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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AAA급 위상 재건..돌직구 전략 '通'할까 [Credit Outlook 점검]평판 훼손, 시장소통으로 만회…자구안 성과, 실적전망 '밝음'

황철 기자공개 2014-09-02 14:03:05

이 기사는 2014년 08월 29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설립 이래 최대의 고비라 할 만한 지난(至難)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국내 통신시장의 성숙기 진입으로 서비스수익의 역성장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통신시장 환경변화에 대응한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다.

사업 외적으로도 KT ENS 사태, 개인정보유출 등 사건사고가 잇따르며 국내 대표 기업의 위상에 적잖은 금이 갔다. 올해 일부 신용평가사가 AAA등급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았던 배경에는 재무실적의 저하뿐 아니라 평판자본(Reputation Capital)의 훼손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KT는 돌직구 전략으로 비관 일색이던 시각을 조금씩 돌려놓고 있다. 대규모 명예퇴직 단행과 비핵심 계열의 발빠른 매각 추진은 소기의 성과를 이루며 펀더멘털 개선의 기대감을 높였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의 소통에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신용도 하락의 한 원인이었던 평판 회복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아직은 국내 크레딧 시장에서 KT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나타난 예상 밖의 수요 우위는 AAA급 유지에 대한 시장의 믿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향후 KT 재무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자구안이 장기적인 재무실적의 상승 모멘텀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향후 AAA급 유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재무실적 개선, 성장성 확보 관건

올해 정기신용평가에서는 AAA급의 터줏대감 KT에 대한 평가사별 시각에 엇박자가 났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부정적' 등급 전망을 달았고 NICE신용평가는 '안정적'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개별 발행사 신용등급 전망에 차이가 나는 것 자체가 별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간판기업이 포진한 AAA급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AAA 등급은 재무구조만 좋다고 오를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웬만해서는 신용도에 흠집을 내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이번 아웃룩의 견해차는 역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KT의 신용등급에는 사업성이나 재무안정성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평정 논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황으로 보면 KT의 신용등급이 단기간 내 AA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 국기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강력한 사업 지위는 평정 논리상 일정부분의 재무지표 저하를 상쇄해 주는 역할을 해 왔다. 사업안정성의 급격한 훼손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일반 제조사와 동일한 선상에서 재무실적을 신용등급에 반영하지는 않는다.

한기평과 한신평이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의 조건(Trigger) 역시 수익성의 지속적 저하를 전제로 한 재무레버리지의 확대에 맞춰 있다. '안정적' 전망에 이례적으로 재무트리거를 제시한 NICE신용평가 역시 마찬가지.

KT 등급

한국기업평가는 개별 기준 '수정 EBITDA마진 23% 미만', '총차입금/OCF 2.3배 이상'을 등급 하향 검토의 조건으로 달았다. 한국신용평가는 별도의 트리거 없이 "중기적 관점에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EBITDA/서비스수익', '순차입금/EBITDA' 지표의 가시적인 개선이 없다면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다. NICE신평은 'EBIT/서비스수익 5% 이상', '총차입금/EBITDA 2.5배 하회'를 AAA급 유지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본연의 통신서비스수익을 통한 영업현금창출력 회복과 이를 통한 차입금 축소를 조건으로 내 건 것이다. 올해 KT의 재무실적을 이같은 트리거 조건에 대입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 일시적인 대규모 명예 비용 지출 등으로 수익성 지표가 급격히 왜곡되고 관련 차입금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면 AAA급 유지와 AA급 전락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기평이 제시한 수정 EBITDA마진(서비스매출 대비 EBITDA)은 지난해 연말 23%를 나타냈다. 2012년 28%에서 급감한 수준이지만 아직은 재무트리거(23%)에 부합하고 있다. 총차입금/OCF도 2.39배로 트리거(2.3배)와 엇비슷한 상태.

NICE신평이 제시한 등급 유지의 조건인 'EBIT/서비스수익 5% 이상'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2.17%에 머물렀다. 하지만 총차입급/EBITDA는 2.22배로 트리거(2.5배 하회)를 충족했다.

◇ 크레딧 시장 시각 우호적 변화, 신인도 빠르게 회복

결국 KT의 AAA 신용등급의 안정성 확보는 현재 추진 중인 대대적인 사업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성과를 얼마나 빨리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일단 크레딧 시장에서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대규모 명예퇴직 이후 연간 7000억 원 이상의 인건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수익성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줄 전망이다. 특히 국내 최대 유선사업자로서 국가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융합형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하고 있다.

애물단지로 전락해 가던 유선사업망이 전략적 추진 과제인 기가토피아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KT렌탈, KT캐피탈 등의 매각은 재무적 효과와 함께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부수적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신용등급 하락의 원인 중 하나였던 평판 훼손을 만회하기 위해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신용등급에 대한 우려를 전혀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흥행 퍼레이드를 벌인 것도 시장의 시각 변화를 대변한다.

KT는 올해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에서도 두번의 회사채 발행에서 대규모 청약을 이끌어 냈다. 특히 크레딧 IR 진행 등 투자자의 신뢰 쌓기에 나서 평판위험을 크게 완화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T 신용등급의 '부정적' 전망은 KT ENS 사태 후 금융시장 신뢰도 저하와 평판위험 상승, 수익성 부진이 맞물렸던 결과"라며 "최근 KT의 행보는 이같은 요인들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짧은 시간 내에 가시적 성과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재무개선 추진 기업과 달리 빠른 의사결정과 추진력을 드러냈고, 시장소통에도 적극적이어서 단기간 내 신인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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