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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리스트 지분 늘려라' 휠라코리아의 베팅 최초 1050억 투자 후 매년 400억 추가 지분매입..국내법인 현금흐름 '악화'

문병선 기자/ 장소희 기자공개 2014-02-25 08:35:00

이 기사는 2014년 02월 14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 세계적 골프 용품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휠라코리아가 최초 인수 후에도 미국 골프 업체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 온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틀리스트의 실적이 좋아 추후 자본이득을 기대한 노림수로 보이지만 이런 추가 베팅에 의류업계의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14일 의류업계 및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휠라코리아는 2011년 미국 아큐시네트(Acushnet)를 인수한 이후에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회사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와 의결권 지분율을 46%까지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휠라코리아는 2011년 7월 알렉산드리아홀딩스(Alexandria Holdings Corp.)라는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타이틀리스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 용품 회사인 아큐시네트를 인수했다. 산업은행이 제공한 인수금융을 포함해 총 12억 2500만 달러의 자금이 소요됐다.

이 중 휠라코리아는 전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050억 원을 직접투자해 알렉산드리아홀딩스의 보통주 100%를 가져왔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들은 의결권 있는 전환상환우선주와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인수하는 것으로 대략 6000억 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FI의 지분까지 고려한 휠라코리아의 의결권 지분율은 최초 35.8%에 불과했다.

하지만 2년 반이 지난 2013년 말 기준 휠라코리아의 알렉산드리아홀딩스에 대한 이 의결권 지분율은 어느 덧 46%가 됐다. 회사측에 따르면 휠라코리아는 2012년 약 404억 원을 들여 알렉산드리아홀딩스 신주인수권을 FI들로부터 매입했고 이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아울러 2013년에도 416억 원을 들여 신주인수권을 매입했고 이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휠라코리아가 매년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 까닭은 FI들과의 약정 때문으로 보인다. 아큐시네트 인수 당시부터 휠라코리아는 매년 아큐시네트 실적이 일정 조건에 부합하면 FI들로부터 BW에서 분리된 신주인수권 전부를 5년의 기간에 걸쳐 연복리 4%의 이율을 적용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로 했다. 이 약정에 따라 매년 휠라코리아는 400억 원 가량을 들여 신주인수권을 FI들로부터 사 왔다.

이렇게 사들여 전환한 보통주 지분율이 어느 덧 46%가 된 셈이다. 추후 FI들과의 약정 기한(2016년 7월)이 끝나면 아큐시네트의 기업공개(IPO)에 나설 수 있고 휠라코리아는 적지 않은 자본이득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최소한 현재로서는 이런 기대감에 지분 취득을 무리 없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추후 자본 이득을 볼지언정 이 같은 추가 베팅 때문에 휠라코리아의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 휠라코리아는 영업활동으로 약 538억 원의 현금이 들어왔으나 알렉산드리아홀딩스 지분 취득에 416억 원을 썼고 차입금 순상환과 배당금 지급 용도로 나머지 자금을 써 현금은 단 50억 원정도 늘어났다. 2012년에는 알렉산드리아홀딩스 지분 취득에 404억 원을 쓴 데 더해 차입금 순상환에 500억 원을 사용해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휠라코리아는 최근 국내 법인의 매출이 둔화 또는 감소하고 있어 의류업계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국내 법인은 경쟁 격화 속에 새로운 업태로의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다량의 현금이 대부분 과거 M&A의 후속 자금소요로 빠져나가면서 실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휠라코리아는 FI들과의 약정에 기인해 2016년까지 매년 신주인수권을 추가로 취득해야 하고, 지난 2007년 전세계 '휠라(FILA)' 상표권을 보유한 업체를 인수하면서 끌어들인 차입금을 앞으로도 계속 갚아나가야 해 투자여력은 단기간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 휠라코리아의 재무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수익성 있는 회사이지만 본업에서 밀린다면 아무리 M&A를 통해 이득을 보더라도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M&A 업계 다른 관계자는 "타이틀리스트 등의 실적은 좋은 편"이라며 "휠라코리아의 재무상황이 어떤지는 추후 파악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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