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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얼라인 '축적의 시간'

고은서 기자공개 2025-04-09 15:15:42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4일 08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웨이 주총에서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집중투표제 안건은 부결됐다. 찬성률은 46.5%. 정관 변경 요건인 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넘지 못했다. 결과만 보면 패배지만 이번 표결이 남긴 신호는 분명하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해 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ISS가 반대를 권고하고 국내 기관투자자 다수가 그 입장을 따르는 상황에서 절반 가까운 찬성표를 이끌어낸 사례는 드물다. 과거였다면 논의조차 어려웠을 안건이다. 주주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행동주의에 대한 시장의 태도 역시 변하고 있다.

얼라인의 접근방식도 달라졌다. 단순 주주제안이나 공개서한을 넘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을 대상으로 사후 설득 작업에 나섰다. ISS는 이번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제도 자체에 대한 명확한 반대 원칙이 있는 건 아니다. 얼라인은 이 틈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의견을 모아 ISS의 판단 기준에 영향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내년에도 동일 안건을 다시 제안할 계획이다. 단기적인 성패보다 제도적 공감대를 누적시키는 전략이다.

이런 움직임에 먼저 반응한 쪽은 오히려 회사였다. 코웨이가 먼저 움직였다. 얼라인이 공개서한을 보낸 이후 주주환원율을 20%에서 40%로 끌어올렸다. 자본정책도 일부 수정했다. 이사회 구성은 유지됐지만 시장이 반응했다. 주가는 캠페인 개시 이후 25% 넘게 상승했다. 얼라인이 이사 한 명도 선임하지 못했지만 정책은 바뀌었고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행동주의가 배당 정책을 실질적으로 움직인 셈이다.

집중투표제가 지닌 의미도 새삼 돌아볼 만하다. 이번에 부결된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이사 선임 참여를 확대하는 제도다.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안건에는 상법상 3% 의결권 제한이 적용돼 최대주주인 넷마블도 지분 대부분을 행사할 수 없었다. 제도적으론 얼라인에 유리한 구도였다. 그러나 ISS 반대, 국내 기관들의 보수적 기류 등이 겹치며 특별결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결과만 보면 졌지만 행동주의 캠페인이 남긴 변화는 분명하다. 기업이 먼저 반응했고 시장도 이에 호응했다. 행동주의가 단숨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이 먼저 바뀌게 만드는 힘은 있다. 행동주의의 힘은 승부가 아니라 축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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