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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가상자산 글로벌 지도] 한국인이 유독 사랑하는 리플, 국내 재도전 성공할까⑤새 아이템 '코인 커스터디'…은행과 협업 추진

노윤주 기자공개 2025-01-31 11:16:44

[편집자주]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무국경·무국적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접근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그만큼 탈중앙화를 내세우며 무국적 글로벌 프로젝트를 자처하는 기업이 많다. 해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 거래소, 프로젝트들의 필수 공략 사용자는 바로 한국인이다. 글로벌로 시야를 넓혀야 할 때다. 해외 가상자산 시장 플레이어들의 2025년 사업 전략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4일 08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플(XRP)은 유별나게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코인이다. 해외서는 비트코인이 부동의 거래량 1위이지만 업비트, 빗썸 등 국내거래소에서는 XRP가 거래량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발행사인 리플 역시 한국인의 XRP 사랑을 알고 있다. 이에 꾸준히 국내 시장을 두드리는 중이다. 과거 국내 시중은행과 블록체인 국제 송금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재도전을 선택했다.

이번에는 가상자산 수탁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진출이 쉽지 않은 규제 상황에서 리플이 국내 은행, 규제당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EC와의 법적 분쟁 승기 잡아…재도약 발판 마련

리플은 2012년 미국을 거점으로 설립된 블록체인 기업이다. 스위프트망을 대체할 수 있는 국제송금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출발했다. 이때 실제 법정화폐 대신 가상자산을 주고받으며 송금 시간과 수수료를 단축하려 했다. 이를 위해 발행한 코인이 XRP다. 지금은 시가총액은 약 60조원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다음으로 규모가 큰 코인으로 성장했다.

XRP는 유독 한국에서 많이 거래된다. 24일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 검증 수치 기준 리플 거래량이 가장 많은 거래소는 바이낸스, 다음은 업비트다.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김치프리미엄도 심하다. 동시간대 바이낸스 시세는 3.14달러(약 4500원)인 것에 비해 업비트에서는 3.37달러(약4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7년 비트코인 붐 당시 국내서만 XRP 가격이 5000원을 넘기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급격한 시세 변동으로 '리플에 또 속냐'는 뜻의 신조어 '리또속'을 만들어내기도 했던 코인이다.

2024년 9월 리플 경영진이 한국을 방문해 사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 인지한 미국 리플 본사는 2017년부터 한국시장 진출에 공을 들였다. 본래 목적인 국제 송금 시스템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은행을 공략했다. 2018년에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이 리플의 '엑스커런트' 송금 솔루션 고객사로 합류하기도 했다.

엑스커런트는 블록체인으로 스위프트 전산망을 대체하는 서비스로 현재는 리플넷으로 서비스명을 통합했다. 당시 국내 시중 은행이 엑스커런트 상용화를 위해 내부 테스트까지 진행했지만 규제 불확실성으로 이를 실제 사용하지는 못했다.

여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증권성 소송에 휘말리면서 은행 협업은 더욱 불가능해졌다. SEC는 리플이 XRP를 초기 판매했던 방식을 문제삼으며 이는 단순 코인이 아닌 미등록증권이라고 주장했다. 리플도 SEC와의 소송 해결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진출이 무산됐다.

◇해외 커스터디 기업 국내 진출 본격화…투자 나선 리플

리플은 2023년 SEC와 법적 분쟁에서 부분 승소했다. 개인 고객에게 판매한 XRP는 증권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있었다. 이를 기점으로 리플은 다시 글로벌 진출을 시도했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였다.

재도전 아이템은 수탁(커스터디)이다. 규제 변화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 국제송금 대신 이미 제도권에 편입된 커스터디 사업을 들고 나왔다.

이미 본사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커스터디 사업 기반을 마련해 뒀다. 2023년 5월 스위스 소재 가상자산 수탁사 메타코를 인수하며 리플 커스터디를 출시했다. 작년 2월에는 미국 기업 스탠다드 커스터디 지분 100%를 인수했다.

리플만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 시장을 노리는 건 아니다. 비트고가 한 발 먼저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은행과 대기업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과 SKT는 비트고 코리아에 투자해 각각 지분 25%, 10%를 확보했다.


은행을 주요 주주로 둔 코다, 케이닥 등 국내 커스터디 터줏대감도 만만찮은 상대다. 이에 리플은 국내 기업의 XRP 보유량을 확대시키고 자연스럽게 자사 커스터디로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공개한 'XRPL 한국·일본 펀드' 프로젝트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리플의 블록체인인 XRP렛저를 활용하는 개발자들에게 재정적, 기술적 사업 지원을 제공하는 펀드다. 리플은 2022년 10억 XRP를 투입해 파트너사, 스타트업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 펀드 역시 그 일환으로 자금은 XRP로 지급한다.

경영진도 적극적이다. SEC와 소송이 일단락되자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아 XRP를 홍보하고 한국 진출 계획을 밝혔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당시 "XRP는 규제면에서 명확해진 자산"이라며 "시총 규모 상위 10위 가상자산 중 하나이자 한국에서는 두번째로 많이 거래되고 있는 코인"이라고 강조했다.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커스터디 분야에서 한국 기업, 은행과 협업하고 싶다"며 "과거에는 은행과 협업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지 못했지만 규제가 명확해지고 있는 만큼 기회가 더 생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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