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19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의 전 최대주주 전정도씨가 성진지오텍 지분을 개인회사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진지오텍과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전씨의 개인 회사들은 성진지오텍에 비해 훨씬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앞선다는 평가다.전씨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세화MP는 볼트와 너트류(화스너)를 비롯한 산업용 기계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였다. 세화MP가 산업용 플랜트 시공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시기는 2013년이다. 연간 매출액이 200억 원 대였던 세화MP는 이 시기를 전후해 플랜트 공사를 대거 수주, 해당 부문 매출액만 40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세화MP는 최근 원전 플랜트 관련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세화MP는 플랜트 산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차입을 대폭 늘렸다. 시공 비용은 계속 투입되지만, 대금은 정해진 시기에만 수령하는 수주 산업의 특성상 미리 자금을 확보해 놓아야 했던 까닭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616억 원이었던 차입금이 이듬해 952억 원으로 늘어났다. 277억 원이었던 장기 차입금이 740억 원으로 늘어난 게 결정적이었다.
차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담보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전씨의 성진지오텍 지분이 유용하게 사용됐다. 전씨는 성진지오텍의 경영권 지분은 매각했지만, 대표이사를 맡으며 책임경영 차원에서 여전히 11.7%(549만 8965주)의 지분을 보유했다.
세화MP는 전씨의 성진지오텍 지분을 담보로 맡기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서 각각 380억 원과 110억 원씩 총 490억 원을 빌렸다. 전 회장의 지분 전량이 담보로 제공됐다. 세화MP가 보유하고 있던 성진지오텍 주식 일부도 현대증권에서 빌린 100억 원에 대한 담보로 제공됐다. 세화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유영E&L도 세화MP가 보유한 성진지오텍 주식을 담보로 1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전씨는 2011년 6월까지 성진지오텍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대표이사 사임 후에도 지분을 처분하지는 않았다. 전씨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성진지오텍 지분을 맡기고 부산은행에서 250억 원을 빌렸다.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개인 회사 자금 마련을 위해 얼마 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회사 지분을 담보로 맡긴 셈이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전씨가 성진지오텍 대신 세화MP를 택한 결정은 옳았다. 부채비율이 1600%를 넘었던 성진지오텍은 아직도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세화MP의 매출은 꾸준히 늘어났고, 매년 영업이익도 냈다. 자본금은 20억 원 대체 불과했지만, 차곡차곡 이익을 쌓은 덕분에 200억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기도 했다.
세화MP는 일진기계, 세화E&T등과 함께 3000억 원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한 세화그룹의 주축 회사로 거듭났다. 전씨는 세화MP를 지렛대 삼아 지난 2013년 법정관리 상태인 골프장 양산컨트리클럽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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