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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협약 신청' 한진해운, 남은 항로는 용선료 협상·사재출연 과제 산적, '유동성 고갈' 험로 예고

김창경 기자공개 2016-04-22 18:27:5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2일 1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한진해운이 결국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자율협약 체결 조건이 결정되지 않았으나 현대상선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용선료 협상과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등을 전제로 조건부 자율협약에 돌입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진해운은 오는 25일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할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다음 주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 100% 동의를 얻으면 자율협약 절차가 개시된다. 채권단은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수협 등으로 이뤄져 있다.

자율협약 개시를 위한 핵심 조건은 '용선료'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진해운은 장기 용선료로 9288억 원을 지출했다. 장기 용선에는 과거 해운업 호황기 때 높은 비용을 치르고 마련한 용선이 포함돼 있다. 2013년 말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작한 이후 장기 용선료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다. 한진해운은 이미 용선료 협상을 위해 해외 선주와 접촉하고 있다.

조 회장의 사재출연도 필요하다. 사재출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 회장은 자율협약을 꼬리 자르기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817%로 치솟은 부채비율을 축소하기 위한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의 7대 1 감자가 이뤄지기 전 3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940만 9517주를 보유하고 있다. 22일 종가기준 1788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채권단은 또 한진해운에 추가 자산 매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은 지난 2월 미국 및 EU 등록 상표권, 런던 사옥, 자사주 등을 처분해 3000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자사주 매각을 남겨두고 지금까지 178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한진해운이 약정한 목표치에 830억 원가량 못 미친다.

현대상선의 경우 조건부 자율협약에 앞서 대규모 자산 매각을 추진했다. 현대증권 매각은 2월 초에 시작돼 최근 마무리됐다. 벌크 전용선 사업부는 3월 말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됐다. 현대부산신항만도 조만간 처분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은 부채 감축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자산매각을 요구할 것"이라며 "아직 한진해운에 부동산, 상표권 일부, 자회사 지분 등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은 오는 6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1900억 원의 회사채 연장을 위해 사채권자집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 현대상선 역시 만기 연장을 위해 지난 3월 사채권자 집회를 열었지만 실패했다. 내년 6월까지 만기가 예정된 한진해운의 공모사채는 42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자산매각, 감자, 사재출연 등의 계획이 구체화된 상황에서 자율협약이 시작됐지만, 한진해운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향후 구조조정은 현대상선과 거의 동일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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