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포커스]에스티아이, HBM·EUV 첨단공정 보폭 맞춰 진화지속적 R&D로 신장비 개발,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감
김혜란 기자공개 2025-03-05 08:49:07
[편집자주]
4차산업 시대 기업의 생존은 '기술'에 달렸다. 기술이 곧 안보가 된 시대다. 국내 첨단기술 분야 기업이 얼마나 기술을 선도하느냐,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느냐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 첨단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로 미래를 준비해야 국가 산업이 강해질 수 있다. 더벨이 첨단산업을 떠받치는 딥테크 기업의 행보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07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의 최대 고민은 공정 개발 속도에 맞춰 진화하는 데 있다. 첨단장비 라인업을 갖추고 있느냐가 장비사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여부를 가르기도 한다.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 에스티아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과 극자외선(EUV) 관련 장비를 개발해 납품까지 성공하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수주 확대, 거래처 다변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인공지능(AI) 시대 첨단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에 편입됐다는 점에서 '토종 장비사의 진화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성장동력 리플로우, 공급망 편입 성공
1997년 설립된 에스티아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 배관을 통해 화학 약품을 공급하는 인프라 장비인 CCSS(화학약품 중앙공급장치)와 디스플레이용 후공정 세정장비 웨트(WET)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CCSS의 매출 비중이 82%에 달한다.
신성장동력은 리플로우(Reflow) 장비와 반도체용 세정장비다. 에스티아이는 신장비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속했고 2022년 SK하이닉스의 HBM용 플럭스 리플로우 장비 수주에 성공했다.
HBM 플럭스 리플로우는 '열압착(TC) 본더'를 활용하는 MR-MUF(매스 리플로우-몰디드 언더필)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다. HBM은 D램을 쌓고 범프로 연결해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웨이퍼(반도체 원판) 표면에 플럭스라는 물질을 도포한 뒤 마치 오븐과 같은 리플로우 장비에 넣는다. 이러면 플럭스가 기화되면서 산화막을 제거하고 범프를 납땜한다. 범프는 반도체 칩과 칩 사이를 접착하며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에스티아이는 SK하이닉스에 플럭스 리플로우 장비를 독점 공급해 왔다. 플럭스를 도포할 필요 없는 플럭스리스 리플로우 장비도 개발해 납품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HBM 16단 이상 제품부터 범프가 필요 없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도입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에스티아이 관계자는 "HBM을 하이브리드 공정으로 가는 방향이지만, 리플로우 장비를 활용한 12단, 16단 제품 수요는 꾸준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월엔 EUV 노광장비의 레티클 보관 팟(POD) 세정장비를 개발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첫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세정장비의 고도화를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거래처 다변화, 슈퍼사이클 호재 부상
CCSS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 등 디스플레이 업체에 납품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이차전지 기업과 태양광, 웨이퍼 기업에 CCSS 장비를 납품하며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CCSS 사업의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업의 투자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있는데, 올해는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도래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용인클러스터 착공이 예상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공장 투자, 마이크론의 싱가포르 공장 건설도 호재다.
기술개발은 꾸준히 진행한다. CCSS 고도화도 진행 중이다. 리플로우 장비도 적용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HBM을 넘어 첨단패키징(Advanced Packaging)과 레거시 패키징용 리플로우 장비로 판매할 계획이다. 대만 반도체패키지테스트(OSAT)나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티아이 관계자는 "올해 어드밴스드패키징용 리플로우 장비 사업을 HBM용 리플로우 장비만큼이나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회사의 지난해 3분기 연결회계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가량 줄어든 약 2023억원이었다. 2022년 4224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가 2023년 약 3195억원으로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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