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3월 15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중국 자회사(이하 DICC) 투자자들간 법적 공방이 본격화된 가운데 박용만 회장의 역할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 회장직을 내려놓는 대신 두산인프라코어 경영진에 합류할 예정이다. 두산밥캣 기업공개(IPO)등 굶직한 재무구조 개선 현안을 앞두고 투자자와의 법정 공방이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용만 회장은 최근 두산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을 맡기로 결정했다. 단순 명예직이 아니라 이사진에 합류해 경영 최일선에 서기로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에 힘을 싣고 책임 경영에 나서기 위한 인사로 해석된다. 박 회장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친 후 공식적으로 사내이사 임무를 맡게 될 예정이다.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마무리와 두산밥캣 IPO 등 이슈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와의 법정 분쟁이 박 회장의 최우선 당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PE와 IMM PE, 하나금융투자PE 등 FI들은 지난 해 말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DICC 투자원금과 이자 15%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소송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FI들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FI들은 DICC 지분 20%를 3800억 원에 취득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FI는 자금 회수를 위해 IPO를 준비했지만 중국 건설경기 침체로 계획이 어그러진다. 결국 FI들은 두산인프라코어 측 보유 지분 80%까지 묶어서 함께 팔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Drag-Along)'을 행사해 DICC 공개 매각 절차에 나선다.

공개 매각 과정에서 양 측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진다. FI들은 두산 측이 기업 정보 제공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매각 작업에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는 글로벌 IB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충분한 협조를 해왔다고 반박했다. 결국 과거 한 배를 탔던 두산인프라코어와 FI는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려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양 측은 이달 초 '매매대금 등 지급 청구 소송'에 대한 변론준비기일을 갖고 본격적인 법리 공방에 돌입한 상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김앤장법률사무소를, FI들은 법무법인 세종을 법률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FI와의 법정 공방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게 됐다. 당장 두산밥캣 IPO 과정에서 소송은 악재임에 분명하다. 소송 진행 상황과 결과가 투자자 모집과 밸류에이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 수장을 맡게 된 박 회장이 갈등 봉합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법정 공방이 길어질수록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영 목표인 기업 정상화 역시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IPO와 M&A 등 다양한 거래에 나서야하는 두산인프라코어 입장에서 자본시장과 밀접하게 연과돼 있는 FI들과의 갈등은 부담이 된다. 결국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룹 오너인 박 회장의 결단과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현안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박용만 회장이 이사진에 합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사안의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FI와의 갈등 봉합도 박 회장의 당면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