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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본 위해' 사실상 손실보전…자전·바터 등 편법까지 [증권 신탁, 무엇이 문제인가]⑦사실상 '확정'된 예상 수익률 제시 …신탁간 자전거래와 바터도 흔해

임정수 기자공개 2013-11-27 10:00:00

이 기사는 2013년 11월 12일 1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들이 신탁계정의 최대 큰 손인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와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사실상 일정 수익률을 약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적배당 상품인 신탁의 경우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약속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수익률을 제시하고, 우본은 수익률을 높게 제시하는 증권사에 자금을 맡기는 행태가 관행화 돼 있다는 것이다.

또 증권사들은 우본이 맡긴 자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신탁 계좌간 자전거래를 하거나 타 증권사와의 바터(Barter) 거래, 고유계정을 활용한 우회 거래를 통해 신탁 손실을 보전하는 등 비정상적이고 무리한 거래까지 동원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요구수익률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우본과의 거래 관계가 끊기는 것을 우려한 편법적인 거래가 많다는 얘기다.

◇ 증권사들, 우본에 '수익률' 제시해 수익률 보장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우본에 신탁 상품을 제안할 때 예상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은 관행화돼 있다. 만기까지의 기간 동안 달성할 수 있는 수익률 예상치를 제시하는 것이다. 신탁은 실적 배당 상품이기 때문에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다. 대신에 확정수익률이 아닌 예상수익률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제시하는 관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 우정사업본부가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에 자금을 맡기고 있어 예상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예정수익률이라고 하지만 한 번 제시한 수익률은 증권사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맞춰야 하는 절대적인 수치다. 한 증권사 신탁 운용팀 관계자는 "사전에 제시한 수익률을 맞추지 않으면 거래 관계가 끊길 것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아마도 우본 요구수익률을 맞추지 못한 증권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말이 예상 수익률이지 실제로는 확정 수익률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우정사업본부의 1년 만기 CP매칭형 상품에 대한 요구수익률은 3.50% 수준. 같은 만기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50bp 이상 높다. 투자 적격 등급인 A1, A2+, A3+ 등급의 1년 만기 CP 수익률은 각각 2.82% 3.21% 5.20% 수준. A1 등급이 A2 등급 CP로도 요구하는 수익률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신용도가 낮은 CP를 편입하기도 어렵다. 우본이 신탁에 편입할 수 있는 CP 등급을 제한하고 있고 대부분의 증권사가 내부 신탁 운용 가이드라인으로 저등급 CP를 편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증권산 신탁 운용팀 관계자는 "A2 보다 아래 등급의 CP를 편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장기 CP나 CDS-ABCP를 편입하는 방법으로 수익률을 높여 왔다. 특히 CDS-ABCP 시장은 우본이 시장을 만들었고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CDS-ABCP 시장은 우본 때문에 만들어졌고 우본이 키운 시장"이라며 "일부 증권사들이 무리하게 수익률을 높여 우본 자금을 받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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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우정사업본부, 감사원)

◇ '자전거래' '3자 바터거래' 등 무리한 편법거래 많아

증권사들이 우본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신탁계좌 간 자전거래, 타 증권사와의 바터(barter) 거래 등 무리한 편법 거래를 일삼는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신탁에 편입된 유가증권을 회사 내 다른 신탁 계좌나 다른 증권사와 거래하는 방식으로 신탁의 손실을 메우는 증권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신탁의 손실 보전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장 흔한 방식은 회사 내 수익자가 같은 신탁 계좌 간 유가증권 거래다. 일례로 우본이 맡긴 A 신탁 계좌에 편입된 CP나 ABCP에서 손실이 난 경우 수익자가 같은 B 신탁계좌와 자산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신탁계좌 간에 유가증권을 사고 파는 일종의 자전거래다. 증권사 임원은 "신탁 계좌 간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수익률 키 맞추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래 정황은 감사원 감사 결과 포착되기도 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가입한 신탁에 만기가 도래해 상품 운용을 맡은 증권사가 편입된 CP를 시장에 매도한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CP는 우본이 투자한 다른 신탁 상품에 편입돼 있었다. 이렇게 거래된 CP가 2013년 1월부터 5월까지 총 4조 7177억 원에 달했다. 우정사업본부가 밑긴 여러 계좌에서 CP 사고 팔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실적 배당 상품인 신탁은 운용 실적대로 투자자에게 넘기는 게 원칙"이라며 "수익자가 같더라도 신탁 간 자산 교체를 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탁 간 유가증권 거래도 자전거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신탁과의 바터 거래도 이뤄진다. 일례로 '가' 증권사가 운용하는 'A' 신탁 계좌에서 손실이 난 상태라고 가정하자. 가 증권사는 A에 편입했다가 손실 난 CP를 다른 증권사인 '나'가 운용하는 B 신탁으로 손실 인식 없이 제 값을 받고 넘겼다가 다시 다른 신탁 계좌인 C에서 같은 가격으로 되 사 온다. 이 경우 가 증권사 A 신탁에서 손실을 인식하지 않는 대신에 C 신탁 계좌로 손실이 이전된다.

고유계정으로 신탁 손실을 보전하는 형태의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 계정으로 다른 증권사에 신탁에 가입한 뒤 손실 난 CP를 증권사가 신설한 신탁 계좌로 공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도하거나, 다른 증권사로 고가에 판 유가증권을 다시 같은 가격에 사오는 방식이다. 고유 계정으로 직접 신탁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이 금지돼 있어 우회로를 활용하는 것이다.

CP 쪼개 팔기가 이러한 거래를 가능케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CP를 발행된 액면 그대로 신탁을 설정하면 신탁 계좌 간 자산 교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큰 액면의 CP를 적은 액면의 신탁 수익권으로 쪼개 파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무리하게 큰 기관의 수익률을 맞춰주다가 어느 순간 손실을 한꺼번에 인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서 "신탁의 손실을 고유 계정에서 보전해주다가 은행 부실로 이어진 과거 사례를 곱씹어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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