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철강사 생존전략]'신의 한수' 미국 공장, TCC스틸 강달러 수혜 누렸다②영업익 380%↑, 설립 이래 최대…트럼프 정책 변수될지 주목
이호준 기자공개 2025-02-04 07:54:10
[편집자주]
철강 업계의 불황이 일상화되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하위공정에 자리 잡은 무수한 중견 철강사들 사이에서 이 같은 문제의식이 깊게 확산되고 있다. 재무 전략을 수정하거나 반대로 이 상황을 기회로 삼아 투자, 나아가 지배구조 변화를 모색하는 등 여러 움직임이 감지된다. 더벨은 중견 철강사들의 사업 및 재무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2일 15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CC스틸의 행보는 '선도적'이라는 단어로 정리된다. 식음료캔에 쓰이는 주석도금강판과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니켈도금강판을 생산한 것 모두 '국내 최초'다.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운 것도 무려 31년 전의 일이다. 특히 이 시도는 최근 강달러 효과로 공장 영업익이 380% 증가하며 선견지명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쿼터제와 관세 규제 속에서도 확실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업익 380%↑, 배경엔 강달러
철강업계 통상 환경은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급격히 바뀌었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수입산 철강재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산 철강재는 무관세 혜택을 받았지만 수출량은 2015~2017년 평균의 70%인 263만톤(t)으로 제한하는 쿼터제가 적용됐다.
석도강판을 생산하는 TCC스틸도 이 제한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미국은 석도강판 수출을 약 7만톤(t)으로 제한하며 초과 물량을 금지했다. 수출 비중이 매출의 50~60%에 이르는 TCC스틸 입장에서는 성장을 저해하는 장애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대안이 있었다. TCC스틸은 1994년 미국 윌링 피츠버그사와 합작해 오하이오 코팅 컴퍼니(OCC)를 설립하고 현지에 주석도금강판 생산 공장을 세웠다. 일찌감치 현지에서 연간 25만t 규모의 주석도금강판을 미국 내수시장에 꾸준히 공급해왔다. 이는 쿼터제 적용 한도의 세 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현재 미국 내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고 제조업 활동이 확대됨에 따라 현지 철강재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환율 역시 올들어 1400원 중후반 대에서 형성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이익 확대가 예상된다.
TCC스틸 관계자는 "OCC는 현지 공장이며 실제 경영도 미국인들이 담당하고 있어 현지 영업과 대응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며 "쿼터 범위 내에서도 어느 정도 이익을 내고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책 최대 관건…목표는 '판매 루트' 넓히기
TCC스틸에게는 미국 시장 공략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3년 국내로 수입된 중국산 주석도금강판은 총 4만6808t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이 수치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등 해외 수출을 더욱 확대해 내수시장 위축의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TCC스틸은 지난해 미국 내 생산량 부족 및 국가안보상 필요한 품목에 대해 쿼터 물량 외 추가 수입을 허용받는 선별적 쿼터 면제 승인을 획득했다. 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반덤핑 조사 결과, TCC스틸 제품은 가격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정받아 관세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환율과 수요에 더해 자격까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켜봐야 할 변수는 있다. 철강업계는 쿼터제라는 규제의 기억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철강 수입 쿼터 확대와 관세 부과 강화 가능성이 우려되는 이유다.
결국 트럼프의 철강산업 정책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단 TCC스틸은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외에도 동남아와 유럽, 중남미 등 다양한 지역으로 판매 루트를 확대하고 고정 수요처와의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TCC스틸 관계자는 "쿼터 제도가 아쉬움이 많아 추가로 부담을 더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국내 시장은 수요 부족이 아니라 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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