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 막을 '명분' 있나 2001년 홀딩스 체제 전환 땐 지주사 제도 찬양..이번엔 반대 행보
문병선 기자공개 2014-01-21 08:11:36
이 기사는 2014년 01월 20일 16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녹십자의 경영권 인수 추진 타깃이 된 일동제약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주사 전환을 반대키로 한 녹십자가 과연 일동제약이 기업 인적분할을 거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걸 막을 명분이 있는지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최근 일동제약 지분 14.01%를 추가로 확보해 지분율을 29.36%로 늘리면서 내부적으로 오는 24일 열릴 일동제약의 주주총회에서 기업분할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방침을 정했다.
녹십자의 기습적인 지분율 확대로 일동제약은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단속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부적으로 녹십자의 비도덕적 의도에 대해 분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동제약을 흔들어 놓기 의한 의도가 있었다면 이미 성공했다"며 "그러나 녹십자 역시 M&A의 명분이 약하고 특히 지주회사 전환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 및 업계 일각의 녹십자에 대한 반발은 과거 녹십자그룹 역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일동제약과 비슷한 목적을 내세웠다는 점에 있다.
2001년 녹십자그룹의 보도자료와 녹십자의 공시 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이 그룹은 순수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당시 한 공시에서 "순수지주회사 즉 홀딩컴퍼니(Holding Company)로 변신시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지난 수년 동안 제제별 사업본부제, 스핀오프(Spin off) 방식의 사업부문별 분사, 선진 외국기업과의 얼라이언스(Alliance) 등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기업경영의 전문성, 효율성, 유연성,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책임경영을 실현함으로써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토탈헬스케어비즈니스(Total Healthcare Business)를 추진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녹십자그룹은 이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10여년간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2011년 지주비율(자회사주식가액합계액/지주회사자산총액)이 50% 밑으로 떨어지면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서는 제외됐다.
하지만 녹십자홀딩스는 이후 여러 공시에서 "㈜녹십자홀딩스는 201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상의 지주회사 요건 미충족으로 지주회사에서는 적용제외되나 자회사의 주식을 확보, 유지, 관리하는 등의 지주회사 시스템은 계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랬던 녹십자그룹이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안건을 반대하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기업 비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일 녹십자그룹 설명대로 지주회사가 기업 경영에 큰 혜택을 가져다 준다면 녹십자는 2대주주로서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찬성해 보유 지분 가치를 극대화시켜야 하는데 실제 행동은 반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녹십자 스스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었고 그 당시 전환할 때 지주회사의 여러 장점을 홍보하더니 이제와서 다른 기업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반대하는 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시각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녹십자가 우려하는 일동제약의 지분율 희석화 현상도 기우일 수 있다. 유력한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 방식은 '기업인적분할→투자회사 및 사업자회사 주식 스와프→지주사 전환'이다. 녹십자는 이 과정에서 주식 스와프에 참여해 언제든 지주회사 지분을 현재의 지분 비율대로 취득할 수 있다.
지주회사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만일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녹십자는 언제든 그 과정에 동참하면 지분율이 희석되지 않는다"며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명분이 과연 있는지, 단순히 머니게임에 나서는 지 따져보아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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