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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해외건설 '중동'에 답이 있다 [2016 건설금융 포럼]유가하락 '고마진' 다운스트림 호황, '한국형 신도시' 수출 활기

길진홍 기자/ 김장환 기자/ 고설봉 기자공개 2016-04-27 09:29:0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6일 16: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동은 다시 국내 건설업계에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돼줄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저가 수주 후유증에 시달려 온 건설사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중동 문을 두드리고 있다. 어닝쇼크 주범인 부실 현장 해소와 맞물려 외형확대를 지양하고, 양질의 일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 건설업체를 괴롭혀 온 유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낙관론도 흘러나오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과 원자재 가격 불안 등 악재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저유가 여파로 중동 산유국의 발주 지연과 그 동안 확보한 대형 프로젝트 취소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박동규
<박동규 한양대학교 교수>
자본시장 미디어 더벨은 26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전환기 해외건설 강화와 질적 성장 방안'이라는 주제로 '2016 건설금융 포럼'을 개최했다.

최근 화두인 유가하락에 따른 중동 플랜트 발주 동향과 해외 신도시 수출 동향, 인프라시장 진출을 위한 민간금융 역할 강화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유가 하락으로 중동 산유국의 플랜트 발주가 더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판단은 오산"이라며 "영업 마진으로 글로벌 정유사들의 이익이 크게 불어나면서, 산유국들이 직접 정제 플랜트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는 최근 베럴당 3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거 100달러를 호가하던 시절에 대규모 이익을 거둬들이던 중동 등 산유국은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연스럽게 원유 생산설비 발주 물량을 줄이고, 소극적인 투자로 돌아섰다. 중동 플랜트 발주에 의존했던 국내 건설사들도 해외 일감 축소로 비상이 걸렸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이는 시장의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30 비전'으로 불리는 대규모 국가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유가 하락과 맞물려 정유와 연계된 고마진의 다운스트림 발굴로 눈을 돌렸다. 생산 단계의 업스트림을 지양하고, 원가 하락으로 고수익이 예상되는 정제단계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과거 유가가 정점을 찍을 때는 중동 산유국이 투자를 늘릴 이유가 없었다"며 "이로 인한 발주 물량 급감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저가수주 경쟁을 벌였고,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지금은 정반대의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모색해야 한다는 기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 건설사들도 이 같은 정세 변화에 맞춰 체력을 길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예전처럼 무리하게 수주를 늘리기 보다는 부채를 줄이고, 자기자본을 늘려 장기적 관점에서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건설업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중동 신도시 수출과 관련해 정부 지원과 차별화된 개발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종훈 한화건설 해외기획담당 상무는 "신도시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개발사업"이라며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중동과 동남아시아 신도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UN의 세계 도시화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50년까지 개발도상국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향후 30년간 매년 30만 명 규모의 250여 개 신도시가 건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 34%(8억 4000만 명), 중동 5%(1억 2000만 명), 아프리카 36%(8억 8000만 명) 등의 인구 증가가 예상된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신도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건설포럼 좌중
<2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6 건설금융 포럼'에 건설업체와 유관단체 임직원 1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띤 강연이 진행됐다>

이 상무는 "현재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신도시 건설 실적은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프로젝트와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진행하는 베트남 사업 외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 건설사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신도시 수출이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저소득층을 겨냥한 제한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따라 정부와 관련기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사들의 차별화 노력도 중요하다. 이 상무는 "정부 차원의 대상국 기초 시장 조사와 사업 제안 비용 지원 대상을 대형 건설사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신도시 내 산업단지에 국내 제조업체들이 진출할 경우 정부 지원과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투자비 축소를 위해 현지 정부 보증을 유도하고, 선분양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현지 금융 및 연금제도와 연계된 중도금 알선으로 진출 국가의 예산 경감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해외 새로운 형태 사업 방식과 철저한 지역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플랜트를 대체할 일감으로 떠오른 인프라시장 진출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 처장은 "최근 중동 등 해외 인프라 수주와 맞물려 민간금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의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금융의 해외 진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OECD는 2030년까지 세계 인프라 투자 수요가 8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자원, 통신, 교통, 에너지 등의 인프라 구축에 연간 3조 원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 둔화 여파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 등 신흥국을 중심을 수요가 늘면서 지속적으로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정 처장은 "해외에 진출하지 않고는 민간 금융회사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인프라부문 대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도 정부가 공적기금 등을 활용해 시중은행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이란의 경우 민간금융에 기반한 개발 계획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민간금융의 해외 진출이 확대될 경우 이란 등 해외 인프라시장에서 수주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박동규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 도래로 건설업계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시대 흐름에 맞춘 차별화 전략이 오늘 건설업 위기를 돌파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건설회사와 금융회사, 유관단체 임직원 15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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