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07일 07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신증권이 리테일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점포 수 늘리기에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프라이빗뱅커(PB)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장을 보는 방식, 고객을 대하는 태도, 내부 의사결정 구조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다.최근 만난 한 운용사 관계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펀드를 맡기면 제일 잘 파는 곳이 대신증권"이라고 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이 본사 상품부에서 선정한 펀드를 PB들에게 내려보내는 방식이라면, 대신증권은 정반대다. PB들이 직접 상품을 연구하고 '이 펀드 되겠다' 싶으면 본사에 검토 요청을 넣는다. 위에서 내려오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에서 올라가는 능동적인 방식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PB들이 악착같이 공부해야만 한다. 고객을 상대하는 일선에서 시장 분위기를 누구보다 빠르게 감지해야 하고 내부 소통도 활발해야 한다. 그런데 대신증권은 이걸 해내고 있다. PB들끼리도, PB와 본사 간에도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자연스럽게 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깊어지고 고객 대응도 유연해질 수밖에 없다.
WM 부문의 변화는 점포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강남선릉·압구정WM·청담WM을 통합해 '강남금융센터'를 출범시켰다. 점포를 늘리기보다 핵심 거점을 집중 육성하는 방식이다. 과거처럼 리테일의 외형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나올 수 없는 선택이다.
내부 공간도 기존 WM 센터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형 증권사들의 프리미엄 점포는 로비부터 소위 '럭셔리'하게 꾸며놓고 PB들에게 개별 상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신증권은 오픈형 사무 공간을 도입했다. PB 간 협업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다. 고객을 두고 경쟁하기보다 한 팀이 돼 대응하는 체계가 더 낫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라임펀드 사태 이후 리테일 신뢰도가 흔들렸던 대신증권이 다시 강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PB들이 중심이 되고, 본사는 이를 지원하는 구조다. 원론적으로는 쉬운 말이지만 실제 영업에 적용하는 증권사는 많지 않다. 대신증권은 차별화를 만들어냈고 시장은 그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WM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고객들은 더 이상 '큰 증권사'라서, '점포가 많아서' 금융사를 선택하지 않는다. 상품을 제대로 알고, 시장을 정확히 읽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곳을 찾는다. 대신증권이 만들어가는 리테일 모델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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