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12일 07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에서 단기국공채펀드의 파이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연초 이후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쓸어 모은 한화단기국공채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1조 6000억 원을 돌파하며 국내 채권형펀드 운용 규모 1위(채권형 ETF 제외)로 올라섰다. 단기국공채펀드가 국내 채권형펀드의 얼굴마담이 된 셈이다.단기국공채펀드의 이러한 성장세는 회사 측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잘하면 1조 원 정도의 대형 펀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순자산 1조 원 돌파 이후에도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사이즈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화단기국공채펀드는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갈 곳을 잃은 은행권 고객의 단기 자금 투자 니즈를 잘 파고 들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단기성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보다 투자 기간은 좀 더 길게 가져가면서 은행 정기 예·적금 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는 컨셉트를 내세웠다.
한화단기국공채펀드가 처음 순자산 1조 원을 돌파한 게 지난 5월이었다. 이 후 4개월 동안 꾸준히 자금이 들어왔단 얘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판매사가 은행권에서 증권사로 점차 확대됐다는 점이다.
대표펀드 기준 판매사 별 잔고를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42.32%로 비중이 가장 높고, 하나은행(32.09%), 기업은행(16.9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상위 3개 판매사가 모두 은행권이고, 이들 판매 비중이 90%를 웃돌 정도로 은행의 판매세가 강하긴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영증권(4.23%), NH투자증권(0.45%), 대신증권(0.19%),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증권사로 판매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은행권이 채권형·채권혼합형펀드 등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상품에 판매 강점이 있다면 증권사는 주식 중개에 베이스를 둔 만큼 공격적인 투자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게 주가 돼야 한다. 그런데 채권 가운데서도 안정성이 가장 높은 국공채에 투자하는 단기국공채펀드의 판매사가 은행권에서 증권사로 확대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자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자 투자자 성향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겠다.
한화단기국공채펀드가 순자산 1조 원 돌파를 앞뒀을 무렵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같은 채권형펀드라도 수익률이 훨씬 높은 한화코리아밸류채권펀드보다 한화단기국공채펀드를 더 선호하는 것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확신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겠냐며 씁쓸해 했었다.
은행에 예·적금을 예치해봤자 물가 상승률도 따라잡지 못하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다. 그렇다고 예적금을 깨고 나와도 마땅히 투자할 만한 대상이 없다는 것을 단기국공채펀드의 인기가 대변하고 있다. 연초 이후 국내 채권형펀드로 3조6000억 원의 자금이 몰린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2조5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출됐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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