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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구조조정, '조건부 자율협약'인 까닭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어렵고 기존 틀로 설명 어려워"

안경주 기자공개 2016-02-04 09:20:0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03일 1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상적으로 표현하는 자율협약이 아닙니다. 변형된 자율협약으로 봐야 합니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방식을 놓고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냐고 묻자 돌아온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의 답변이다.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자구계획안을 승인하고 출자전환 등 지원에 나서기로 논의를 마쳤지만 '자율협약'으로 현대상선 구조조정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등 현대상선 채권단은 2일 고액 용선료 인하, 선박금융과 회사채 등 비협약채무 조정을 전제로 현대상선에 대한 출자전환이나 금리 인하 등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조건부로 채권단 보유 채무를 재조정받는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채권단의 지원 내용만 보면 '자율협약'이 아니라고 하기 애매하다. 자율협약은 통상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부실기업의 채무를 자본으로 바꿔 부채비율을 낮추거나 금리를 깎아주고 신규자금을 지원해 유동성 부족을 해결해 주는 형태의 구조조정을 지칭한다.

2003년 LG카드 구조조정을 계기로 '자율협약'이란 표현이 본격 사용됐다. 채권단은 당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을 적용한 워크아웃으로 LG카드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촉법을 적용하면 자산유동화증권(ABS)이 트리거 조항에 걸려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재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LG카드의 채무 21조5000억 원 중에서 ABS는 8조7000억 원에 달했다. LG카드 구조조정에 참여한 관계자는 "LG카드 자율협약은 법적인 조치를 피하면서 기촉법을 적용한 워크아웃과 유사한 효과를 내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며 "자율협약은 채권단 지원만으로 회생이 가능하고 금융기관 채권 규모가 대부분을 차지할 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통상적인 의미의 '자율협약' 틀 안에서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선주와 협상을 통한 용선료 삭감, 선박금융 및 회사채 채무조정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이유다.

실제로 현대상선의 채무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4조8355억 원 가량이다. 은행 등 채권단 차입금이 22%(1조656억 원), 사채권자가 보유한 회사채 38.6%(1조8658억 원), 선박금융 등 금융리스부채 39.4%(1조9040억 원)로 나눠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채무구조를 보면 채권단 지원만으로 회생이 어렵다"며 "용선주와 선박금융 대주주, 회사채 투자자 등의 지원도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조건부 자율협약'이라는 표현이 현대상선 구조조정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과 채권단이 추진하고자 하는 현대상선 조건부 자율협약이 기존의 자율협약과 다른 구조조정 방식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현대상선 구조조정은 오히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비슷한 면도 있다. 법정관리의 경우 용선료 삭감 등 영업부문 개선과 출자전환·금리인하 등 재무부문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 기업 정상화를 꾀하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율협약에 따른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어려운데다 법정관리시 얼라이언스 퇴출 가능성이 높아 구조조정 성과를 얻기 힘들다"며 "회사의 고강도 자구노력과 채권단의 지원 의지가 결합된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의 구조조정 틀에서 설명할 수 없는 변형된 구조조정이 앞으로 자주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채무구조가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채 등 시장성 채권이 늘고 선박금융, RG 등 새로운 형태의 채무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구조조정 틀로 해결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2013년 STX 구조조정 당시 사채권자집회를 통해 회사채 투자자들의 상환유예와 금리인하 등 '고통분담'을 전제로 자율협약 추진을 채권단이 결의한 것도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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