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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주조는 지금]K-막걸리 대표 등극, 유연성이 만든 성장 곡선①14년간 매출 230배 성장, 살균막걸리 앞세워 연내 20개국 수출 도전

정유현 기자공개 2025-04-18 07:59:09

[편집자주]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지평주조가 글로벌 영토 확장에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며 전통주에 대한 해외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글로벌 프리미엄 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전략을 가동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지평주조의 재무 상태, 지배구조, 미래 사업 방향성을 중심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6일 10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년 3개월 15일 10시간 36분 9초'

지평주조 홈페이지의 '회사소개'탭을 누르면 지평이 술을 빚어온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25년 경기도 양평군의 '지평양조장'에서 시작한 지평주조는 한 세기동안 술을 빚으며 한국의 대표 막걸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막걸리는 오랜 세월 한국인의 대표적인 서민술로 자리 잡았지만 1970년대 이후 정부의 양곡관리 정책, 희석식 소주의 확산, 도시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며 급격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수많은 중소 양조장이 문을 닫았고 산업 전반은 장기 침체에 빠졌다. 지평주조는 이 같은 구조적 변화 속에서도 지역 기반을 지키며 생존한 몇 안 되는 전통 양조장 중 하나다.

특히 김기환 대표가 3세 경영을 시작한 이후 본격적인 체질 개선과 리브랜딩에 나서면서 성장 속도가 가팔라졌다. 최근에는 백 년 양조장의 내공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최대 매출 경신, 2025년 매출 500억 달성 '청신호'

지평주조는 2024년 매출 467억6777만원, 영업이익 36억872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27%, 3.42%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9.82% 감소하며 수익성 둔화가 이어졌다.

앞서 지평주조는 2023년 매출 5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지만 실제 실적은 441억원에 그쳤고 2024년에도 목표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다만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500억원 달성 시점은 2025년으로 이연될 가능성이 크다. 정체된 시장 환경 속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한 점은 주목된다. 김기환 대표 체제의 전략 방향이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통주 시장에서 이 같은 성장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결과다. 막걸리 시장은 2010년을 전후해 한류 열풍과 웰빙 트렌드에 힘입어 이례적인 활황기를 맞았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인한 일본 내 '막코리(막걸리)' 붐은 수출 급증으로 이어졌고 국내에서도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다수의 양조장들이 생산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막걸리의 보관·유통 한계, 소비자 관심 분산 등 복합 요인으로 시장은 다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지역 판매에 의존하던 지평주조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0년 김기환 대표가 3세 경영을 시작하면서 전통 제조법을 지키는 동시에 제품 균질화에 집중했고 현대적인 브랜딩과 유통 전략을 도입하며 변화를 모색했다

경쟁사들이 다양한 맛과 브랜드 라인업을 구성한 반면 지평주조는 '지평막걸리' 단일 브랜드에 집중했다. 전통성과 깔끔한 맛을 유지하며 편의점 등 전국 유통망을 기반으로 브랜드 회전율과 재구매율을 높였다. '막걸리=지평'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9년 매출 200억원 문턱에 진입한 이후 2024년 468억원까지 성장하며 5년간 약 2.3배 외형을 키웠다. 2010년 매출 2억원대에서 출발해 14년간 234배 성장한 셈이다.

최근 저도주 선호, 전통주 재조명 등 트렌드 변화로 탁주 소비층이 2030세대로 확대되자 지평주조도 생산량 확대와 신제품 개발로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보늬달밤', '봄이', '막스키' 등 신제품을 선보이며 단일 브랜드 중심 전략에서 다품종 확장으로 외연을 넓혔다. 정체성을 지키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이중 전략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살균막걸리 개발로 해외 수출 '전환점', 연내 20개국 수출 목표

지난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개발비용과 지방 및 해외 유통 판로 개척 등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은 둔화됐다. 다만 전략적 투자 성격이 짙은 만큼 향후 성장 기반 마련의 전환점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지평주조는 지난해 초 수출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 글로벌 영토 확장에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한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지평주조의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전략은 이미 수년 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돼 왔다. 2020년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문을 두드렸고 미국·중국·캐나다·대만 등 총 10개국에 막걸리를 수출하고 있는 상태였다. 현재는 주로 한인 마켓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2023년 6월 CI(기업 이미지)도 변경했다. 기존 한글 지평주조에서 영문 '지평 브루어리(JIPYEONG BREWERY)'로 변경하면서 해외 진출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390억원대 투자를 바탕으로 천안에 생산 거점도 마련하면서 생산 능력도 키웠다. 해외 물량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최근 글로벌 진출에 속도가 붙게 된 것은 '살균막걸리' 개발과 궤를 함께한다. 막걸리는 소비기한이 짧고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효모와 효소 등을 살균 처리해 부패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살균 막걸리 개발에 성공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유통·보관 편의성을 확보하고 수출 확대의 기반이 된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연내 20개국 이상으로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평주조 측은 "살균막걸리를 개발하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했고 단기간의 성과가 아닌 제조공정의 점진적인 고도화를 통한 제품 안정성과 소비기한을 향상시킨 결과"라면서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국가별 니즈에 맞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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