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맨파워 분석]루닛, '백승욱-서범석' 투톱…구글식 경영모델①경영 손 뗀 창업주와 CEO '역할분리', 사내이사 활약…동아리 친구 인연 '파트너'로
정새임 기자공개 2025-02-19 08:15:38
[편집자주]
인사가 곧 만사다. 인재를 육성하고 배치하는 능력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에 있어선 더더욱 인재관리가 중요하다. 인력때문에 파이프라인은 물론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맨파워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벨은 각사의 인사전략을 분석하고 핵심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8일 08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갑작스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나이나 일신상의 사유가 아니었다. 변화한 대내외적 상황에 따라 새로운 경영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컸다. 이들은 주요 주주이자 이사회 멤버로 물러나며 '큰 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했고 당시 CEO였던 순다 피차이가 경영 전면에 섰다.국내 바이오 업계선 루닛이 구글과 비슷한 경영행보를 보인다. 창업주인 백승욱 의장은 젊은 나이지만 일찌감치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고 사업 피봇(povot)을 하는 과정에서 영입한 서범석 대표가 경영을 주도한다. 그림으로 따지면 백 의장은 루닛이 그려야 할 주제를 제시하고 서 대표가 스케치를 해나가는 방식이다.
두 사람의 합이 시너지를 내며 루닛은 고속 성장을 이뤘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업적 파트너 그 이상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이들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동반자로 자리잡았다.
◇AI와 의료전문가의 만남, 방송동아리 친구에서 사업 파트너로
2015년 AI 의료 사업 진출, 2022년 코스닥 상장, 2023년 볼파라 인수까지. 지난 10년간 루닛은 누구보다 활발한 사업 행보를 보였다. 2018년까지만 해도 1억원이 채 안되던 매출은 5년 만에 1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루닛 출범 10년 만에 500억원을 넘어섰다.
아직 흑자달성에 미치진 못했지만 빠른 속도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여기엔 핵심 경영진 2인이 자리한다. 백승욱 의장과 서범석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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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루닛의 이사회를 이루는 5인 중 사내이사로 자리한다. 루닛의 이사회에는 사내이사가 단 2인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루닛 의사결정은 곧 백승욱과 서범석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이외 사외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이 있다.
1983년생 동갑내기로 서 대표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이며 백 의장은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두 사람의 사업적 관계를 따져보면 창업주와 전문경영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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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의장은 2013년 카이스트 내 힙합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에 나섰고 초창기 주력사업은 의료가 아닌 패션이었다. 2015년 AI 의료로 사업분야를 바꾸면서 지금의 루닛이 됐다.
미국 AI 플랫폼 기업 볼파라를 인수하고 10년 만에 350여명의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함께 한 인물이 서 대표다. 서 대표는 루닛이 의료 분야로 피벗한 뒤 2016년 의학총괄이사(CMO)로 회사에 합류했다. 이후 2년 만에 대표이사(CEO)에 올랐다.
대표 선임 초기에는 백 의장과 서 대표가 공동 대표이사 형태로 회사를 이끌다 2019년 백 의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면서 서 대표가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공학도인 백 의장에게 의료는 낯선 분야인데다 규제 산업이라는 특수성을 지녀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았다. 이 때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서 대표의 합류가 큰 힘이 됐다. 마침 서 대표도 창업을 구상하던 차라 빠르게 합류가 진행됐다고 전해진다.
서 대표가 전면에 서면서 루닛의 글로벌 진출과 상장, 볼파라 인수까지 굵직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전개해 나갔다. 백 의장이 루닛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서 대표는 루닛을 성장시키는데 일조했다 볼 수 있다.
◇방향 제시하는 의장, 경영 이끄는 대표…역할분리 통한 시너지
루닛의 경영형태는 창업주가 과감히 대표이사를 내려놓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일임했던 과거 구글의 모습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창업주와 전문경영인이라는 비스니스 파트너에 그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사업 구상을 나눠온 동반자와도 같다. 백 의장과 서 대표가 시너지를 내며 속도감 있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백 의장은 카이스트 내 여러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루닛을 공동창업 하게 된 힙합동아리, 다른 하나는 서 대표를 만난 방송국 동아리다. 동아리 활동으로 가깝게 지낸 두 사람의 공통 관심사는 '창업'이었다. 패션사업을 영위하던 시절에는 달랐던 사업분야가 루닛으로 바뀌면서 서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
일반적인 국내 기업이라면 전문경영인(CEO)가 있어도 최대주주가 경영을 진두지휘 하거나 깊이 관여하는 형태로 흐르기 마련이다. 루닛은 이 공식을 택하지 않았다. 최대주주인 백 의장은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지만 경영에 대한 모든 권한은 서 대표에게 넘겼다. 대외적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쪽도 서 대표다.
루닛의 AI 기반기술을 갖춰놓은 백 의장은 플랫폼 사업화 단계에선 의료 전문가인 서 대표가 경영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루닛의 사업모델은 개발한 개발한 진단 플랫폼으로 많은 연구를 진행해 충분한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의료인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했다.
대신 백 의장은 큰 그림에서 루닛이 중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에 충실한다. 백 의장이 제시한 방향에 어떻게 다가갈지를 결정하는 건 서 대표의 몫이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성향이 반영된 역할 구분이다. 백 의장이 이상주의자라면 서 대표는 완벽한 현실주의자다.
볼파라 인수를 예로 들면 백 의장이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을 제시하면 서 대표가 관련 사업부 임원들과 루닛과의 시너지, 현지 병원 네트워크, 자금 등을 고려해 최적의 인수대상을 결정하는 식이다.
경영은 서 대표가 이끌지만 루닛의 경영철학은 백 의장이 세웠다 해도 무방하다. 'AI를 통한 암 정복'을 미션으로 세우고 '인수합병(M&A)'을 통한 빠른 성장'을 전략으로 삼았다. 창업 초기부터 선택한 분야의 최고를 지향한다는 다짐으로 비롯된 원대한 목표다.
백 의장은 더벨에 "전세계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기준을 세우고 선택한 분야에서는 기술과 브랜드, 디자인, 마케팅까지 모든 영역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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