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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A 악몽' 롯데케미칼, 청산 카드 꺼낼까 파키스탄·영국 법인 자본잠식 심각

김장환 기자공개 2016-09-19 08:10:14

이 기사는 2016년 09월 12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사업에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영국과 파키스탄 등지에서 수년 전 사들인 PTA 법인들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심지어 한 쪽은 자본잠식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추가적인 지원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여서 향후 해결책이 주목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해외 PTA 법인들은 올해 상반기 모두 거액의 손실을 냈다. 파키스탄과 영국에서 각각 운용 중인 2개 PTA 법인으로, 양쪽 모두 실적 부진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이 기간 파키스탄 법인은 13억 원대 영업손실과 1억 원 순손실을 냈고, 영국 법인은 영업손실 157억 원, 순손실 148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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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법인은 롯데케미칼이 6년 전 잇따라 인수한 곳들이다. 2009년 인수한 파키스탄 법인은 연산 50만 톤 규모 PTA 생산 설비를 갖추고 5000억 원대 연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이듬해 인수한 영국법인은 연산 50만 톤 규모 PTA 생산 설비와 함께 15만 톤 규모 PET 생산 능력을 갖췄다. 영국에서 유일한 PTA 생산 법인이란 장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시장에서 PTA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 법인을 사들였다. PTA는 원유에서 나온 파라자일렌(PX)을 정제해 만든 화학제품으로, 폴리에스테르 섬유, 페트평, 필름, 도료 등에 사용되는 원재료다. 당시 화섬제품 생산 대국으로 급성장한 중국을 중심으로 PTA 수요가 크게 늘고 있었다. 롯데케미칼은 이들 법인을 통해 중국뿐 아니라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롯데케미칼의 야심찬 계획은 법인 인수 후 불과 2년여만에 무너졌다. 2012년부터 중국발 공급량이 크게 늘면서 PTA 가격이 한풀 꺾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중국 화섬 기업들이 자국의 폴리에스테르 등 생산량 증대에 맞춰 PTA 생산량을 1200만 톤까지 단번에 늘린 탓이다. 이로 인해 2011년 톤당 1260달러였던 PTA 가격은 올 8월 말 기준 61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은 롯데케미칼의 PTA 법인들 수익에 직격탄이 됐다.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고, 치킨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의 파키스탄과 영국 법인은 수년간 적자를 지속했다. 아울러 올해 흐름을 볼 때 당분간 적자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영난이 장기화되면서 이들 법인은 점차 한계점까지 내몰리고 있다. 특히 영국 법인의 재무부진이 심각하다. 올 6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 영국 법인은 부채가 자산을 전액 초과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고, 또 예년에 비해 잠식 규모가 더욱 확대된 수준이다. 영국 법인의 이 기간 자산총계는 2564억 원, 총부채는 3361억 원으로 마이너스(-) 797억 원대 자본총계를 나타냈다.

영국 법인은 이런 와중에 전년 대비 자산과 부채가 모두 줄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영국 법인의 자산총계는 3365억 원, 부채총계는 3902억 원으로 올 동기보다 각각 801억 원, 541억 원 많았다. 올해 들어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고 나서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산 등 절차를 고려 중인 것이 아닌지 주목된다.

롯데케미칼 측은 이에 대해 "원재료 매입을 하지 않으면서 비롯된 자산 감축일뿐 부채를 갚기 위해 자산 매각 등을 벌인 일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국 법인은 3년 전 선제적 구조조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롯데케미칼은 2013년 영국 법인 설비 일부를 폐쇄하고 생산직 근로자 70여 명을 해고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였다. 하지만 이후로도 적자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또 새로운 시장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서 매출 외형 역시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해외 PTA를 공격적으로 인수할 당시에도 이미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공급과잉 움직임과 마진율 약화, 제품 가격의 다운턴 가능성 등 우려가 지속해서 전망되고 있던 시점이었다"며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나선 전략적 실수가 결국 현재 상황을 야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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