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ERP 생태계 점검]로고스에 도전장 낸 DSC인베…지각변동 일으킬까①신기능 다수 탑재, 업계 호평…"LP 연동 없으면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
이기정 기자공개 2025-04-16 10:45:14
[편집자주]
벤처캐피탈(VC)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생태계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그동안 로고스시스템이 사실상 독점적인 위치에 있었지만 DSC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 '똑똑'이 신규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VC업계에서는 똑똑의 획기적인 기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다만 출자자(LP) 연동이 이뤄지지 않는 한 로고스시스템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벨이 현 국내 VC ERP 시스템 생태계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4일 11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의 인력 구성은 크게 심사역과 관리역으로 구분된다. 통상적으로 심사역이 전방에서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는 역할이고 관리역은 펀드 및 포트폴리오 관리, 출자자(LP) 대응 등 후방을 책임진다. 큰 하우스일수록 업무 구분이 보다 세밀하게 나눠져였고 규모가 작은 곳은 한 명이 여러 업무를 병행하기도 한다.이 과정에서 사용되는게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이다. 펀드 관리 전반과 관련된 업무를 보조한다. 또 LP 및 스타트업과 온라인 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로고스시스템, 아이비센터 등이 VC 업계를 과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로고스시스템과 아이비센터의 시잠 점유율을 각각 90%, 1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DSC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 '똑똑'이 최근 도전장을 냈다. VC업에 최적화된 기능을 탑재했다는 호평이 나오지만 주요 기능인 LP 연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를 위해서는 로고스시스템 혹은 LP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이들을 직접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똑똑이 지각변동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로고스시스템, LP 전용 서비스 만들어 '독점적' 위치 올라
VC업계에 ERP 시스템이 처음으로 도입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로고스시스템이 창업투자회사·중소기업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VC와 LP를 대상으로 고객사를 확장하면서 메인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았다.

LP 전용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한게 '신의 한수'가 됐다. GP 전용 시스템과 상호 연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다른 시스템이 파고들 틈을 주지 않았다. 2003년 ERP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아이비센터 역시 현재 로고스시스템을 거쳐야만 LP 업무 보고가 가능하다.
현재 로고스시스템을 사용하는 VC업계 주요 LP는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농업정책금융보험원, 신한자산운용, 서울경제진흥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등이다.
이중 한국벤처투자를 제외하고는 LP 보고를 위해 반드시 로고스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벤처투자는 2019년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편해 로고스시스템을 거치지 않아도 GP로부터 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 중소형 VC 관리본부 임원은 "한국벤처투자를 제외하고 웬만한 LP 중 한 곳에서라도 출자를 받았다면 로고스시스템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펀드 3개 이상을 운용하고 있는 하우스 대부분이 해당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류 빈번 불편…과금 구조도 불만
로고스시스템이 20여년 넘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VC업계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시스템 오류가 빈번하고 VC업에 특화된 기능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또 가격에 대한 불만이 특히 많은 편이다.

한 중대형 하우스의 관리역은 "로고스시스템은 기존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고도화를 이뤄왔다"며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덧씌우다보니 시스템 활용 과정에서 오류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해 소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소형 VC의 관리본부 실무자는 "현재 ERP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LP에서 지원하고 있는 곳은 한국벤처투자 밖에 없다"며 "다른 LP의 출자로 결성한 펀드는 VC가 관리보수에서 직접 충당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로고스시스템은 각각 펀드에 사용료를 받고 있고 펀드 규모에 따라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로고스시스템이 가격을 올려도 대응 방법이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고 실제 로고스시스템은 가격을 수차례 올려왔다"고 꼬집었다.
◇똑똑, 시장 진출 위해 출자자 '직접 설득'
DSC인베스트먼트는 이같은 시장 환경을 바꾸기 위해 자회사 똑똑을 설립하고 자체 개발을 시작했다. 데이터 통계 서비스, 내부수익률(IRR) 계산, 포트폴리오 트랙레코드 관리 등 새로운 기능을 다수 포함시켰다. 가격 책정 방법도 펀드 사이즈 구분없이 일괄적으로 정하기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다.

다만 LP와의 연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한 대형 VC의 관리 실무자는 "기능만 보면 흡잡을 곳이 없다"며 "다만 LP 연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신생 VC나 한국벤처투자에게 출자를 받은 하우스밖에 똑똑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똑똑으로 ERP 시스템을 바꾸려면 로고스시스템에 입력된 기존 정보들을 모두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라 LP 보고가 불가능하다면 서비스를 바꾸려는 하우스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가지 대응책을 마련했다. 먼저 아이비센터와 같은 방식으로 로고스시스템을 통한 시스템 연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로고스시스템에 협조를 구한 상황인데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LP에 직접적으로 똑똑을 연동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DSC인베스트먼트가 LP 연동 문제를 해결하면 ERP 시스템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다"며 "로고스시스템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 책정과 서비스 고도화에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로고스시스템 관계자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것은 VC ERP 시장이 그만큼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며 "똑똑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ERP 생태계 고도화를 함께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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