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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은 지금]'공식발표' 앞둔 대미 철강투자, 저평가 탈출 '분수령'②PBR 0.15배, 국내 ‘유일’ 미 제철소 상징성 부각해야…지출부담 '계열사 활용' 관건

이호준 기자공개 2025-02-06 07:44:03

[편집자주]

현대제철에게 지난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불황으로 수익성이 급감했고 저가 철강재를 겨냥한 반덤핑 제소와 사업장 셧다운 시도까지 이어졌다. 올해는 보다 순탄한 한 해를 기대했겠지만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다. 파업 등 내부 리스크,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국내외 투자 검토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현대제철은 지금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을까. 더벨이 현대제철의 현황과 향후 과제를 다각도로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3일 14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1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관세와 수출 통제를 예고한 트럼프 2기 정권 아래 가장 먼저 현지 투자를 선언한 철강사라기엔 초라한 평가다.

포스코가 작년 10월 인도 오디샤에 제철소 건설을 발표한 뒤 주가가 오른 점과 비교하면 더욱 씁쓸한 대목이다. 하지만 미국 투자는 현대제철의 중장기 주가를 끌어올릴 사실상 유일한 동력으로 꼽힌다. 그만큼 이르면 상반기 내 발표될 구체적 계획에서 지출과 진출 리스크를 최소화해 시장을 설득하는 것이 향후 최대 과제로 꼽힌다.

◇불황 속 투자에…PBR 0.15배, 시장 설득 과제로

올해 1월 8일, 현대제철 주가는 전날보다 4% 하락한 2만1750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현대제철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내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날이었다. 이후 14일,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철강협회 신년 인사회에서 "검토 중인 게 맞다"며 직접 확인했지만 15일에도 주가는 1% 추가 하락했다.

PBR은 과거 코로나 사태 수준인 0.15배까지 하락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시장가치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 10월 포스코그룹이 인도 철강사 JSW그룹과 현지에 일관제철소를 짓겠다고 발표한 후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3일 연속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국내 1·2위 철강사에 대한 시장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건설을 '시의적절'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수입 철강재에 대한 관세 강화와 쿼터제 확대 가능성이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또, 미국 내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자동차 강판을 공급할 기회가 열릴 수 있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가 시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따져볼 문제다. 글로벌 철강 수요는 2021년 18억4000만톤(t)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임기가 4년으로 제한돼 있는 만큼 보호무역 강화의 효과를 기대했다가 공장이 완공되기도 전에 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금 조달도 핵심 변수다. 현대제철이 아직 구체적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미국 제철소가 전기로 방식으로 건설될 것으로 본다. 전기로는 고로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다만 대규모 현지 공장을 세우려면 토목공사부터 전기로 1~2기, 압연 공장, 직접환원철(DRI) 설비까지 포함해 최소 7조~8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7억원에 그칠 정도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다소 개선된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지만 업계는 수요 둔화와 저가 철강재 유입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이 연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25년 2월 3일 오전 11시 기준, 출처: KRX)
◇미 제철소 ‘유일’ 상징성…자금 조달은 계열사 활용 핵심

시장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특히 현대제철은 작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년 전 공언했던 주주환원책 발표를 "수익성 확보 미진"을 이유로 미뤘다. 주가 부양에 쏟을 돈도 없는 와중에 구체적 청사진이 없는 투자에 시장이 반응하지 않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당분간 미국 투자가 현대제철의 중장기 투자 매력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배당 확대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중국산 후판 반덤핑 판정이 2월 말~3월 초로 예정돼 있다. 주가에 단기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요인은 아니라는 평가다.

결국 미국 투자의 구체성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과거 포스코의 네 차례 인도 진출 실패에서도 보듯 현지 제철소 건설은 인허가와 공사 절차 등이 까다롭다. 따라서 미국 내 완성차 및 부품 계열사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미 현지 제철소를 보유하게 된다는 상징성을 부각하는 등 트럼프 정권의 정책 기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관건이다.

자금 조달에서는 '방식'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조단위 투자 부담을 덜기 위해 현대차·기아와의 미국 내 합작사(JV) 설립 후 출자 방안이 거론된다. 지출을 최소화해 투자 실행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이후 수익성을 극대화할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제철이 M&A로 불황을 넘어서려는 것과 달리, 현대제철은 정공법으로 미국을 겨냥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며 "수소 등 친환경 요소와 현지 자동차 시장이 맞물려 있는 만큼 최종 청사진에 따라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용 외판재 이미지. 출처: 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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