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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증권사 리뷰]공격 투자 '부메랑'…팻테일 리스크 피하자③메리츠 홈플러스 사태 대표적…은행 계열은 리스크 관리 DNA 공유

이정완 기자공개 2025-04-29 08:01:47

[편집자주]

증권업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건전성 관리에 발목이 잡힌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와 달리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독립계는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을 쌓아가고 있다.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도 비은행지주 증권사의 강점이다. 더벨은 이들 증권사의 사업 전략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5일 10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의 세계는 정규분포 곡선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때로는 평균을 벗어난 극단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공격적 투자를 실시하는 비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는 이 같은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더 크다.

최근에 이러한 사례가 등장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1조원 넘는 대출을 실행했는데 올 들어 기업회생이란 문제가 생겼다. 5조원 가까운 담보를 잡았다지만 실제 현금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감한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신용위험액 비중에 쏠리는 눈일부는 '60%' 육박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와 비은행지주 산하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수준은 NCR(순자본비율) 계산에 활용되는 총위험액 차이에서 잘 드러난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값을 필요유지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증권업계는 2010년대 후반 들어 부동산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해외 대체투자에 집중했다. 필연적으로 위험액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위험액이 가장 큰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연결 기준 5조8496억원을 나타냈다.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만큼 총위험액이 커도 부담이 덜하다. 비슷한 이유로 발행어음을 영위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총위험액이 대체로 컸다. 한국투자증권이 5조5253억원, NH투자증권이 4조9009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총위험액 구성 항목을 살펴보면 증권사별 리스크 관리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총위험액의 74%가 시장위험액이다. 주식, 채권, 외환, 펀드 등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시장위험에 따라 계량화한 수치다. 자본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용위험액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용위험액은 거래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고려한 손실 위험을 수치화한 것이다. 채무보증이나 신용공여, 대출채권 등이 포함된다. 거래 상대의 신용도에 따라 위험값을 달리 매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0대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신용위험액이 시장위험액을 넘어섰다. 신용위험액이 총위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에 달한다.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 중에서도 신용위험액 비중이 높은 편인 NH투자증권이 42%를 나타냈는데 메리츠증권은 이를 크게 상회한다.

이는 메리츠증권의 사업 구조와도 관련이 깊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호황기에는 PF 비즈니스를 통해 고수익 기반을 다졌다. 2022년 순이익 7690억원으로 전체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들어선 위기에 빠진 기업에 특화된 고금리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 롯데건설 공동펀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홈플러스, 엠캐피탈, 폴라리스쉬핑 등이 메리츠증권을 찾았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고려아연에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확실한 담보를 통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달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작년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1조2000억원 대출을 집행했는데 메리츠증권이 빌려준 돈만 6500억원을 넘는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잡은 홈플러스 부동산 담보만 5조원에 달하지만 실제 회수는 또 다른 문제다.

IB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담보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기업회생 과정에서 직접 매각 주체가 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회수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계열 증권사는 은행·지주 출신 CRO 배치

독립계 증권사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위험 추구를 일정 부분 감수해왔다. 기업금융, 부동산PF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전략이 극명히 드러났다. 하지만 은행계열 증권사는 전반적으로 안정성 선호 기조가 뚜렷하다.

작년 말 기준 총위험액을 살펴보면 NH투자증권을 제외하곤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의 총위험액은 3조원을 오르내리는 수준이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리스크관리책임자(CRO) 선임 기조에서도 은행지주와 비은행지주 산하 증권사 간 차이가 있다. 은행지주 산하 증권사 역시 증권업에 뛰어든 지 충분히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행·지주 근무 경험이 있는 CRO를 선호한다. 자회사에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습이다.

연초 KB증권 리스크관리본부장으로 선임된 김보형 상무는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장, KB국민은행 개인여신부장을 거쳤다. 2023년부터 하나증권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은석 상무도 하나금융지주에서 리스크관리부팀장으로 일한 이력이 있다.

특히 지난해 1300억원 넘는 ETF LP 운용손실로 리스크 관리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는 신한투자증권은 CRO를 아예 증권에서 은행 출신으로 교체했다. 이재성 상무를 신규 선임했는데 은행과 지주를 모두 거친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에서 전략기획부 부부장, 경영혁신부 부장으로 일했고 신한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팀장, 사업지원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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