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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체인 리포트]한진그룹의 정석기업 활용법…풍부한 현금[대한항공]⑨특수관계자 임대수익 바탕 안정적 현금창출…배당 지급·회사채 인수 병행

이민호 기자공개 2025-03-21 08:20:18

[편집자주]

기업은 사업적인 필요성에 따라 계열사간 머니체인을 만든다. 출자로 자본을 키워주거나 대여로 현금여력을 늘려준다. 차입여력을 키워주는 '보이지 않는 돈' 지급보증도 빼놓을 수 없는 선택지다. 출자하면 배당금을, 대여하면 이자를 각각 수취해 기업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머니체인이 바뀐다. THE CFO가 각 기업 머니체인 현황과 이에 따른 재무적인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8일 14시5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었던 정석기업은 지주사 체제가 정비되면서 부동산 임대를 담당하는 사업회사로 위상이 낮아졌다. 하지만 서울 한진빌딩과 인천 정석빌딩 등 부동산을 다수 보유해 한진, 정석인하학원, 대한항공 등 특수관계자로부터의 임대수익을 바탕으로 현금을 안정적으로 창출해내고 있다.

한진그룹으로서는 정석기업이 창출해내는 풍부한 현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석기업은 지주사인 한진칼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대한항공과 한진을 포함한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인수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로 특수관계자 임대수익 바탕…안정적 현금창출에 재무건전성 우수

한진그룹이 현재의 지주사 체제를 정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석기업은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조 전 회장→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던 회사였다. 하지만 2013년 8월 대한항공에서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지주사 한진칼을 신설한 데 이어 2015년 6월 정석기업에서 인적분할한 투자사업부문을 한진칼에 흡수합병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한진칼을 중심으로 정비됐다. 정석기업은 한진칼 자회사로서 부동산 임대와 관리를 담당하는 사업회사로 위상이 낮아졌다.


정석기업은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인천 중구 신흥동 정석빌딩, 인천 중구 운서동 인하국제의료센터(지분율 20%)를 보유하고 있다. 부산 중구 중앙동 정석빌딩도 보유하고 있었지만 2019년 6월 유동성 마련을 위해 매각했다. 2023년말 기준 자산총계는 2753억원으로 이중 투자부동산의 비중이 80.0%(2203억원)일 정도다. 2023년 영업수익은 413억원으로 △임대수입 59.1%(245억원) △관리비수입 33.8%(140억원) △주차료수입 6.6%(27억원) △장소대여수입 0.5%(2억원)로 구성됐다.

정석기업은 애초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었던 데다 막대한 부동산을 보유해 지주사 한진칼이나 다른 계열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필요로 하는 회사는 아니다. 정석기업은 소액 리스부채를 제외하면 최근 수년간 차입한 사례가 없다. 다만 오는 31일 사업 확장을 위해 마스턴투자운용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도산150빌딩을 1530억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정석기업은 취득자금 충당을 위해 차입을 일으킬 계획이다.


여기에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하는 영업수익을 바탕으로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2023년 정석기업 영업수익(413억원)의 30.5%(126억원)는 특수관계자 몫이었다. 한진 48억원, 정석인하학원 43억원, 대한항공 12억원 등이 기여했다.

이 때문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근간이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3년 181억원 등 최근 5년(2019~2023년) 평균 178억원을 달성했다. 2023년말 현금성자산은 295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도 2022년 54억원, 2023년 64억원 등 매년 흑자를 달성하고 있어 2023년말 부채비율은 18.3%에 머물렀다.

◇배당 지급에도 기여도는 미미…회사채 인수로 계열사 자금 공급


정석기업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고 있다. 지급한 배당금은 2022년(지급일 기준) 54억원, 2023년 80억원, 2024년 80억원 등이다.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을 고려하면 배당금을 지급해도 현금을 남기는 상황이다.

다만 애초 배당금 규모가 큰 편이 아니므로 한진칼에 대한 배당기여도가 높지는 않다. 한진칼의 2024년 3분기 누적 별도 기준 배당금수익은 907억원이다. 이중 정석기업으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은 45억원이다. 2023년에도 배당금수익 788억원 중 45억원이 정석기업 몫이었다.


정석기업은 배당보다는 넉넉한 현금을 바탕으로 계열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과 회사채를 인수하는 데서 활용가치가 더 부각된다. 신종자본증권과 회사채 인수는 현금출자와 달리 지배구조의 제약에서 벗어나 계열사간 현금을 이동시키는 수단이 되며 인수자로서는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정석기업의 자산 구성을 보면 유동성과 비유동성을 합산한 채권(채무증권) 잔액은 2022년말 250억원, 2023년말 180억원이다. 이중 특수관계자가 발행한 회사채를 정석기업이 보유한 잔액은 2022년말 200억원, 2023년말 140억원이었다.

정석기업은 주로 대한항공과 한진이 발행한 회사채를 사들였으며 진에어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특히 모회사이자 지주사인 한진칼이 발행한 회사채를 사들인 전력도 있다. 2022년말 잔액은 대한항공 110억원, 한진 70억원, 한진칼 20억원이었으며 2023년말 잔액은 대한항공 80억원, 한진 60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한진칼 측은 "계열사간 회사채 인수는 한진그룹 차원의 일관된 재무전략으로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기본적으로 규정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계열사 채권을 일부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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