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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짜리 우정사업본부, CP매칭형 상품 '몰빵' [증권 신탁, 무엇이 문제인가⑥]CDS ABCP 등 고금리 단기상품에 투자 집중

임정수 기자공개 2013-11-18 07:01:00

이 기사는 2013년 11월 08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는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증권사 특정금전신탁 등을 통해 기업어음(CP)에 과도한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자금의 중 절반 가량이 CP 매칭형 신탁이나 랩어카운트에 집행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어음 중에는 증권사가 장부상회사(SPC)를 만들어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PF나 신용디폴트스왑(CDS)를 기초자산으로 수익률을 높은 고금리 상품으로 위험 또한 높은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 중 특히 비중이 높은 CDS ABCP의 경우 그 위험성과 정보불투명성으로 인해 금융당국의 요주의 감시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사실상 우정사업본부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우본 자금, CP매칭형 신탁으로 물밀 듯…대부분 ABCP에 투자

7일 증권사 신탁 운용 담당자들은 증권사 신탁의 가장 큰 손으로 우본을 꼽았다. 우체국예금과 보험을 통해 조성된 자금 중 주식이나 채권, 대체투자(AI) 등에 자금을 집행하고 남은 자금의 상당 부분을 증권사 수시입출식특정금전신탁(MMT)과 채권 또는 CP형 특정금전신탁으로 운용한다. 특히 CP나 ABCP로 주로 운용되는 신탁이나 랩어카운트 등 CP 매칭형 상품에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우본은 올해 5월 말 현재 105조 235억 원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예금자산이 63조 2775억 원, 보험자산 운용액이 41조 7460억 원이다. 이 중 CP 매칭형 특정금전신탁과 랩어카운트에 가입된 운용자산은 34조 5950억 원으로 전체의 32.9%에 해당한다.

보험 부문 보다는 예금 부문의 CP매칭형 상품 비중이 높다. 예금 운용자산의 48%인 30조 3343억 원이 CP매칭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보험 부문의 경우 운용자산의 10.2%인 4조 607억 원이 유사한 상품에 가입돼 있다.

우본 운용자산 중 CP 신탁 투자액은 2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증권사 신탁 잔고가 110조 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 신탁의 약 20%를 우본 자금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CP나 ABCP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상품에 편입되거나 직접 운용하는 CP와 ABCP는 28조 8813억 원 규모. 전체 운용자산의 27.50%를 차지한다. 예금자산 운용액 63조 2775억 원의 약 40%인 25조 2864억 원이 CP와 ABCP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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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감사원)

증권사 관계자는 "보험자산은 조달 만기가 길어 운용자산도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고 수익률이 높은 장기채 위주로 운용한다"면서 "조달 사이드의 만기가 짧은 예금운용 부문의 CP·ABCP 운용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 증권사, 높은 요구수익률 맞추려면 ABCP 불가피…우본, 그립자금융 확대에 핵심 역할

우본이 증권사 CP 신탁을 선호하는 것은 수익률 때문이다. 우본은 우체국 예금과 보험으로 수신을 늘리거나 보험료를 받아 채권과 주식, 대체투자(AI), 금융상품 등으로 운용한다. 예금을 받기는 하지만 대출을 할 수가 없어서 모두 유가증권이나 금융상품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우본의 1년 만기 요구수익률은 3.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만기의 정기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50bp 이상 높다. 높은 금리를 맞추려면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채권이나 상품 투자를 유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매년 10조 원 씩 늘어나는 우본 운용 잔고에 맞는 적절한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신용도가 괜찮고 수익률이 좋은 물량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이를 고려해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크레딧디폴트스왑(CDS)-ABCP와 정기예금 ABCP, 프로젝트파이낸싱(PF)-ABCP 등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ABCP를 편입해 요구 수익률을 맞춰 준다.

증권사 신탁 운용팀 관계자는 "우본과의 거래 관계가 끊기지 않으려면 일반적인 유가증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구조화를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린 상품을 제시해 자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ABCP의 대부분은 CDS-ABCP로 알려졌다. CDS-ABCP는 담보채권 수익률에 CDS 프리미엄을 붙여 수익률을 높인 구조화 상품이다. 이러한 고수익 ABCP의 발행과 시장 확대를 유도한 것도 우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우본이 CDS-ABCP 시장을 만들었고 또 확대시킨 것"이라며 "정부 산하 자금운용 기관이 자칫 거시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그림자금융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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