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지주 제외'가 기회…'효율성 카드' 뽑다 [네오홀딩스 흡수합병③]네오플럭스, '경영판단 신속성·비용 합리화' 실익
양정우 기자공개 2017-04-18 08:04:05
이 기사는 2017년 04월 13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오플럭스와 네오홀딩스의 합병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다. 사실 두산그룹이 네오홀딩스를 설립한 이유 자체가 공정거래법상 위법 상태를 비껴가기 위한 묘수였기 때문이다.네오홀딩스는 지난 2012년 말 ㈜두산과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당시 ㈜두산은 일반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서 금융 계열사였던 네오플럭스를 정리해야만 했다. 때문에 '인적분할' 카드로 ㈜두산과 얽히지 않는 '오너 일가→네오홀딩스→네오플럭스' 형태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2015년 중반 두산그룹이 이런 고충을 한번에 해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두산이 지주회사 지정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공문을 정식으로 접수한 것이다.
그 해를 기점으로 ㈜두산의 지주비율(회사 자산총액에서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47% 안팎으로 떨어져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지주비율 50% 이상)보다 낮아졌다. 현행법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를 완비하는 동시에 금융 계열사를 처분해야 하는 제약에서 벗어난 것이다.
본래 ㈜두산은 독자적으로 개별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사업형 지주회사였다. 전자와 산업차량, 모트롤, 정보통신, 연료전지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면서 자산총액이 급격히 늘어났다. 최근엔 두타면세점도 자체 사업으로 확보했다. ㈜두산의 별도 기준 매출 규모는 지난해 2조 원을 넘어섰다. 이제 공정거래법상 지주비율을 다시 충족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지주회사 지정 제외는 두산그룹의 '경영 전략' 선택지를 대폭 확대시켰다. 무엇보다 종합 투자사로 자리잡은 네오플럭스를 다시 그룹 계열사로 편입할 수 있게 됐다. 네오플럭스는 지난해 말 기준 펀드 누계 결성 규모가 8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네오플럭스가 두산그룹 계열로 복귀하면 네오홀딩스의 존립 목적이 사라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인적분할이라는 설립 과정 탓에 '오너일가→네오홀딩스→네오플럭스'로 지배구조가 짜여졌지만 사실 신속한 경영 판단을 저해하는 '아킬레스건'이 될 여지가 있었다. 다른 계열사 없이 오직 네오플럭스만을 위한 지주 사업은 비효율적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인력과 조직이 중복될 가능성도 있었다. 두산그룹은 네오플럭스를 지배할 모회사로 디아이피홀딩스를 낙점했다. 디아이피홀딩스는 그룹 내에서 지주 사업을 벌이는 특수목적법인(SPC). 디아이피홀딩스와 네오플럭스 사이에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네오홀딩스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네오홀딩스를 제거해 '디아이피홀딩스→네오플럭스' 구조를 만드는 게 경영 효율성을 배가하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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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지주회사 지정 제외는 당시 그룹 차원에서 겪었던 고민을 더는 해법이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의 경우 증손회사 지분을 반드시 100%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악화 일로의 위기 가운데 증손회사의 잔여 지분을 인수하거나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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