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벌3세] 가문이 정한 후계자…'현장 경험'에 답이 있다[구광모 LG그룹 상무] 장자승계 위한 입적 '지분 응집'..지배력 강화 속도
박창현 기자공개 2015-02-09 06:45: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23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2년 4월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미수(米壽·88번째 생일)를 맞아 LG·GS·LS 등 범(汎) LG가(家) 멤버들이 총출동했다. 모인 인원만 100여 명에 달했다. 구씨 가문은 유교 전통이 깊은 집안이다. 그래서인지 자손도 번창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과 같은 '회(會)'돌림자를 쓰는 형제·자매는 6명이다. 한 대를 건너 '자(滋)' 돌림은 23명이나 된다. 3대 째가 되면 돌림자 '본(本)'을 쓰는 구인회 창업회장 직계 자손만 11명에 달한다.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기업 문화는 이런 대가족 유교 가풍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미수연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상무(사진)도 참석했다. 구본무 회장과 함께 줄곧 할아버지의 곁을 지켰다. 구광모 상무는 구씨 가문을 지탱할 새로운 기둥이다. 집안 장손들이 경험했던 후계자 교육을 똑같이 받고 있다. 현장을 찾아 다니고 그룹이 영위하는 사업들을 하나하나 떼어서, 때로는 붙여 보며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구광모 상무에게 힘을 싣기 위한 지배구조 재편 움직임도 하나 둘 포착되고 있다. '구광모 시대'를 알리는 전주곡이 울려퍼지고 있다.
◇'양자 입적' 장자(長子)의 무게를 짊어지다
2005년은 LG그룹 후계자가 사실상 결정된 해다. 더불어 LG가 가풍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해 구본무 회장은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 구광모 상무를 양자로 입적하기로 결정했다. 구광모 상무(1978년 생) 나이 28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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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 구도가 명확해지자 본격적인 후계자 교육이 시작됐다. 구 상무는 영동고등학교와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에서 학업을 마치고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했다. 2007년 과장 승진 후 다시 유학길에 오른다. 그해 9월부터 2년 동안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수료했다.
공부를 마친 구 상무는 2009년 12월부터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에서 경영 수업을 받는다. 세계 최대 가전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뉴저지 법인은 구 상무의 실무 능력을 키우는데 최적의 일터였다.
4년여 동안 해외법인에서 금융과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구 상무는 2013년 국내로 복귀했다. 귀국 후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LG그룹 후계 교육에 따라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과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에서 기획 및 현장 실무 경험을 쌓는다. 일을 함께 한 직원들은 그를 실무 수행에 있어 사전 준비가 철저하고 미래 방향성까지 고민하던 꼼꼼한 동료로 기억하고 있다. 또 겸손이 밴 생활 태도는 담당 근무부서에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그룹 지주사인 ㈜LG 시너지팀에서 일하고 있다. 시너지팀은 그룹 계열사 간 사업 조율을 담당하는 부서다. 그룹 전체 사업을 아우르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안목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작년 연말 인사에서는 임원으로 승진하며 경영 보폭을 더 넓혀 나가고 있다.
◇속도 붙은 지배력 강화 플랜..한발 더 다가온 '구광모 시대'
구광모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는 많은 면에서 LG그룹의 묵은 고민을 해결해줬다. 가장 먼저 후대 승계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지배지분 희석 문제가 해결됐다. 선대에 과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자녀들이 많을 경우, 지분 분산이 불가피해진다. 하지만 구 상무는 LG그룹 지주사 ㈜LG의 1대, 3대 주주의 지분을 모두 물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버지인 구본무 회장은 ㈜LG 지분 1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친아버지인 구본능 회장도 5%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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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시대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가속도가 붙었다. 구 상무는 지난해 말 구본능 회장으로부터 ㈜LG 주식 190만 주를 증여 받았다. 증여 규모만 1200억 원이 넘는다. 구 상무는 증여 지분을 더해 총 1024만 9715주의 주식을 확보하게 됐고, 지분율은 기존 4.75%에서 5.83%로 높아졌다. 이제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에 이은 3대 주주다.
㈜LG와 함께 직접 지분을 갖고 있는 LG상사 지배력도 높였다. 구 상무는 1.8%(69만 7201주) 였던 LG상사 지분율을 작년 장내 매수로 2.11%(81만 8201주)까지 늘렸다.
공교롭게 LG상사는 올 초 국내 대표 종합물류업체 '범한판토스' 지분 51%(102만 주)를 3147억 원에 인수했다. 주목할 점은 LG 오너 일가들의 거래 참여다. 오너 일가는 LG상사와 별개로 범한판토스 지분 31.1%를 약 1919억 원에 매입했다. 구 상무도 이 거래에 참여애 약 7% 대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한판토스는 매출의 상당량을 LG그룹 관계사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아울러 고배당 성향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구 상무의 범한판토스 지분 확보가 향후 승계 재원 마련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본무 회장과 구본능 회장의 ㈜LG 지분 증여 여부와 LG상사·범한판토스의 성장성 등은 향후 구광모 체제 완성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 답이 있다'..현장 경영은 계속된다
지배력 강화와 더불어 현장 중심의 후계자 교육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회장이 모두 경험했던 일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경우, 회장직에 오를 때까지 20년 간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장 수련은 선친인 구인회 창업회장의 교육 철칙이었다. 구인회 창업회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에게 "대장간에서 호미 한 자루를 만들 때도 수없는 담금질로 단련한다.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칼날없는 칼이나 다름없다"며 현장 교육을 강조했다.
회장직을 물려줄 때도 "기업을 하는 데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이 바로 현장이다. 그래서 본사 근무 대신에 공장일을 모두 맡긴 게다. 그게 밑천이다. 자신 있게 기업을 키워 나가라"고 조언해 줄 정도였다.
현장 경영 원칙은 구본무 회장 때도 이어졌다. 구본무 회장은 회장 취임 전까지 20여 년 간 주력 계열사인 LG화학과 LG전자에서 심사와 수출, 영업, 기획 등 실무 업무를 도맡았다. 구본무 회장 역시 평소 "사업현장 경험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현장 경험을 통해 사람과 사업을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는 말을 자녀들에게 자주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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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회장들은 얼추 강산이 두번 바뀔 때까지 현장에서 가르침을 찾았다. 그에 반해 구광모 상무는 아직 반환점도 채 돌지 못했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가 적지 않다.
현장에서 조력자를 만드는 것도 후계자가 쌓아야 할 덕목이다. 구 상무가 지금 몸 담고 있는 시너지팀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작년의 경우, 시너지팀 출신 인사들의 승진이 많았다. 시너지팀을 이끌었던 권봉석 전무가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LG전자 HE사업본부장을 맡게 됐다. 한 해 앞서 시너지팀장을 맡았던 하현회 HE사업본부장도 ㈜LG 사장으로 영전했다.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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