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한국정보인증, '25년 인연' 삼성SDS와 결별④강력했던 협업 시너지, 세월 지나며 효과 '약화'
최현서 기자공개 2024-12-19 13:02:04
[편집자주]
해킹의 고도화로 개인정보를 비롯해 기업, 정부의 기밀 유출 위협이 커진 시절이다. 특히 이들 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보안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 과거 벤처 열풍을 타고 탄생한 보안기업 경우 실적이 주춤하거나 주가가 저평가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의 기술력 강화뿐만 아니라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6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정보인증의 오랜 파트너 중 하나는 삼성SDS다. 한국정보인증이 세워질 때부터 출자했던 곳이다. '상부상조'하면서 인증 사업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삼성SDS 임직원이 한국정보인증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며 경영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그랬던 삼성SDS는 올해 초 한국정보인증 기타비상무이사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5월에는 주식 전량을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에게 털어냈다. 한국정보인증의 인증 사업 영역을 이제 삼성SDS 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가 충분한 기술력을 갖춘 만큼 양사의 인연은 올해로 끝맺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범부터 함께 한 양사
한국정보인증과 삼성SDS의 인연은 창립 원년인 1999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삼성SDS를 비롯해 SK텔레콤,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10개 법인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당시 이들은 각각 20억원을 투입해 한국정보인증 주식 40만주를 확보했다. 지분율은 모두 10%씩이었다.
한국정보인증이 사업 초기 '주인 없는 기업'이었던 이유는 정부의 의도 때문이었다. 당시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자서명 사업의 핵심을 '신뢰성'으로 꼽았다. 온라인 인감 역할을 맡을 기관은 전자상거래 기업과 연관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시행령을 통해 분명히 했다.
컨소시엄도 그런 의미의 연장선이었다. 정부는 인증 사업에 관심이 많은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실천했다. 그 과정에서 삼성SDS가 참여했다.
삼성SDS가 한국정보인증 지분을 투자한 이유는 사업 시너지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과거에도 시스템 통합(SI) 사업을 해왔다. 그런 만큼 사업 특성상 계약자와 민원인의 신분, 문서의 진위 등을 보증할 체계가 필요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한 미국의 '베리사인' 제품 수수료는 비쌌다. 당시 베리사인의 SSL 인증서는 제품에 따라 연 수십만원에서 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고 알려졌다. 한국정보인증의 체계는 베리사인보다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크게 밀리지 않았다.
한국정보인증에도 삼성SDS의 투자는 '호재'였다. 사업 초기 한국정보인증은 인증서를 대신 발급할 '등록대행기관(RA)'을 찾기 어려웠다. RA가 고객에게 인증서를 제공해야 사용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기에 RA는 인증 사업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비금융권에만 사업할 수 있었던 사업 초기 제약으로 인해 RA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SDS는 한국정보인증의 'RA 결핍'을 일부 해소해 주는 역할을 했다. 일례로 삼성SDS는 2000년 조달청의 '전자입찰시스템', 2002년 '전자민원창구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면서 한국정보인증의 공인인증서 체계를 도입했다.
양사는 국내에 공인인증서가 보편화되자 공인인증서의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했다. 국내 시장이 점유율 변화가 거의 없는 과점 시장 형태로 변했기 때문이다. 2006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사업의 일환으로 베트남에서 보안성 평가인증센터 구축 타당성을 함께 조사했다. 2009년에는 전자조달시스템에 필요한 인증 시스템 구축 투자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생체 인증 기반 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양사는 2015년 4월 FIDO(Fast IDentity Online) 기반 지문인증 공동 사업 SW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FIDO는 지문, 홍채, 정맥 등 이용자의 생체나 행위 정보를 이용하는 인증 기술 표준이다. 그해 8월 삼성페이에 지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인증사업 '홀로서기'로 끊어진 관계
삼성SDS는 한국정보인증 경영에도 영향력을 보유했었다. 설립 당시 삼성SDS를 비롯한 주주들은 한국정보인증의 지분을 나눠 가지면서 이사 지명권도 확보했다. 삼성SDS는 이를 꾸준히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S는 최소 2008년부터 한국정보인증 이사회의 한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주로 경영지원총괄이나 기획팀 등 삼성SDS의 사업 전략을 계획하는 부서의 임직원이 한국정보인증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2021년 3월 삼성SDS 기획팀 팀장인 조상원 한국정보인증 전 기타비상무이사의 임기는 올해 3월 만료될 예정이었다.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삼성SDS 임직원이 선임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예상과 달리 삼성SDS는 올 3월 조 전 이사를 이을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다. 경영에 끼치던 영향력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셈이다. 삼성SDS가 지분을 모두 정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삼성SDS는 이에 대해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5월 삼성SDS는 시간외매도로 지분 전량(200만주)을 한국정보인증의 최대 주주인 '다우기술'에 처분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5000원으로, 총 100억원이다. 1999년에 비하면 지분 가치는 5배 올랐다. 다우기술의 지분율은 39.79%(1662만1207주)에서 43.88%(1862만1207주)로 늘었다.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한국정보인증 역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긴 53.13%(2255만803주)가 됐다.
삼성SDS가 한국정보인증과 이어졌던 25년간의 인연을 접은 이유는 점차 약화되던 양사간 사업 시너지 때문으로 보인다.
2014년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금융 분야에서부터 허물어지자 삼성SDS는 2018년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15개 은행에서 쓸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 '뱅크사인'을 블록체인으로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사용자의 인증 패턴을 학습해 비정상적인 인증 시도를 탐지하는 인공지능(AI) 이상 탐지 기술 '로그기반 인증 이상행위 탐지' 과제를 연구 완료했다.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문자열을 생성한 뒤 이를 본인 인증에 활용하는 특허도 지난해 등록했다. 사실상 한국정보인증이 갖고 있던 기술력과 사업 능력을 삼성SDS가 스스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그로 인해 인연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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