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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소통이 필요하다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5-06-16 08:43: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5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이 시끄럽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합병 과정에서 책정된 삼성물산 기업가치가 문제가 됐다.

삼성은 정해진 법률에 따라 기업가치를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삼성물산 주주들은 주가가 저점일 때 합병이 추진되면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며 맞서고 있다.

사실 합병 시점은 삼성그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제일모직은 지배주주 지분율이 52%에 달한다. 이에 비해 삼성물산 지배주주 지분율은 13%에 불과하다. 삼성물산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지배주주의 합병법인 지배력이 떨어지게 되는 구조다. 후계 승계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하는 그룹 입장에서는 삼성물산 주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던 요 근래가 가장 좋은 합병 시점이었다.

삼성물산 일반 주주들은 억울할 법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 대관식을 위한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그룹이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도 있다.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그것이다. 통합 삼성물산이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게 될테니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충분한 보상이 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건설·상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물산과 패션·리조트·레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제일모직 간 사업 시너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룹 설명처럼 상사 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제일모직 사업군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어떤 사업과 시너지가 없겠나. 바이오 사업 역시 양사 지분율을 합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은 없다.

이런 와중에 합병안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등장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스스로 앞장서 엘리엇에 주권을 위임하기 위한 카페를 만들고, 조력자로 나서고 있다. 탐욕의 화신으로 낙인 찍힌 엘리엇이 삼성물산 경영진보다 더 주주 이익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삼성물산 주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숫자로 확인이 가능하다. 순자산과 주가, 합병 비율 등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한다. 반면 삼성그룹이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제시한 논리는 공허하다. 미래 전망이 전부다. 설마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를 만나서도 이런 식이었을까.

삼성물산은 주주의 것이다. 주주가 동의해야만 합병안도 가결된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론도 중요하다. 생색내기가 아닌 책임있는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전체 그룹을 위한 일이니 대승적 결단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설득은 유효기간이 지난지 한참 오래다. 탐욕스런 자본세력들에게 공격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글로벌 삼성의 합리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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