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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를 움직이는 사람들]김양섭 CFO, 비용효율화 과제②'재무전문가→전략투자가' 이미지 변신, 인재 확보 보폭 확대

최현서 기자공개 2025-04-24 07:56:33

[편집자주]

통신3사의 성장 키워드는 AI다. '돈먹는 하마'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로 대규모 투자를 유지해야 하는 사업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분야다. SKT 역시 AI에 대한 목표점이 높다. 2028년까지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기존보다 더 세분화된 수익 창출 전략인 'AI 피라미드 2.0'을 발표하고 이를 수행할 조직도 갖췄다. 이를 전면에서 이끄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SKT의 AI 사업을 이끄는 경영진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양섭 S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속 변경 후 '반전'을 보여준 인물이다. 30년 이상 근무한 SK이노베이션에서 자금 조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SKT에서는 '승부사' 기질을 보이고 있다.

2023년 말 그가 CFO에 부임한 이후 SKT는 AI 기업에만 다섯 차례 투자했다. 총 규모는 3000억원이 넘는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믿고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해 준 살림꾼 덕에 가능했던 사례다.

그가 살림을 맡으면서 SKT는 인재 채용에도 아낌없이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작년 종업원 급여에 쓴 비용이 1조원을 넘어섰다. SKT 역사상 가장 많이 쓴 급여다. AI 인재를 적극 채용한 영향이다. 이에 따른 재무부담을 방어하는 게 김 CFO의 가장 큰 미션이다.

◇거침없는 자원 투입 행보, 3000억원 규모 투자 단행

김 CFO는 2023년 12월 SKT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SK이노베이션에서 2년간 CFO를 맡았다. 이전에는 재무와 경리, 구매 업무 등 관리 실무를 경험했다.

김 CFO는 재무 전문가 이전에 'SK이노베이션맨'이기도 하다. 1991년 SK이노베이션 전신 대한석유공사(유공)에 입사해 한 번도 소속을 바꾸지 않았다. 정유와 화학, 배터리 등의 사업만 30년간 접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통신업에 종사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그가 SKT에 와서 맡게 된 미션도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의 최대 과제는 현금 창출을 통한 실적 반전이었다. 김 CFO가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책임자로 부임할 당시 정유 부문 실적은 악화되고 있었다. 새 먹거리로 꼽혔던 배터리(SK온) 부문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김 CFO는 유상증자를 비롯해 IPO 카드도 꺼내들며 유동성 확보에 집중했다. 성과는 2년만에 드러났다. SK이노베이션의 2020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적자는 각각 34조5499억원, 2조4203억원이었다. 하지만 2022년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난 78조569억원, 영업이익은 3조9173억원까지 뛰었다.

2023년 12월 적을 옮겨온 SKT는 그가 근무했던 SK이노베이션과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통신업이 안정적인 현금 창출 역할을 해줬다. 2023년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만 8조원이 넘었다. 통신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쓸 실탄은 충분했다.

SKT의 별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021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상승세다. 이 기간 EBITDA는 4조286억원에서 4조3034억원으로 증가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현금 창출력이 김 CFO가 금고를 열도록 한 배경이 됐다.

투자 속도도 빨랐고 규모도 컸다. SKT는 작년 2월 미국의 GPU 클라우드 기업 '람다(Lambda)'에 2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그해 4건의 지분 매입을 진행했다. 작년 AI 기업 투자에 투입된 총 금액만 2억3300만달러(3313억2600만원)에 달한다.

올해 2월에는 미국 AI 클라우드·오픈소스 전문 법인 '투게더 AI'의 시리즈 B 투자에 참여했다. 참여사는 엔비디아, 럭스 캐피탈 등 18개사다. SKT가 투입한 금액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투게더 AI의 전체 시리즈 B 규모는 3억500만달러(4337억1000만원)다. 총액을 참여사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경우 SKT는 1700만달러(241억원) 이상의 현금을 썼을 것으로 보인다.


◇1조 넘게 쓰인 인건비, 투자 vs. 비용 '양날의 검'

기업 투자뿐 아니라 AI 인재 확보에도 아낌없이 지출했다. 작년 5월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SKT의 AI 인력 확보 현황이 처음 공개됐다. 한 분야에 속한 인력 현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건 SKT 사상 처음이다.

작년 4월 1일 기준 AI 관련 사업을 맡은 SKT 정규직 인력은 2118명이다. 전체(5286명) 대비 40%를 차지한다. 2022년 말 기준 5109명 중 30%(1545명)가 관련 분야의 인력이었던 것에 비하면 1년 만에 10% 늘어난 셈이다.

AI 인재 확보에 집중하는 기조가 이어진 만큼 인건비는 크게 증가했다. SKT가 작년 별도 기준 종업원 급여 지급에 쓴 비용은 1조1251억원이었다.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전년(9439억원) 대비 20.77% 늘었다.

다만 인건비 증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비용 증가 압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방어하는 게 김 CFO의 최대 미션이다.

2023년 별도 기준 영업비용은 11조1334억원이었는데 이 중 종업원 급여는 8.48% 수준이었다. 2022년에도 영업비용 대비 종업원 급여 비중은 8.95%였다. 하지만 작년 비중은 10.13%로 역대 최대다. 연구·개발(R&D)비, 수도광열비, 통신비 등의 항목들이 모두 포함된 기타영업비용(1조1741억원, 10.44%)에 준할 정도다.

당분간 AI 인재 채용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T는 자체 초거대언어모델(LLM) '에이닷엑스 4.0'를 올해 중 공개할 예정이다. 기존에 없던 사진, 문서 등을 이해하는 멀티 모달, 추론 기능 등이 탑재될 계획이다. AI 전용 데이터센터 사업 집중 등을 비롯한 전사적인 역량이 집결되고 있다는 점도 인력 확보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건비에 현금을 적극 투입하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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