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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그룹은 지금]HB테크놀러지·솔루션, HPSP 투자 대박·삼성D 신뢰 '굳건'③HPSP 인수 펀드 LP 참여 '잭팟' 눈앞…중국업체 공급 다변화 추진도 기대

김경태 기자공개 2025-04-24 10:51:16

[편집자주]

HB그룹은 1975년 탄생한 흥보실업이 모태다. 창업주인 문흥렬 회장의 왕성한 경영 활동에 힘입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벤처캐피탈(VC), 엔터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설립 이후 반세기가 지난데다 최근 주력 그룹사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다. 3개의 상장사를 거느려 이해관계자가 적잖은 중견그룹임에도 은둔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HB그룹의 성장 스토리와 지배구조, 사업 현황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16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의 HB그룹은 문흥렬 회장이 창업하던 시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문 회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벤처캐피탈(VC) 등 새로운 영역에 진출했다. 특히 2010년대에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진입한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사업을 하는 HB테크놀러지와 HB솔루션이 그룹의 주력사로 자리매김했다.

HB테크놀러지와 HB솔루션은 반도체 전공정 장비사 에이치피에스피(HPSP) 인수 펀드의 주요 출자자(LP)로 큰 차익을 남기게 돼 화제를 모았다. 다만 아직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상황이라 HPSP의 주가에 따라 손익계산서가 출렁이기도 했다.

과거부터 HB테크놀러지와 HB솔루션은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삼성그룹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최근에는 거래처 다변화를 위해 BOE 등 중국업체들과 거래를 텄다. 납품처 확대에 따른 성장 기대도 그만큼 커졌다.

◇HB테크놀로지·솔루션, HPSP 투자 대박…대규모 현금 마련 기대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B테크놀러지는 지난해 연결 매출 1624억원, 영업손실 165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보다 45.4%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25% 감축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51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HB솔루션도 HB테크놀러지와 유사한 실적을 거뒀다. 작년 연결 매출 1315억원, 영업이익은 193억원이다. 각각 전년보다 36.8%, 186% 증가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08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HB테크놀러지와 HB솔루션이 지난해 갑작스럽게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거둔 건 HPSP 투자 때문이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는 2017년 풍산으로부터 HPSP를 인수했다. HB테크놀러지와 HB솔루션은 2021년 7월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HPSP를 인수하기 위해 만든 '프레스토 제6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의 지분을 각각 11.98%, 12.55% 취득했다.

HPSP는 크레센도가 인수한 이후 고압수소어닐링 장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2022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한 후 작년에 시가총액이 4조원을 넘기도 했다. 다만 그 후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의 주가가 조정받으며 HPSP도 2조원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HB테크놀러지와 HB솔루션은 HPSP가 상장된 만큼 프레스토 제6호의 장부가를 시가에 따라 평가한다. 이로 인해 장부가가 감소했고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장부상 변화이며 현실화된 손실은 아니다. 크레센도는 최근 HPSP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HB테크놀러지와 HB솔루션은 실제로는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양사는 프레스토 제6호의 지분을 각각 124억원, 130억원에 취득했다. 작년말 장부가는 각각 716억원, 751억원이다.

최근 상호관세, 정치적 변화 등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영향을 받았지만 HPSP가 지닌 독점적 경쟁력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매각 일정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매각측에 부담이 크지 않은 상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요 LP인 HB그룹에서도 이번에 HPSP를 빠르게 매각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HPSP의 몸값을 고려할 때 HB그룹이 직접 인수자로 나서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점을 고려해 기업 인수와 매각 등이 운용사(GP)의 권한인만큼 크레센도의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 밀월 관계 형성…삼성 의존도 조정 핵심 '중국 거래처'

HB테크놀러지와 HB솔루션에 가장 중요한 거래처는 삼성그룹사다. 우선 HB테크놀러지는 LCD와 아몰레드(AOLED) 검사장비가 주력이다. 자동광학검사(AOI·automated optical Inspection), 레이저리페어(Laser Repair) 장비를 만든다. 이 장비를 사가는 최대 고객은 삼성디스플레이다.

또 HB테크놀러지는 도광판(LGP), 확산판(DP) 등 부품소재도 만드는데 주로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2차전지 제조에 쓰이는 각형, 원형셀 외관검사기, 빗감김 검사기 등은 삼성SDI가 주요 거래처다.

이런 구조로 인해 HB테크놀러지의 실적에서 삼성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작년 삼성 계열사를 통해 얻은 매출은 장비사업부문이 670억원, 부품소재사업이 568억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삼성 그룹사의 비중은 77.5%에 달한다.


삼성그룹이 가장 중요한 고객인만큼 HB테크놀러지에서도 긴밀한 관계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 재직하는 임원 중 다수가 삼성 계열사 출신이다. 남효학 장비전략총괄 부회장, 선호 장비사업총괄 사장, 강동욱 장비응용기술담당 전무 등이 삼성디스플레이 출신이다. 박준형 2차전지사업부문 전무는 삼성SDI, 연진모 소재기술담당 전무는 제일모직에서 경력을 쌓았다.

HB솔루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디스플레이 전공정, 후공정 장비가 주력사업으로 2019년 삼성디스플레이의 우수 협력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외에 2차전지, 반도체 관련 장비로도 라인업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HB테크놀러지와 다르게 HB솔루션은 사업보고서 내에 고객사로 삼성 관계사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는다. 다만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전체 매출에서 주요 고객사 계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86%를 웃돌았다.

문 회장에 이어 HB그룹을 이끄는 문성준 사장 역시 삼성그룹과 관계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2년 전에 있었다. 문 사장은 공개 석상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2023년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현 삼성SDI 사장)의 요청으로 공개 행보를 한 적 있다.

최 사장은 2023년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현 DX부문장 직무대행)의 지목을 받아 '1회용품 제로 챌린지'를 했다. 그는 다음 주자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과 더불어 문 사장을 추천했다. 문 사장은 곧바로 챌린지를 진행했고 다음 타자로 오흥식 엘오티베큠 회장, 유명훈 풍원정밀 대표를 지목했다.

HB그룹이 삼성 계열사의 굳건한 신뢰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높은 의존도는 '양날의 검'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HB테크놀러지와 HB솔루션은 거래처 다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양사 모두 중국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HB테크놀로지와 HB솔루션은 각각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업체와 거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맞수로 부상한 BOE, CSOT 등과 이미 거래를 튼 상태다.

문성준 HB테크놀러지 사장이 2023년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현 삼성SDI 사장)의 지목을 받아 일회용품 제로 챌린지에 참여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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