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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땀한땀 수익률 쌓는게 내 방식" 정병훈 하나UBS자산운용 헤지펀드 대표매니저

신민규 기자공개 2013-04-03 18:19:28

이 기사는 2013년 04월 03일 1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헤지펀드 매니저 인터뷰 하기가 겁나는 요즘이다. 출범 초기 인터뷰를 거쳤던 매니저들이 성과부진으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물러난 매니저만 총 6명.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입을 열기가 쉽지 않은 때다. 해외파 출신으로는 유일한 정병훈 하나UBS자산운용 헤지펀드 대표매니저(39, 사진)가 지난 1일 처음 입을 열었다.

정병훈

첫인상은 누가봐도 호방한 스타일이다. 180센티미터가 훨씬 넘어보이는 키에 선입견 탓인지 축구선수를 해도 잘할 것 같은 듬직한 체구다. 한다면 포지션이야 어찌됐든 수비보다는 공격수가 어울려 보였다. 시종일관 직설적인 어조에 간간히 시니컬한 면도 느껴졌다. 풍채와 용모가 성격을 반영한다면 정병훈 매니저의 운용스타일은 공격적이어야 했다. 시장 방향성을 미리 예측해서 롱이든 숏이든 과감하게 지를 타입이다. 게다가 39살로 젊다.

예상과 달리 실제 운용스타일은 한땀한땀 수익률을 쌓아올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하나UBS자산운용의 1호 헤지펀드인 하나UBS프라임롱숏알파전문사모투자신탁 종류I 펀드에 대해 묻자 그는 "더디가는 내 펀드가 답답할 수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설정액 407억 원에 누적수익률 4%대. 운용 내내 한번도 마이너스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화려한 플러스 수익을 낸 것도 아니었다. 운용보수 1%, 성과보수 10%, 허들레이트(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기준수익률) 5%로 초기 설정된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는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열로 따지면 브레인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호 펀드 다음이다.

"지난 한해는 솔직히 롱숏하기 어려운 한 해였다. 외부에서의 유동성 공급으로 급등도, 폭락도 없었다. 시장이 박스권에 갇힌 상태에서 펀더멘털 롱숏이 먹히기 힘들었다. 반대로 펀더멘털과 리서치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져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해이기도 했다."

◇"더디지만 바른 길…변동성 관리가 최우선"

펀드가 더디가는 게 혹시 잘못된 방향으로 가서가 아닐까. 정 매니저는 이 점에 대해서 분명했다. 헤지펀드 시장에서 메인을 차지해야 할 펀드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펀드가 아닌 꾸준한 수익률을 내는 펀드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변동성 관리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그의 펀드는 코스피 지수 변동성의 5분의 1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변동성이 관리되지 못한 펀드에는 경험상 재간접헤지펀드(FoHF)들이 무조건 돈을 뺐고 해외에서도 그렇게 배웠다는 것이다.

사실 그도 변동성을 무시하고 상승장에 신나게 질렀던 때가 있었다. 2006년 10월 서른한 살 젊은 피에 홍콩 메릴린치 법인에서 인터널 헤지펀드(Internal Hedge Fund)를 맡아 1조5000억 원을 운용할 당시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종목을 사면 오후에 상한가를 치던 때였다.

그 역시 상당한 수익을 냈다. 홍콩에 있던 선배 매니저들이 IMF이후 처음 온 후배라며 매일같이 술을 사주던 시기였다. 동료 매니저들이 숏을 치기도 하면서 변동성 관리를 했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연말 그에게 돌아온 것은 보너스가 아닌 냉대였다. 당시 글로벌 헤드는 신출내기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너는 운이 좋았다. 상승장에 베팅해서 먹힌 것일 뿐 장이 나빴다면 넌 망했다. 1년에 100억 원을 벌어야 한다고 치자. 1000억 원을 벌었다가 900억 원을 잃는 유형, 1000억 원을 벌었다가 돈을 다 잃고 1100억 원을 번 유형, 한번에 100억원을 번 유형, 10억원 20억 원씩 조금씩 플러스를 내면서 쌓아가는 유형. 이 네가지 유형 중에서 헤지펀드가 가야할 길은 네번째다. 너는 앞의 세가지 유형에 다 해당된다. 보너스 달라고 징징대지 말아라."

그 일이 있고나서인지 몰라도 그는 2008년 돈을 벌었다. 2007년 79명에 육박했던 매니저들이 2008년 23명으로 쪼그라들었던 때였다.

2012년 한국형 헤지펀드 대표매니저를 맡을 당시 그는 변해 있었다. 그를 인터뷰한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펀드가 답답할 수 있다. 시장에는 분명히 고수익을 내는 펀드가 등장할 것이다. 내 펀드가 3% 안팎으로 수익률을 쌓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으면 매니저를 맡겠다." 변동성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였다. 진 사장은 그의 운용철학에 동의했고 그로부터 시드머니를 구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려 지난 2월에는 운용이 시작됐다.

◇생보사·기관자금 유입…"내년 롱숏기회 많아질 것"

202억 원으로 시작했던 초기 설정액은 일부 생명보험사와 기금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자금이 조금씩 몰렸다. 그의 펀드가 전혀 투기적이지 않다는 것을 수개월을 지켜보면서 느낀 기관투자가들이었다.

펀드는 투자자금으로 채권을 100% 매수해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고 이 채권을 담보로 레포거래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바탕으로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기본이다. 펀드의 3월 기준 넷포지션은 12.17%로 거의 중립에 가깝다.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의 그래프가 서로 거울을 보듯이 바라보고 있다.

일반적인 롱숏전략과 차이가 있다면 롱숏전략에 구사되는 종목이 3~4개 이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건설주를 롱숏으로 들어갈 경우, 해외수주 가능성이 희박한 A종목을 대차매도(2.2%)하면서 매도한 자금으로 해외수주 가능성이 높은 B종목을 매수한다.

여기에 변수하나를 더 고려한다. 만약 해외수주가 성공하더라도 국내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 건설주가 전반적으로 빠지는 점을 대비해서다. 국내건설 위주에 포커싱이 돼있는 C종목을 숏(1.8%)쳐서 B종목을 총 4% 매수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넷 포지션은 0이 된다. 실제로 그는 숏을 통해 더 많이 수익을 냈다.

여러 변수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치밀한 운용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롱숏전략은 단일종목 또는 바스켓 구성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그는 올해 롱숏전략이 지난해보다는 좀더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펀더멘털상 왜곡된 기업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롱숏기회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다.

정 매니저는 시장 방향성을 예측해서 지르는 행위가 몇번은 맞을 수 있지만 항상 맞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변동성을 책임지면서 수익을 내는 게 헤지펀드라고 말했다. 시종일관 '만약에 터질 경우', '예측이 틀릴 경우'를 대비하려면 자체적인 변동성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스위퍼(sweeper, 최종수비수)가 어울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력

△고려대 경영학 졸업
△2001.02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팀
△2004.04 미래에셋증권 랩어카운트운용팀
△2004.08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팀
△2006.10 메릴린치(홍콩) 전략투자팀
△2010.05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팀
△2011.12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헤지펀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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