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oard League Table]제약업계 거버넌스는 바이오에 비하면 '열등생'[업종]HK이노엔 101위, 유한양행 149위로 그나마 체면 세워
최은수 기자공개 2025-01-14 07:12:59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Board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약사들 앞엔 '전통'이라는 수식어가 덧붙는다. 업력이 오래됐다는 의미도 있지만 거버넌스에선 취약하다는 점도 보여준다.대부분 제약사들이 오너십 관행을 중시하면서 이사회 구성에 대해선 소홀했다. 평가 결과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곳이 없었다. 태생이 늦은 바이오텍들의 거버넌스가 오히려 더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100위 내 제약사 전무, HK이노엔·유한양행 선전
theBoard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 결과 국내 상장한 코스피 상장사 400개, 코스닥 상장사 100개 총 5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총점이 높은 '제약사'는 HK이노엔이었다. 제약사엔 바이오·헬스 기업 중 바이오테크놀로지 또는 헬스케어 사업이 아닌 제약업(케미컬 신약·제네릭)에 주력하는 기업을 포함했다.
이사회 평가를 통해 구분한 500대 기업 가운데 바이오·헬스 기업은 총 60개로 구분됐다. 전체의 12%에 해당한다. 중복으로 지정된 분류를 제외하면 각종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속하는 산업재(93개, 18.6%) 다음으로 바이오·헬스 상장사가 많았다.
HK이노엔의 총점은 157점을 기록했다. HK이노엔은 CJ의 제약자회사인 CJ헬스케어를 콜마그룹에서 2018년 인수했다. 2021년 8월 상장했으며 제30호 국산신약이자 국내 첫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인 케이캡(K-CAB)을 앞세워 사세를 빠르게 키웠다. 2024년 연결 기준 약 9000억원의 매출액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HK이노엔은 코스닥 상장사 중 드물게 비교적 상위권에 랭크했다. 이사회 평가 공통 지표로 설정한 6개 항목(△구성 △참여도 △견제 기능 △정보 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 성과)에서 경영성과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균 이상의 점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사회 구성 지표는 평점 4.0점(총점 36점)으로 500개 기업 중 16위였다
HK이노엔의 뒤는 총점 149점을 기록한 유한양행이 자리했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은 항암제 렉라자를 포함해 여러 전문의약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제약기업 중 처음으로 연결매출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제약사 맏형으로 불린다.
다만 제약사별로 순위를 따지는 것을 통해선 그다지 의미를 찾을 수 없어 보인다. 업종별 이사회 평가 점수 최상위인 HK이노엔과 유한양행은 자산이나 매출 순위로 놓고 봐도 상위 제약사인 건 맞다. 다만 500대 상장기업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이사회 평가 점수가 전체순위 100위권 밖에 자리한다.
◇업계 특유의 미비한 거버넌스, 평가 지표 통해서도 관측
제약업계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비롯해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 정립이 잘 이뤄지지 않는 대표적인 섹터다. 특히 제약업계 특성상 업력이 오래됐으며 신약개발을 위한 R&D에 역량을 집중하다보니 폐쇄적인 면이 강하다. 자연스럽게 이사회 선진화보다 오너의 의사결정이나 그립감을 중시하는 사례도 많다.
HK이노엔은 2021년 IPO를 통해 기업공개를 경험하며 한층 투명한 정보공개 프로세스와 양질의 이사회 멤버를 세웠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의 유지를 계승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오너없는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그밖의 제약사들은 애초에 이사회를 포함해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의지 자체가 크지 않아 보인다. 업계 상위인 동아에스티나 JW중외제약 등을 제외한 대부분 제약사들이 평가 결과 중하위권에 위치했다. 매출 순위나 시가총액으로 제약업계 5위 안에 드는 대웅제약 및 지주사 대웅, 녹십자 및 지주사 녹십자홀딩스 모두 200위권 밖이다.
오히려 제약업계보다 태동이 늦은 바이오텍들은 한층 빨리 선진화된 이사회 거버넌스를 택했고 제약사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대조를 이뤘다. 바이오텍 가운데선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상위 100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사회 관련 성과는 500개 기업 가운데 으뜸이다.
바이오·헬스보다 소속 기업이 더 많은 산업재 업종의 평점 등을 통해서도 제약사들의 거버넌스가 미비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제약사의 경우 100위권에 단 한 곳도 자리하지 못한 것과 달리 산업재로 구분된 총 93개 기업들은 20%가 넘는 19곳이 이사회 평가 결과 100위권 안에 자리했다.
*자본시장 미디어 더벨이 이사회와 기업 거버넌스에 특화한 프리미엄 정보서비스 theBoard(https://www.theboard.best/)를 오픈합니다. theBoard에서 거버넌스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와 바람직한 이사회 모델에 대한 혜안을 얻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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