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스톡 오해와 진실]보로노이 'VRN11' 임상 데이터 이견, 핵심은 약 없는 'C797S'타깃 유효성 확인에도 주가 하락, PR 반응은 2명뿐
이기욱 기자공개 2025-05-02 07:46:06
[편집자주]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주식시장에 떠도는 격언이다. 그러나 적어도 바이오 업권에서 '소문'은 경계해야 할 리스크가 된다. 파이프라인의 성공과 실패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업의 특성 탓에 그 어느 업권보다도 주가가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더벨은 바이오 기업을 둘러싼 시장의 소문 혹은 오해의 진실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30일 10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로노이가 미국암학회(AACR) 2025에서 최근 공개한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초기 데이터를 두고 회사와 시장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VRN11'이 타깃 적응증 환자에 대해 유효성을 보였다는 긍정적 해석을 내놨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타깃 변이를 제외한 다른 환자에 대한 임상 결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보로노이는 치료 전력이 많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해석이라고 설명한다. 높은 안전성을 바탕으로 향후 용량을 증가하며 유효성을 입증해나갈 계획이다.
◇EGFR TKI 치료 환자 14명 대상, C797S 변이 1건 PR 확인
보로노이는 28일 AACR 2025에서 자사 주력 파이프라인인 VRN11의 임상 초기 데이터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VRN11은 EGFR(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총 1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데이터가 공개됐다. 투약 용량은 10㎎과 20㎎, 40㎎, 80㎎이 각각 3명씩이고 160㎎ 투약 환자는 2명이다. 이들의 과거 치료 경험 횟수는 최소 1회에서 8회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중간 값은 4회로 다수의 환자가 치료 전력이 많은 'heavily treated' 환자다.
모두 1개 이상의 'EGFR TKI(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를 투약한 적 있다. 그 중 79%에 해당하는 11명은 3세대 EGFR TKI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렉라자(레이저티닙)를 투약했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타그리소의 내성으로 나타나는 C797S 돌연변이 등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약물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최적의 약물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VRN11은 C797S 변이 환자의 2차 치료를 주요 개발 적응증 중 하나로 삼고 있다. C797S 변이는 EGFR TKI 치료의 가장 일반적인 내성 기전이다. EGFR 유전자의 797번째 아미노산인 시스테인(Cysteine)이 세린(Serine)으로 변화하는 돌연변이다. EGFR TKI의 결합 능력을 크게 저하시킨다.
보로노이는 C797S 돌연변이 뇌전이 환자에게 저용량인 40㎎를 투약해 폐 병변에서 50% 이상의 PR(Partial Remission, 부분 관해) 반응을 확인했다. 뇌 병변에서는 CR(Complete Remission, 완전관해) 반응도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폐에 있던 22.2㎜ 종양이 2개월 투약 후 50% 이상 크기가 감소했고 뇌에 있던 병변은 10.6㎜ 종양이 4개월 후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주요 적응증에 대한 효능이 확인된 데이터를 공개했음에도 당일 시장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전 거래일인 25일 종가 기준 11만600원이었던 주가는 28일 9만6800원으로 12.48% 하락했다. 다음 날인 29일에도 9만7000원으로 장을 마치며 0.21% 회복하는데 그쳤다. 30일 장 초반 현재는 보다 하락한 9만5000원대 주가를 유지 중이다.
데이터가 공개된 당일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주로 주식을 매도했다. 기관은 1만2815주를 순매도했고 외국인 투자자는 18만4332주를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가 19만5147주를 순매수하며 그 이상의 주가하락을 막았다.
29일에는 반대로 개인이 3만9637주를 순매도했고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만5652주와 2만5071주를 순매수했다.
◇5명 PD 반응 확인, 안전성 바탕으로 320㎎까지 용량 확대
타깃 적응증인 C797S 변이 환자 외 다른 환자들에 대한 유효성 부분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총 14명의 임상 환자 중 PR을 보인 환자는 단 2명으로 나타났다. PR은 항암요법을 한 후 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어든 경우를 의미한다.
이 가운데 1명이 C797S 변이 환자다. 나머지 1명은 80㎎ 투여 환자다. 이 환자는 아파티닙 치료 이력이 있다.
절반에 해당하는 7명은 SD(Stable Disease, 안정 병변)를 보였다. SD는 기존 종양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30% 이상 감소 또는 20% 이상 증가 양 쪽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
80㎎ 투여 환자 2명과 160㎎ 투여 환자 2명 등 고용량 투여군이 모두 SD 반을을 보였고 10㎎과 20㎎, 40㎎ 투여군에서 각각 1명씩 SD로 확인됐다.
나머지 10㎎ 투여 환자 2명과 20㎎ 투여 환자 2명, 40㎎ 투여 환자 1명 등 5명은 PD(Progressive Disease, 질병 진행)가 확인됐다. PD는 종양 크기가 20% 이상 커진 상태다.
이중에는 기존 치료 횟수가 8회, 5회에 달하는 환자들도 포함돼 있다. 애초 보로노이는 EGFR TKI 변이를 타깃으로 치료제를 개발 중이기 때문에 과거 치료에서 효능을 보지 못한 환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내성 문제들로 인해 다수 환자로부터 유효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보로노이 측은 현재 치료제가 없는 C797S 변이 환자에서 PR 반응이 확인된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전체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부 부정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1차 치료제 약물의 유효성 지표와 단순 비교하면서 부진한 지표로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며 "수차례 다른 약을 사용해보고 효과 나타나지 않은 'heavily treated' 환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어려운 임상에서 10㎎ 저용량부터 효능을 봤다는 점에서 긍정적 데이터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C797S라는 현재 승인된 약물이 하나 없는 변이 환자에게서 약효를 봤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로노이는 VRN11 240㎎ 투약을 앞두고 있으며 320mg까지 증량하는 것으로 임상이 설계돼 있다. 초기 데이터상 높은 안전성이 확인됐기에 계획대로 무난하게 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표된 임상 결과에서 TRAE(Treatment Related Adverse Event, 약물 관련 이상 사례)가 발생한 환자는 9명으로 나타났다. 모두 Grade 1 부작용으로 Grade 2 이상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증상의 부작용으로 일반적으로 삶의 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항암의 경우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VRN11은 안전하게 용량을 증가해 나가고 있다"며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고용량으로 갈수록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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