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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 모니터]셀트리온, 통합 후 마지막 잔재 '3조 재고자산'별도 매출이 연결 매출 웃도는 이례적 현상 발생… 바이오 성격·자산 재평가 등 두루 반영

최은수 기자공개 2025-03-26 08:31:41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4일 14시4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합 2년차를 맞은 셀트리온이 연결매출보다 별도매출이 더 큰 이례적인 지표를 내놨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 과정에서 재고자산 재평가를 단행하며 5000억원대이던 바이오의약품 재고가 한때 3조원을 넘어선 영향으로 보인다.

여기에 앞서 재고자산 변동과 더불어 공급 매출과 현지 판매 매출 간 갭이 큰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이 두루 반영되며 이런 흐름이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흩어져 있던 셀트리온그룹의 수익성 실체를 이제 연결매출을 통해서 적확하게 확인할 수 있단 점이 핵심이다.

◇연결보다 큰 별도매출, '판매역할' 셀케 통합 잔재

셀트리온은 2024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3조709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사실을 공개했다. 직전연도의 경우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은 마무리됐지만 합병 후 처음 사업연도를 지낸만큼 이번 공개된 사업보고서부터가 통합 셀트리온의 진면목에 더 가깝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셀트리온의 연결 매출(3조5573억원)이 별도 매출보다 적다는 점이다. 통상 연결매출은 연결 실체(셀트리온)에 포함된 자회사나 지분법 대상인 관계사가 일으킨 매출 가운데 일부를 더하는 구조다. 일반적으론 연결 매출이 별도 매출보다 큰데, 2024년 이 매출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단위 : 억원 / 셀트리온 사업보고서 참조

셀트리온의 직전 5년 간 매출 추이를 봐도 별도가 연결을 넘어선 사례는 없었다. 셀트리온은 지주사이긴 하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더불어 별도와 연결 매출 추세가 역전된 이 기간 재무와 관련한 중대한 이벤트로 2023년 말 마무리된 합병이 있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별도와 연결 매출 역전현상은 합병 국면에서의 재고 변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2023년 말 합병을 마무리하고 처음 내놓은 셀트리온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말 기준 재고자산 합계는 약 6100억원이다. 이 추세가 2023년말 3조원으로 바뀌었다. 합성의약품으로 구분되는 케미컬은 줄었지만 같은 기간 바이오의약품 재고 증가세만 2조5000억원에 달한다. 2024년에도 재고 총량은 줄긴 했지만 비슷한 추세는 이어졌다.

이런 극적인 재고변화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사업결합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생산한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의약품 및 케미컬의유통 판로를 확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셀트리온이 본격적으로 상업화에 성공한 이후부턴 사실상 셀트리온 제품의 판매자 역할을 해 왔다.


◇합병 전후 극단적 재고 격차… 한층 명료해진 빅바이오텍 진면목

셀트리온은 셀트리온과의 합병을 통해 빅바이오텍을 출범하며 두 가지 효과를 얻었다. 먼저 관계사에 흩어져 있었던 사업 역량을 모으며 확실한 벌크업에 성공하며 외연을 획지적으로 늘린 게 꼽힌다. 그리고 재고 재평가 등을 거치며 투자자들에게 그간 두 회사로 나눠져 잘 보이지 않던 재고와 운전자금 흐름을 명료하게 보여주게 된 점이다.

셀트리온은 합병 후 재고자산이 급증한 영향으로 재고자산회전율[연환산 매출원가/{(기초재고+기말재고)/2}]은 급감했다. 합병 전엔 6000억원 안팎이던 재고자산이 합병 후 3조원을 넘어섰고 이 재고에서 매출까지 발생하자 별도 매출이 연결 매출을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합병 후 재고자산회전율이 합병 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공급 안정성 및 연속성이 수주의 핵심 요소인데 이 흐름은 합병 전과 후 모두 큰 변화가 없었다. 재고자산회전율이 조금이나마 회복세(2023년 0.61회 -> 2024년 0.65회)를 보이는 점도 긍정 요인이다.

애초에 셀트리온을 포함한 바이오의약품 기업은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을 해외 법인 및 자회사에 공급한 매출과 해외 법인이 판매한 매출의 시차가 크다. 경우에 따라 회기를 달해 집계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셀트리온 또한 현재 보유 중인 재고를 시장 특수성과 회사의 사업 방향성을 반영해 관리한다.

이 상황에다 셀트리온이 2023년 급박하게 합병을 준비하고 마무리한 여파가 보태지며 극단적인 수준의 격차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하던 재고자산 규모가 모체를 압도하는 규모다보니 앞으로도 당분간 별도 매출이 연결 매출을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에 대한 공급 안정성을 제품 선정에 핵심 요소로 평가하고 있다"며 "셀트리온은 시장의 특성과 공급 안정성을 고려해 제품별로 6~9개월 가량의 안전재고를 보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연결 기준이 실제 매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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