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3%로 이사회 흔든다"…얼라인 '전투형 전략'의 정석 [2025 주총 행동주의 리포트]①지배구조 설계 바꾸는 액티비즘 전형, 동맹으로 이사회 압박
고은서 기자공개 2025-04-11 17:00:28
[편집자주]
2025년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행동주의 펀드들이 다시 시장의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의 행동주의는 더 이상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지분이 작아도 전면에 나서는 펀드가 있고 말없이 장기 보유로 압박하는 펀드도 있다. 공개 압박과 비공식 대화, ESG와 지배구조 개선 등 전략도 제각각이다. 더벨은 국내 대표적 행동주의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국형 액티비즘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14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분은 3%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사회는 흔들리고 회사는 긴장한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행보다. 지난 몇 년간 얼라인이 보여준 전략은 단순한 주주제안을 넘어서는 '표의 설계'였다. 지분율이 아닌 논리, 명분, 그리고 여론을 기반으로 대주주의 일방 통제를 견제하는 방식이다.2025년 주총 시즌에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를 겨냥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코웨이에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지난 3월 3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찬성률 46.5%로 부결됐다. 안건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얼라인이 낮은 지분으로 주총 의제를 주도하고 이사회의 구조 개선 논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주주총회는 얼라인파트너스가 그간 유지해온 행동주의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얼라인의 핵심 전략은 단순 반대 제안이 아니라 지배구조의 설계 수정을 목표로 하는 구조적 개입이다. 이를 위해 얼라인은 특정 기업의 이사회 구성, 지배주주와의 관계, 내부위원회 운영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주주제안의 형태로 제시한다.
제안은 주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회 독립성 확보 같은 안건으로 구체화된다. 얼라인은 다수의 안건을 묶기보다 핵심 이슈 1~2건을 집중 제안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번 코웨이 건 역시 실제 표 대결로 이어진 건 집중투표제 한 건이었다. 이는 의결권 자문사 및 기관투자자 설득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명확한 메시지와 논리구조가 찬성 유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자문사와 기관의 판단이 핵심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ISS, 글래스루이스 등 의결권 자문사의 기준과 논리를 사전에 분석한 뒤 이에 맞는 프레이밍으로 주주제안서를 구성한다. 동시에 국민연금, 주요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과의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도 병행한다. 지분보다는 '논리와 명분'을 갖춘 주체로서의 신뢰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전략이다.
얼라인파트너스의 행동주의 방식은 명확하다. 공개 서한을 통한 여론을 형성한 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설득에 들어간다. 의결권 자문사 권고를 확보한 다음 주총 표 대결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찬성표를 이끌어내고 글로벌 자문사의 권고도 일부 받아내는 등 '지분이 아닌 동맹으로 승부하는 방식'을 체계화시켰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실제로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진을 바꾸거나 이사회를 교체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러나 표 대결을 통해 일정 수준의 찬성률을 확보하고 이후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 개선에 나서는 흐름을 이끌어낸다. 얼라인이 이번 코웨이 주총 이후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 대한 주주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해석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보유한 코웨이 지분은 3%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안건들이 주총에서 실질적 변수로 부상한 이유는 얼라인이 그간 축적해온 ‘의결권 영향력’ 때문이다. 이사회 후보 추천 시 사외 인사 풀을 운영하고 논리적으로 설계된 제안서를 통해 자문사의 찬성을 끌어내는 작업은 일종의 시스템으로 구축된 상태다. 외부 회계·법무 전문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주주제안서를 사전에 정교하게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동주의를 단발성 이슈제기가 아닌 '설계 개입형'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표현과 메시지 관리도 얼라인 전략의 일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들어 수위 조절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직접적인 경영진 비판과 주총 갈등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최근엔 일정 수준의 절제와 전략적 언어 선택이 눈에 띈다. 자문사, 국민연금 등 기관 설득에 있어 보다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얼라인파트너스의 개입은 기업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주총을 통과하기 위한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이 아닌, 이사회 운영방식 전반 자체를 다시 점검하게 만든다. 특히 최대주주가 상장 계열사의 의결권을 좌우하는 구조에선 얼라인의 접근은 더욱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전략은 지금까지는 제한된 기업을 대상으로 반복돼왔다. 하지만 매년 주요 대기업군에서 1~2곳을 정조준해 구조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해당 전략이 다른 중형 행동주의 펀드에도 참고 모델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선 얼라인이 이미 다음 타깃 기업 분석을 마친 상태로 내년 주총 시즌을 염두에 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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