 있다.
이에 방산업계에도 미국 본토 진출에 기대감이 일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 대상자 선정을 노리고 있다. LIG넥스원은 대함 유도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고등훈련기(UJTS) 사업에 참여를 추진 중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1월 초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분야에서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한화오션과 HD현대가 미 MRO 사업 수주 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산 수출은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상대국의 신뢰를 필요로 한다. 이 신뢰는 단순 수출 레코드를 넘어선다. 엄격한 보안과 기술 관리가 요구되는 만큼 상대국과의 안정적인 협력 관계와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나라마다 원하는 무장의 종류나 제원이 천차만별이다. 해당 국가가 원하는 사양과 장기적 전략이라는 큰 그림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협상을 통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조율해야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으로 인해 이러한 거래를 주도할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다. 협상이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할 수 있으나 진행된다 해도 협상 과정에서 끌려가거나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운 판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연구위원은 "비상계엄을 국회가 빠르게 해제한 것은 R그나마 한국이 비정상적 상황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음을 세계에 알린 사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 "미국과 협상 테이블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시점에 정부의 총괄 기능이 부재하다"며 "이로 인해 협상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외교 정책 변화 주목…협력 체계 전면 재조정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고 해도 걸림돌은 있다. 퇴진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은 단순 내부 문제를 넘어 외교 정책의 연속성을 흔들 공산이 크다.
방산 수출은 외교적 협력과 정책의 결과물이다. 실제 지난해 노르웨이 정부는 독일 레오파르트와 현대로템 K2 전차를 비교한 끝에 성능과 가격 면에서 우위에 있던 K2를 배제하고 외교적 고려 끝에 레오파르트를 택했다고 밝혔다. 이는 방산 협력에서 외교적 안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윤석열 대통령은 평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와의 연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퇴진 이후 관련 공무원들이 외교 노선을 유지하더라도 자신감을 갖고 기존 정책과 방산 협력 프로젝트를 일관되게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탄핵 정국이 현실화된다면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도 보인다. 이 경우 외교 정책 기조가 바뀌거나 기존 협상 전략이 약화돼 방산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게 되면 그동안 정부의 지원을 기반으로 구축된 방산 협력 체계도 전면적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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